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끌어 쓰고 교부세·교부금 줄이겠다” 정부의 30조원 세수 펑크 대응책
정부, 세수 결손 충당 위해 각종 기금 활용 예정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집행도 일부 보류
"정부 책임 왜 지자체에 전가하나" 곳곳에서 불만 제기
정부가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각종 기금과 특별회계 여유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세수 위축에 따른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외평기금 등의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가용 재원 최대한 활용”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세수 결손 대응책을 발표, 재정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채 추가 발행 없이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정부 내 가용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채 추가 발행은 미래 세대 부담으로 이어지는 데다 대외 신신도, 물가 및 금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기재부는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 수입이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 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29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14조~16조원 규모의 기금·특별회계 여유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공자기금 여유 재원을 4조원 안팎으로 당겨쓰고, 올해 공자기금의 4~6조원 규모 외평기금 상환을 미룬 뒤 일반회계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주택기금(2조~3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3,000억원)의 경우 여유 재원을 활용해 공자 예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축소
정부는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의 감소분을 줄이기 위해 외평기금 활용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국세 수입에 비율로 연동되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은 세수가 감소하는 만큼 교부 규모도 줄여야 한다. 세수 재추계에 따라 올해 예산 대비 감액해야 하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은 9조7,000억원이다. 다만 기재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올해와 차차년도에 분산해서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약 6조5,000억원은 집행을 보류하고, 약 3조2,000억원은 교부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방교부세의 올해 예산 대비 감액 규모는 4조3,000억원이다. 다만 2년에 걸쳐 균분 정산을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이 중 약 50%인 2조1,000억원은 그대로 교부된다. 교육교부금의 경우 올해 예산 대비 감소해야 하는 5조4,000억원 중 약 20%인 1조1,000억원이 교부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경우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 7조원 수준의 자체 가용 재원 활용 여력이 있고, 지방 세수는 부동산 거래 회복 및 공시 가격 상승에 따른 취득세·재산세 증가 등으로 안정화 추세에 있어 교부액 감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도 교육청 역시 재정안정화기금, 시설환경개선기금 등 자체 가용 재원이 9조원 수준에 달해 교부금 감소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지자체 반발 예상돼
문제는 이 같은 정부 결정에 각 지자체 및 교육청이 반기를 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자체들은 이번 세수 결손 대응책 발표 이전부터 정부가 세수 결손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일례로 지난달 전북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성수 위원장은 부산·세종·경남도의회 예결산특별위원장과 함께 국회를 방문, 정부의 지방교부세(금) 집행 보류 계획 중단 및 미지급된 교부세(금) 지급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전달했다. 해당 건의안에는 전북·부산·세종·경남·광주·울산·경기·강원·충북·전남·경북·제주 등 전국 12개 광역의회 예결산특별위원장이 동참했다.
광역의회 예결위원장들은 “최근 정부가 2024년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약 29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발표하면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액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교부세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국세가 줄어들면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역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정돼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지방자치법 제137조제2항의 국가의 부담을 지방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국민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외 최대 자치분권 플랫폼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역시 교부세 삭감과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KDLC과 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는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지방정부 재정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KDLC 상임대표인 박승원 광명시장은 “중앙정부의 세수 결손은 감세 정책으로 인해 발생했는데, 그 책임은 오로지 지방 정부의 사업 중단·축소로 이어져 국민들의 안전, 복지, 문화 등 생활밀착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더욱 심각한 건 올해도 교부세 삭감 등을 기재부가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오는데 이는 지방정부 재정 파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