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신한證 금융사고 조사 6개월 이상 소요” 신한금융지주 비은행 부문 타격 불가피
신한증권, 선물매매로 1,300억 운용손실 발생
ETF 호황 속 LP 업무 변질이 부른 참사
금융당국 전수조사 착수, 증권사 활동 위축 전망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1,300억원에 달하는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실적, 특히 비은행 부문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한증권, 분기 적자 유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3,336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다만 일회성 비용에 따라 손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 신한증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을 이번 분기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 비용으로 처리하면 손실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손실 추정액은 이미 상반기 순이익(1분기 757억원, 2분기 1,315억원)의 63%에 육박하지만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현재 금감원은 신한증권 금융사고를 놓고 조사 중이다. 금감원 측은 “이 같은 금융사고를 조사하는 표준처리 기간이 6개월로 권장되나, 이번 사안의 복잡성과 중대함을 고려하면 그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은 오는 25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신한증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신한금융의 전체 비은행 실적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손실추정액 1,300억원을 3분기 실적에 모두 반영할 경우 신한증권의 분기 적자가 유력하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최근 신한증권에서 발생한 사고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겹쳐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늦어도 4분기까지는 손실 처리가 모두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목적 벗어난 ETF 유동성 공급자 업무
신한증권의 운용 손실은 지난 8월 초 아시아 주식시장의 대규모 급락 시점에 이뤄진 코스피200 선물거래에서 발생했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역대급 폭락장을 맞자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 공급자) 목적에서 벗어나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선물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담당자는 손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스왑거래를 등록하기까지 했다.
LP는 ETF 시장에서 매수와 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 가격 형성을 유도하고, ETF 가격과 실제 순자산가치(NAV)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증권사들은 호가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선물거래를 통한 헤지(위험회피)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통상 선물을 매매해 보유포지션 가격변동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포지션 베팅을 통해 추가 수익을 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증권 역시 수익 추구를 위해 위험한 투자를 하다 이번 사태를 발생시켰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ETF LP 부서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손실이 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포지션 베팅으로 이익을 추구했다고 해도 ETF LP 부서에서 진행할 수 있는 거래 한도, 거래 횟수, 위험 노출 한도 등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사고가 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한도 시스템이 무력화됐거나, 누군가가 한도를 풀어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도를 열어주지 않았는데 직원이 허위 스왑거래를 꾸며내 대규모 매매를 하는 등 시스템을 피해 갔다면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린 셈이 된다. 윗선에서 한도를 일시적으로 풀어준 것이라면 공동의 책임이 있다 할 수 있다. 만에 하나 회사 자체에 LP 운용과 관련한 구체적 지침이 없었다면, 이 역시 회사 내부통제의 결함이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신한증권이 트레이딩 성격의 LP 업무를 국제영업본부에 배치하고, 트레이딩에 준하는 수준의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실적 중심의 조직 문화가 우선시되며 직원들이 리스크 관리보다 수익 창출에 치중했다는 해석이다.
ETF LP 활동 위축 불가피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ETF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당장 신한증권이 ETF의 초기 자금 투자(시딩)과 호가 제공을 중단한 상태다. 신한증권은 최근 운용사들에 기존에 약속했던 시딩과 호가 제공이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현장조사에 착수하고, 연루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예정인 만큼 당분간 업무수행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딩 중단 상품에는 다음달 초 출시될 밸류업ETF 관련 상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증권의 LP 업무 중단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가 LP 업무를 수행하며 관련 규정을 위반해 형사제재를 받거나 영업정지 또는 거래정지 이상 조치를 받을 경우 LP 업무가 1년간 제한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신한증권이 전체 ETF LP시장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며 “통상 ETF 상품 하나당 LP를 2곳 이상 두기 때문에 신한증권이 LP업에서 일시적으로 제외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LP의 내부통제 이슈가 터진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금투업계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간 만큼 증권사들의 LP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거래과 관련한 전수점검에 착수했다. ETF 시장의 계열사 지원 현황과 자산운용사 매매주문 배분 등 관련 업무 실태를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로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