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따라 움직이는 좀비VC들 “이번엔 농식품 모태펀드”에 몰려

‘돈맥경화’ 속 문화계정에 몰렸던 VC들, 이번엔 ‘농식품 모태펀드’에 몰려 인센티브 지급 등 지난해보다 개선됐지만 ‘VC 업계 자생적 발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한편, 푸드테크 산업 육성 본격화하는 정부 “27년까지 유니콘 기업 30개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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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의 농림수산식품펀드(이하 농식품 모태펀드)로 벤처캐피탈(VC)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농식품 모태펀드의 투자 범위 다각화 및 관리보수 증가 등에 따라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좀비VC’이라는 표현과 함께 VC 업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중기부 모태펀드 예산 삭감 등의 이유로 벤처투자 시장에 ‘돈맥경화’ 증상이 나타나자, 기존 농식품 출자사업에 관심 없던 VC나 일반 PE들마저 이번 출자사업에 관심을 두고 몰려든다는 지적이다.

농금원 관계자는 “자펀드 수가 지난해보다 2개 줄었지만, 오히려 이번 설명회에 참석한 VC 수가 늘었다”고 말하며 “지난해보다 매칭 출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관리보수 측면에서의 일부 개선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전했다.

농식품 모태펀드, 지난해보다 수익성 개선될 것으로 평가

농금원은 올해 농업 분야에 투자하는 농식품펀드 8개(1,240억원)와 수산 분야에 투자하는 수산펀드 1개(120억원) 등 총 1,360억원 규모의 농식품 모태자펀드를 정시 출자사업을 통해 결성키로 했다. 위탁운용사(GP)는 각 펀드별 1곳으로 모두 9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올해 정시에선 작년보다 투자 범위 확대와 관리보수 측면에서의 수익성 개선이 눈에 띈다. 기존 영파머스 자펀드는 1차 농산업 경영체에만 투자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1차 농산업 경영체뿐만 아니라 농·축산물 가공 또는 유통 기업으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 관리보수는 연차별 목표 비율 이상 투자하는 경우와 농금원이 직접 투자한 기업에 후속 투자를 할 경우 투자금액의 1%를 추가 관리보수로 지급하도록 바꾸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또 등록 후 만 1년 이내 출자약정액의 40%, 만 2년 이내 70%, 만 3년 이내 90%를 투자할 경우 모두 추가 관리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개정했다.

아울러 농식품 모태펀드는 다른 분야에 비해 투자배수와 회수가 어려운 농식품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매칭 출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추가됐다. 또 농금원은 지자체가 출자자로 참여하는 경우 출자금액의 200% 이내를 해당 지역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매칭출자 활성화를 위한 계획도 내놨다. 이에 더해 지자체 출자금액만큼 농식품 모태펀드 출자금액을 늘려 지자체의 매칭출자를 적극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쪽저쪽” 정부 예산 따라 움직이는 VC

VC 업계의 관심이 쏠린 건 이번 농식품 출자사업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문화계정 출자사업 설명회에도 VC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2,475억의 예산이 배정되면서 업계 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렇게 늘어난 관심에 민간 벤처투자의 자생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적합한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출자를 검토 중인 한 VC 관계자는 “농식품 분야는 투자회수가 어려워 관심이 적었던 분야지만, 최근 벤처 업계 돈 가뭄이 계속되자 정부 모태펀드에 더 많은 VC들이 몰리고 있다”며 “특히 농식품 전문이 아닌 VC나 일반 PE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VC 업계 돈 가뭄은 고금리로 악화된 벤처 투자 시장 및 중기부의 모태펀드 예산 삭감 등에 따라 지속되고 있다. 특히 레고랜드로 상징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가 벤처투자 시장으로까지 퍼지면서 주요 출자자인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업계가 PF 유동성 위기관리라는 명목 아래 출자에 인색한 상황이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한편, 푸드테크 산업화에 도전하겠다는 정부

코로나19 이후 세계 식품 소비 유행이 건강과 환경 중시의 가치소비 확산, 개인 맞춤형 소비, 비대면 소비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며 푸드테크가 주목 받고 있다. 푸드테크(Foodtech)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전반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기술이 결합된 신산업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식물성 대체식품, 식품 프린팅, 온라인 유통플랫폼, 무인 주문기(키오스크), 배달·서빙·조리 로봇 등이 있다.

현재 온라인플랫폼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국내 푸드테크 시장의 규모는 약 61조원으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1.4%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푸드테크 전용 펀드를 조성, 푸드테크 기업에게 사업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푸드테크 자펀드 신설 역시 정부가 푸드테크를 세계적으로 고성장이 전망되는 산업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사업으로 풀이된다. 자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은 정부의 10대 혁신 분야에 종사하는 사업 가운데 개시 7년 미만 농식품 경영체로 한정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 이행을 통해 청년 창업 기회 확대, 기업의 해외 진출 활성화 등 농식품산업에는 도약의 기회가 마련되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에 대응한 지속 가능한 국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며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