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 문제 없다” 가처분 신청 기각한 법원, 경영권 분쟁 추가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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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기각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한 고려아연, MBK파트너스 타격 가능성
주주총회 '표 대결' 진행 시 국민연금·현대차 등 표심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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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의 ‘법적 리스크’가 해소됐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예정대로 공개매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차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공개매수를 통한 과반 의결권 확보에 나란히 실패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이후 양측이 택할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예정대로 진행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이달 23일까지 기존 계획대로 공개매수를 진행하게 된다.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은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2차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것이다. 영풍은 가처분을 신청하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수가 배임 행위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재까지 영풍 측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거나,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에 가까울 정도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임 여부 등은 본안에서 충실한 증거 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과 상법 규정 어디에도 ‘자사주 취득가액 한도를 계산할 때 회사가 임의로 적립한 임의준비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상법은 자사주 취득가액의 총액이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해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을 뿐, 차입금으로 자사주 취득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어 “상법과 자본시장법은 자사주 취득 목적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경영권 분쟁이 있었거나 선행 공개매수가 있었던 경우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는 규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 변수 될까

이로써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법적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양측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고려아연이 자사 보유 기술에 대해 신청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4일 산업부에 자사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에 대한 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심사는 이달 4일부터 시작됐으며, 아직 최종 판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경우, 정부는 해당 기업의 M&A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인수 금지 또는 원상회복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보유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판정 여부가 이번 경영권 분쟁에 일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장기적으로 경영권 확보 뒤 재매각을 추구하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된다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핵심 국가 기간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여론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공개매수 이후 양측의 움직임 역시 변수로 지목된다. 현재 최 회장 측은 차입금을 활용해 자기 주식을 사는 자사주 매수 전략을 쓰고 있다. 공개매수로 최대 20%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17.5%를 소각한 뒤,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매입하는 2.5%만 우호 지분으로 삼아 최대 36.5%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의 자사주 소각 이후 의결권 기준 고려아연·베인캐피탈 측 지분율이 40% 내외, MBK·영풍 연합 측 지분율이 40% 후반대 수준일 것이라 추산한다. 사실상 양측 모두 과반 의결권을 점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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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공개매수 종료 후 전략은?

이런 가운데 업계의 이목은 공개매수 종료 이후 양측이 보일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최 회장 측은 시중 유통 물량을 사들이며 추가 지분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백기사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의 새 백기사 후보로는 다음 달 중 경영진 방한이 예정돼 있는 글로벌 원자재 거래 중개 기업 트라피구라가 거론된다. 트라피구라는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의 자사주를 2,000억원에 매입해 전략적 투자자(SI)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 중이다.

MBK·영풍 연합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 및 이사 선임 등에 돌입, 본격적인 이사회 장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은 MBK·영풍 측 인사다. 이사를 해임하는 데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주주 3분의 2와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가 필요한 만큼, 현시점에 이미 선임된 이사를 해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12명의 새로운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MBK·영풍과 최 회장 측이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본격적인 표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7.83%의 지분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캐스팅 보트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종료된 뒤 임시 주주총회 날짜가 결정되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의 표심 역시 관건이다.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 지분은 총 18.55%이며, 이 중 현대자동차(5.05%), LG화학(1.9%), 모건스탠리(0.5%) 등 일부 기관의 표심은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