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유럽이 ‘이민자 증가’를 ‘장기 경제 성장’으로 이끌려면?
유럽 이민자 증가로 2030년까지 최대 0.7% ‘추가 성장’ 기대
‘생산성 있는 노동 인구로의 통합’이 가장 중요
‘단기 비용 증가’, ‘공공 서비스 부족’ 견뎌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22년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례 없는 이민자 유입 증가를 경험했다. 대규모 이민 인구 증가는 이미 EU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노동 인구 증가가 생산성 향상과 성공적으로 결합한다면 2030년까지 최대 0.7%의 경제 성장 효과가 기대되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와 공공 서비스 부족 현상을 참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장기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민자들을 성공적이고 생산적인 노동 인구로 통합하는 일이다.
2022년 한 해 유럽연합으로의 이민자 ‘650만 명’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022년 한 해 동안 EU 지역에는 400만여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 포함 650만여 명의 EU 비회원국 주민들이 이주했고, 작년에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는 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이민자 증가의 규모와 구성은 각기 다른데 독일을 비롯한 중부 및 동유럽 국가들이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인 반면, 스페인은 남미 이민자 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
생산가능인구(working age population) 감소 추세에 있던 EU는 이러한 이민자 수 증가로 2022~23년 기간 최근 볼 수 없었던 빠른 속도의 인구 증가를 기록하는가 하면, 노년부양비율(old-age dependency ratio, 근로 연령 대비 은퇴 연령 인구 비율) 증가 속도가 늦춰지기도 했다.
지난 4년간 EU 내 신규 일자리의 2/3 이민자가 채워
또한 이민자 증가는 EU 노동 시장 강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2019~23년 기간 EU 내 420만여 개의 신규 일자리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70만여 개가 EU 비회원국 출신들로 채워졌고 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이민자들의 EU 노동시장 유입을 가속화했다. 작년 기준 EU 전체 취업자 대비 EU 및 비EU 이민자 출신 취업자 비율은 2005년 대비 각각 두 배씩 늘었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사실은 대규모 이민에도 불구하고 EU 지역 실업률은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인데, 이는 이민자들이 노동 인구 부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줬을 뿐 기존 일자리를 뺏어가지 않았다는 증거다. 특히 우크라이나 난민 중 여성들이 많았음에도 이전 이민자들보다 노동 시장에 빠르게 편입한 것은 고용 시장 호조와 더불어 ‘임시 보호 지침’(Temporary Protection Directive)을 통해 도착 즉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해준 덕분으로 보인다.
이민으로 인한 경제 성장 효과, 2030년까지 최대 0.7%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러한 이민 물결이 EU의 경제 성장과 지속 가능한 최대 생산량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일 것이다.
간단히 대답한다면 이민자 유입은 ‘혁신’과 ‘지식의 확산’을 통해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 노동 및 자본을 제외한 효율성, 기술, 혁신 등에 의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겠지만, 이는 이민자들이 적합한 직업을 찾아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된 후에 가능한 얘기다. 또한 노동 인구 증가를 뒷받침할 자본 투자가 따라주지 못하는 근미래에는 ‘노동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2023년 EU 내 고용이 팬데믹 이전 예상을 뛰어넘었음에도 노동 생산성이 예상에 못 미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결국 이민자를 노동 시장에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자본 투자를 통해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성공해야 장기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추세 분석 모델을 이용한 예측에 따르면 EU의 2030년까지의 생산량 증가는 이민으로 인한 노동 인구 증가, 이주민과 원주민 간 생산성 격차 해소, 이민자의 수용국 거주 기간 등 요인에 따라 0.2~0.7%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 증가율 예상치 중앙값은 0.5%로 유럽 지역 연간 GDP 성장률 예상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숫자다. 단기적으로는 자본 투자가 노동 공급을 따라가면서 성장률은 높아지겠지만 1인당 GDP까지 높아지려면 근본적인 생산성의 향상이 동반돼야 한다. 특히 이민자와 원주민 간 생산성 격차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1인당 GDP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한 자본 투자가 생산성 격차까지 해소해 부정적 효과는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민자 노동 시장 편입’과 ‘공공 서비스 지속 공급’이 핵심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 따르면 증가한 이민자 수용을 위한 재정 부담은 초기 비용이 EU 전체적으로 GDP의 0.2% 수준이었지만 인구에 비해 많은 이민자를 수용한 국가 중에는 1%에 이른 곳도 있었다. 단 중장기적인 재정 영향은 이민자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고용 시장에 통합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재정 부담과 더불어 이민자 증가는 교육, 주거 등을 포함한 지역 공공 서비스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인구가 3%나 증가해 공공 서비스 및 편의 시설 공급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지역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심각했던 주거 문제의 해결이 가장 큰 난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럽이 증가한 이민 인구를 거시 경제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망명 신청자에 대한 채용 제한 완화, 자영업 접근성 완화, 보유 기술 인정 절차 촉진(facilitating skill recognition), 언어 교육 및 주거지 마련 기회 확대 등이 모두 포함되며,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이민자들이 저숙련·저생산성 일자리를 전전하지 않고 더 생산적으로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공 서비스 및 편의 시설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민자 유입이 급증한 지역에는 국가 또는 EU 차원의 지원을 통해 교육, 의료, 주거 등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이민자들의 지역 이동 제한을 완화하고 주거지 선택의 기회를 높여 ‘이동 편의성’을 높인다면 늘어난 노동 공급을 지역 수요에 맞춰 배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독일의 사례와 같이 이민자 문제에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 NGO)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EU 및 회원국 정부들은 현재의 공공재(public goods) 제공 방식으로 이민자 증가로 인한 공공 서비스 품질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 반드시 따져보고 개선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프란체스카 카셀리(Francesca Caselli)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Macroeconomic implications of the recent surge of immigration to the EU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