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비싼데 대출은 빡빡” 냉기 도는 서울 아파트 시장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 3,000건에 그칠 듯
단기급등 피로감·강도 높은 대출규제 맞물려
대출 규제 속 중저가·초고가 아파트 매매만 활발
연중 활기를 띠던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거래량은 물론 가격 변동률도 보합 수준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그간 가파르게 오른 집값에 대한 피로감과 더불어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7월의 3분의 1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지난 9월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2,910건으로 집계됐다. 신고기한이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9월 매매 거래건수는 3,000건가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거래량이 정점을 찍었던 7월(9,028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매매거래의 활성화를 나타내는 지표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법원 등기정보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오피스텔 등) 거래회전율은 0.39%로 지난 2월(0.3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 달 전(0.43%)에 비해서도 0.04%포인트(p) 내려앉았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 또한 멈췄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1% 오르는 데 그쳐 2주 연속 그 폭이 둔화됐다. 재건축은 보합(0%) 수준까지 내려왔고, 일반 아파트가 0.01% 상승했다. 서울 25개구 중에서도 가격이 오른 곳은 △강동(0.08%) △마포(0.03%) △동작(0.02%) △영등포(0.01%) △성북(0.01%) 등 다섯 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보합이다. 그간 상승폭이 컸던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일대도 열기가 식은 분위기다.
대출 막히자 거래도 뚝
시장에서는 아파트 가격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부동산R114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7월 둘째주 전주대비 0.05% 오르면서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는 지난 8월 둘째주 0.32% 상승해 5년 11개월 만에 최대폭을 나타냈다.
또한 올해 초부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지목돼 왔으나, 대출 규제 강화 영향이 시장을 누르면서 금리 인하 효과도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에 나섰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이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와 주택 매수 심리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5.8로 전월(140.5)보다 14.7포인트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돈줄 죄기는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1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대출이 막히며 전세 시장까지 위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은 “아파트값이 빠르게 올라 매수자들이 부담스러워하던 차에 대출까지 줄이니 거래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책대출 유효한 9억 이하와 현금부자 쏠리는 30억 초과만 증가세
다만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이 아파트 가격에 따라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중저가 아파트와 초고가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10월 매매돼 이달 25일까지 거래 신고를 마친 서울 아파트 총 4,138건 중 9억원 이하 거래 건수는 2,184건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과반인 52.8%다. 직전 2개월(7~8월)의 9억원 이하 거래 비중(43%)보다 9.8% 포인트, 지난 5~6월(41.3%)과 비교하면 11.5%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의 중고가 금액대의 거래는 위축이 두드러진다. 지난 9~10월 거래 비중은 27.6%로 7~8월(33.7%)보다 6.1% 포인트 감소했다. 15억 초과~30억원 이하 거래 비중도 7~8월 19.2%에서 9~10월 15.1%로 4.1% 포인트 줄었다. 9억원 이하의 중저가 주택은 신생아 특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등 금리가 낮은 정부 정책대출이 유효하지만, 9억원 초과 중고가 주택은 제외되면서 규제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 부자’들의 거래가 많은 30억원 이상 초고가 거래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30억원 초과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 7~8월 4.0%에서 9~10월 4.5% 포인트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아파트는 대출이 쉽지 않아 현금 부자들의 거래가 많기 때문에 대출규제 영향이 덜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