5% 성장 ‘빨간불’ 中,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단행
3분기 성장률 4.6%, 올해 목표 5% 달성 적신호
올해 7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대출우대금리 인하
지난달 24일 경기부양책 이어 유동성 공급 강화
중국이 올해 목표한 5%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중국인민은행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7월 이후 3개월 만이자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인하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이은 후속 조치로 대출금리를 낮춰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5년물 LPR 3.85%→3.6%, 1년물 3.35%→3.1%
21일 중국인민은행은 5년물 LPR을 3.85%에서 3.6%로, 1년물 LPR을 3.35%에서 3.1%로 각각 낮춘다고 발표했다. LPR은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5년물은 주택담보대출에, 1년물은 일반 대출에 기준이 된다. 앞서 지난 7월 중국인민은행은 5년물 LPR을 3.95%에서 3.85%로, 1년물 LPR을 3.45%에서 3.35%로 각각 0.1%포인트씩 인하한 뒤 3개월간 금리를 동결해 왔다. 그러다 지난 18일 ‘2024 금융가 포럼’에 참석한 판궁성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LPR이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매월 20개 주요 국유 상업은행이 자체 자금 조달 비용과 위험 프리미엄 등을 고려한 금리를 은행 간 자금중개센터에 제출하고 인민은행은 이를 취합·정리해 LPR을 점검한 뒤 공지한다. 지난달 18일 이미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예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중국의 상업은행들은 이번 LPR 인하 조치로 대출 금리도 낮추게 됐다. 현지 언론들은 “LPR 인하에 따라 상업 대출 한도 100만 위안(약 1억9,500만원)을 30년간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계산하면 월간 141.5위안, 30년 누적으로는 5만1,000위안(약 995만원)이 줄어들게 된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경기 침체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의 예상치 4.5%를 상회한 수치지만 1분기 성장률 5.3%와 2분기 4.7%보다 부진했다. 2개 분기 연속 정부 목표치 5%를 밑돈 데다 분기별 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자, 중국 안팎에서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로이터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2024년 4.8 % 성장하며 2025년에 4.5 %로 더 냉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준율·정책금리·부동산 대출 금리, 일제히 인하
올해 5% 안팎의 성장률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앞둔 지난달 24일 중국 정부는 금리 인하와 대출 유동성 확보 등을 골자로 하는 광범위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당시 판 총재는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은행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신규 대출을 위한 1,422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해당 조치로 6.9% 수준으로 내려간 지준율은 올해 말 시장 상황에 따라 0.25~0.5%포인트 추가 인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준율은 은행이 예치된 고객 예금 중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금의 비율로, 지준율이 인하되면 시중에 풀리는 돈이 불어나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 인민은행은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지난 2022년 4월과 12월, 2023년 3월과 9월에 지준율을 각각 0.25%포인트씩 하향했다. 올해는 춘제(설날) 연휴를 앞둔 2월 5일 0.5%포인트 더 내렸다. 이날 지준율을 0.5%포인트 추가 인하함에 따라 중국 상업은행의 평균 지준율은 9.5%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상업은행 평균 지준율이 10%를 하회한 것은 지난 2007년 3월에 기록한 9.58%가 마지막이었다.
이와 함께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와 시중 은행에 단기 자금을 빌려주는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대출 금리도 각각 0.2%포인트씩 인하했고, 부동산 대출 금리는 평균 0.5%포인트 내렸다. 당시 판 총재는 “정책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조만간 LPR이 0.2~0.25%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라며 “부동산 대출의 경우 약 5,000만 가구가 연간 213억 달러 규모의 이자를 덜 지불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날 중국이 발표한 경기부양책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공격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이후에도 경기부양책은 이어졌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지 이틀이 지난 같은 달 26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예고했다. 이어 이달 8일에는 중국 거시경제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에 배정된 예산 중 1,000억 위안(약 19조5,000억원)을 조기에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고, 지난 12일에는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 부채를 대폭 확대하고 국유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中 증시 상승 후 하락세, 후속 부양 카드 없어 실망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모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12일 특별국채를 발표한 중국 재정부가 “아직 중앙정부 국채 발행과 재정적자 확대에는 큰 정책 여력이 남아있다”고 밝혀 추후 재정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레 뒤따르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정부의 연이은 경기부양책에도 단기간 내 경기부양의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재정 확장 방향이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지방정부의 부채 해소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재정 확대 조치는 대부분 인프라 등 건설 투자로 이어져 직접적인 수요 회복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시중 재고 주택 감소와 부채 차환에 자금이 투입되다 보니 바로 투자와 소비의 신규 수요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증시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실제로 정부의 연이은 경기부양책에 중국 증시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역대급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직후 중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지난달 30일 중국의 우량기업 300곳의 주가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8.48% 급등했다. 2008년 9월 19일(9.34%) 이후 최고 일일 상승 폭이다. 기술주 중심의 선전종합지수는 10.67%, 상하이종합지수는 8.06% 치솟았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후속 조치가 이어지자, 증시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 17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5% 하락한 3169.38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