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 전에 막차 타세요” 대출모집인, 제2금융권 수요 흡수 나서
'대출 조이기' 예고한 제2금융권, 대출모집인 영업 활발
시중은행 대출모집인 상품 취급 제한에 풍선 효과 발생
일부 대출모집인은 편법 대출·작업 대출 유도하기도
새마을금고·농협 등 상호금융을 비롯한 제2금융권이 정부의 ‘대출 조이기’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가운데, 대출모집인들이 금융 소비자들의 ‘막차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제1금융권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상품 취급을 줄줄이 축소·중단하자, 아직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지 않은 2금융권 내 영업이 한층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대출모집인 제2금융권에 몰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대출모집인들의 2금융권 대출 관련 광고 글이 매일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대출모집인이란 대출 신청 상담과 신청서 접수,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상담사 및 상담 법인을 의미한다.
대출모집인들은 “규제 시행 전 미리 서류를 접수해 여신(대출)을 확보할 수 있다”, “미리 접수하면 2금융권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50%, 최저 연 3%대 금리 적용이 가능하다” 등의 홍보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 DSR을 50%에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영업에 나선 것이다. DSR은 연 소득에서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DSR이 낮아질수록 빌릴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높은 대출 한도와 낮은 금리’를 앞세워 영업을 강화하던 상호금융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자, 규제 시행 전 남은 1~2주 내 선착순으로 대출 신청을 받는다는 대출모집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주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현재 세부 규제안을 마련 중이며, 11월 초에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도 새마을금고와 유사한 수준으로 대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으나, 실제 시행까지는 수 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모집인 막아서는 시중은행
대출모집인들이 2금융권 영업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1금융권 대출 규제가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연간 성장 목표치 한도 내에서 대출모집인 신청을 받고 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예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8월부터 대출모집 법인별 접수 한도를 관리하고 있지만, 거래 중인 대출모집법인의 대출 취급 한도가 12월분까지 모두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23일부터 대출모집인별 신규 취급 한도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취급을 중단한 것과는 차별화된 조치”라며 “이를 통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금융 공급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권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상품 취급을 줄인 것은 대출모집인을 통해 접수된 주담대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8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23조135억원) 중 11조4,942억원(49.9%)이 대출모집인을 거쳐 실행됐다. 일부 은행은 올해 상반기 전체 주담대의 3분의 2에 가까운 물량을 대출모집인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사업자 대출 받으세요” 꼼수 주의해야
문제는 시중은행의 규제로 2금융권 내 대출모집인 영업이 활발해지며 편법 대출이나 작업 대출을 유도하는 대출모집인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업체에서 우선 돈을 빌려 집을 산 뒤, 사업자 등록 후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아 돈을 상환하면 된다며 이를 중개하겠다고 홍보한다. 사업자 대출이 가계대출에 비해 한도가 높고 규제가 느슨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일부 대출모집인은 대부업체보다 금리가 낮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에서 주담대를 받은 후 대환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P2P 대출은 DSR뿐만 아니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대출금리는 연 10~15% 수준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 같은 편법 대출을 이용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대출모집인들이 고객에게 사업자 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하는 것은 사업자 대출의 중개 수수료율이 가계대출보다 높기 때문”이라며 “대출모집인인 척 소비자를 속여 작업 대출 조직과 협업하는 사례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위로 사업자 등록을 한 후 대출을 받는다면 금융사의 사후 용도 점검 과정에서 적발될 확률이 높다”며 “이 경우 그대로 대출금을 상환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