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 손실, “예상보다 훨씬 클 수도”
신규 기후 모델, ‘길고 심각한’ 기후 피해 예측
적용 변수와 가정에 따라 예측치 차이 “아직 커”
‘심각한 영향’ 가정하는 ‘보수적 접근’이 현명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금융 시스템 친환경화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이하 NGFS)의 최근 자료는 이전에 추산한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이 심각하게 과소평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NGFS가 새로 채택한 ‘피해 함수’(damage functions, 자연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피해 간 관계를 나타내는 함수)는 기후 변화가 가져올 경제 피해가 훨씬 크고 장기에 걸쳐 일어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정책 결정자들과 금융 기관들은 신규 모델을 참고해 기후 변화 영향을 추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선제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11월로 예정된 ‘제29차 유엔 기후 변화 연례 회의’(COP29)에서도 보다 강력하고 과학에 근거한 기후 행동이 도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 손실 예측, ‘2%에서 45%’로 차이 커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기온 상승, 강수 패턴, 극한 기후 등의 날씨 변수들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복합적이고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도출된 예측치들이 ‘최소한의 영향’에서 ‘심각한 경제적 손실’까지 광범위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NGFS의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예측하는 지구 기온 섭씨 1도 상승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세계 GDP의 1%~25%로 다양하며 2100년까지의 총생산량 감소도 2%~45%로 차이가 매우 크다.
기후 피해 예측의 차이는 경제 성장률 예상 차이로 직결된다. 2100년까지의 세계 경제 성장률 예측은 피해 예측치에 따라 125%에서 300%까지 차이가 벌어진다. 기후 변화의 경제 영향에 대한 더 정교한 연구가 절박한 이유다.
신규 ‘피해 함수’, ‘장기적이고 심각한 피해 규모’ 예측
이러한 예측치의 차이는 각각의 ‘피해 함수’에 적용된 변수와 가정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최근 NGFS가 채용한 막시밀리안 코츠(Maximilian Kotz), 안데르스 레버만(Anders Levermann), 레오니 웬츠(Leonie Wenz)(이하 ‘코츠 외 저자들’)의 ‘피해 함수’는 보다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피해 규모를 높은 수준에서 예상하고 있다. 해당 예측치는 즉각적인 영향에 머물지 않고 장기간에 걸친 기후 효과를 반영하고 있어, 너무 심각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2020년 이후 NGFS가 발표하는 시나리오들은 다양한 기후 정책이 가져올 결과들을 제시함으로써 금융 산업이 기후 위험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기후 변화 피해 규모를 계량화하는 도구가 ‘피해 함수’다. ‘코츠 외 저자들’의 ‘피해 함수’는 올해 발표될 NGFS 기후 시나리오의 핵심이자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도약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단순한 기온 상승의 범주를 넘어 기온 변화, 강수 패턴, 폭우 등 다양한 기후 변수들이 지구적 규모와 국가별 영역에서 경제에 미칠 영향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역 기후 데이터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기후 영향을 분석 모델에 포함해 금융 기관들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거시 경제 영향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전 모델들과 달리 기후 현상이 미칠 영향을 최대 10년까지 예측한 것은 기후 위험의 장기적 속성을 감안한 것으로 재무적 위험 평가에 필수적인 ‘예방적 접근’(precautionary approach)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 기관들은 향후 위험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코츠 외 저자’들의 모델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전의 NGFS 시나리오들도 ‘고위험’(high damage) 가정을 채택했다고 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기후 영향 변수들을 고려해 포괄적인 접근을 보여주는 최근 모델들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규제 당국을 포함한 금융 기관들은 신규 모델이 제시하는 현실적 심각성에 기반해 기후 변화가 운용 자산에 미칠 영향을 테스트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변수 포함 여부와 가정 채택에 따른 ‘예측 차이 아직 커’
하지만 발전한 예측 모델 역시 심각한 불확실성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코츠 외 저자들’의 모델을 포함한 ‘피해 함수’들의 예측치가 아직도 넓은 신뢰 구간(confidence interval)을 포함하는 것이 이를 말해 주는데, 향후 기후 변화 패턴 및 인류의 사회경제적 적응, 지역별 기후 영향 등의 변수들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뭄, 홍수, 사이클론(cyclones) 등의 기후 현상들은 앞으로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들을 경제학적 모델에 적용해 정확히 수치화하는 것은 숙제로 남아있다. 여기에 기후 변화에 대한 가정도 제각각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NGFS의 ‘현 정책’(current policies) 시나리오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평균 기온 대비 섭씨 3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것이 기후 변화로 인한 주민들의 이주 및 갈등을 포함하는 사회적, 지정학적 변수인데 이 역시 심각한 경제적 피해로 연결될 것이 분명하지만 현재의 예측 모델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현재 모델은 기후 변화에 대한 인류의 ‘적응 가능성’을 변수로 포함하지 못해 기후 피해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심각성을 강조한 ‘코츠 외 저자들’의 ‘피해 함수’를 활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생각으로 판단된다.
NGFS가 채용한 신규 ‘피해 함수’는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경제적 손실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개선된 예측치를 제공하기 위해 더 포괄적이고 정교한 연구가 요구된다.
원문의 저자는 젠 아츠(Senne Aerts)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금융 안정 전문가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Economic losses from climate change are probably larger than you think: New NGFS scenario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