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도 벤처 대출 뛰어드는 금융계, 15억 달러 펀딩 성공한 아레스

3,520억 달러 규모의 관리 자산과 355명의 전담 투자 전문가 보유한 아레스 그룹 SVB 파산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벤처 대출 열기, 스타트업에는 호재? SVB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 형성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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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레스 매니지먼트 홈페이지 갈무리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벤처 대출 모델은 금융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아니었다면, 벤처 대출이 지분 희석을 꺼리는 벤처 기업과 고수익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는 투자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평이 많다. 지난 10일에는 뉴욕에서 ‘벤처 대출 컨퍼런스’가 개최되어 SVB 파산 이후 벤처 대출 생태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SVB 파산에도 금융계로 확산되고 있는 벤처 대출 모델

최근 개최된 벤처 대출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특히 은행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SVB의 벤처 대출 모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스타트업은 소유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분 투자를 받는 대신 주식 담보 대출을 선호한다. 이러한 선호는 주식 담보 대출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투자 옵션으로 여기는 투자자들에게도 유리하다. SVB의 벤처 대출 모델은 이미 투자를 받고 다음 투자 라운드를 준비 중인 스타트업에 과거 투자금의 50%를 대출해 주면,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 유치 시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이 모델의 ‘투자-성장-재투자’ 공식은 위험 대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안정적인 시장에서 잘 작동했다.

그러나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긴축 이후 벤처 대출 모델은 리스크 관리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재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당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 것이다. SVB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위험한 지분 투자가 아닌 미래 투자를 담보로 한 대출이 여전히 스타트업 자금 조달에 적합한 투자 모델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SVB의 파산을 계기로 유동성 확보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면서 투자자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 제시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의 확산은 벤처 대출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출을 통해 스타트업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테일 시장에 진출한 아레스 매니지먼트

벤처 대출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최근의 예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사모 대출 펀드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모금한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가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 24일 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미국 중간 시장 기업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약 15억 달러의 투자 가능한 자본을 마련한 민간 사업 개발 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아레스 전략 소득 펀드(Ares Strategic Income Fund)라 불리는 이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8억4,71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특히 JP 모건으로부터 6억2,500만 달러의 신용을 확보했다.

사진=아레스가 SEC에 제출한 자료 갈무리

미첼 골드스타인(Mitchell Goldstein) 파트너, 아레스 크레딧 그룹 공동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대표는 “시장 사이클 전반에 걸쳐 상대적인 하방 보호와 함께 매력적인 수준의 현재 소득을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가치 제안을 제공하는 상품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액 자산가들이 대체 수입원을 찾고 있는 가운데 ASIF는 투자자들에게 아레스의 선도적인 신용 투자 플랫폼과 사이클 테스트를 거친 투자 접근법을 통해 차별화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또한 아레스의 기관 관계자들이 사모 발행에서 보여준 강력한 초기 지지에 감사하며, 이는 ASIF와 아레스의 신용 역량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그의 말에서 드러나듯 사모 대출 펀드 운용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부유한 개인에게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벤처 투자 관련 전문 분석기관인 피치북(PitchBook)의 2022년 연례 글로벌 사모 대출 펀드 보고서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부유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상장 BDC와 신용 지향적 인터벌 펀드를 통해 조달된 총자본이 2022년에 4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전년 대비 47.2% 증가한 수치다.

새로 출범한 아레스의 BDC는 2022년 말 기준 2,140억 달러 이상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아레스의 신용 사업부에서 관리할 예정이다. ASIF의 주요 임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천만 달러에서 2억5천만 달러인 기업에 선순위 담보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후순위 부채 및 기타 유형의 후순위 자본과 같은 대출 기회도 유연하게 추구할 수 있다. SEC 서류에 따르면 이 펀드는 현금 관리를 목적으로 광범위한 신디케이트론과 하이일드 회사채 및 담보부 대출채무와 같은 기타 유동성 신용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다. ASIF는 다른 아레스 펀드와 공동 투자할 수도 있다.

마이클 스미스(Michael Smith) 파트너, ASIF 공동 최고경영자(CEO) 겸 아레스 크레딧 그룹 공동 대표는 “아레스 신용 그룹과 우리의 글로벌 직접 대출 플랫폼은 미들마켓 기업에 투자할 때 수십 년의 경험과 고도로 발달된 상대적 가치 렌즈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레스 신용 그룹의 광범위한 신용 플랫폼과 유연한 자본을 통해 고품질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기관 및 개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위험 조정 수익을 창출하는 아레스의 입증된 실적을 바탕으로 ASIF를 출범하게 되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아레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마이클 아루게티(Michael Arougheti)는 “2월 실적 발표에서 개인 신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아루게티는 또 “대체로 사모 대출 펀드는 신규 투자를 하거나 기존 포트폴리오를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채무 불이행 증가와 대출 조건 변경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모펀드의 황금기, 블랙스톤과 블루아울

247억7,000만 달러 규모의 BCRED를 운용하는 블랙스톤은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규모의 리테일 풀을 조성한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블루 아울 캐피털의 직접 대출 플랫폼도 6개의 비상장 BDC를 통해 160억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수익률 지향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 인수 기준 강화, 은행의 위험 대출 축소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산군인 사모펀드로 더 많은 자본이 몰리고 있다. 1분기에 사모 신용 펀드가 3.4% 증가한 블랙스톤은 사모 대출에 대해 낙관적이다. 조나단 그레이 사장 겸 CO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의 파산으로 예금 유출을 겪고 있는 지역 은행의 대출이 최근 제약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사모 크레딧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 투자자에게 유리해진 시장

조기 상장 및 매각 가능성이 닫히면서 투자 시장의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리즈 C 이후 투자해 상장을 시도하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시리즈 B 이전 단계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투자에 뛰어들지 못했던 소액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찾으면서 벤처 대출 모델이 다시 한번 각광을 받고 있다. 기업 가치 평가도 스타트업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기업가치가 과거에 비해 적게는 10~20%, 많게는 30~40%까지 낮아지면서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벤처 대출을 사모펀드 사업의 일부로 간주했다. 시장에서 매각이나 공모 직전에 상환하는 일시적인 투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수익률은 사모펀드 투자보다 낮았다.

하지만 시장이 확대되고 벤처 대출이 보편화되면서 사모펀드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시장에 은행이 뛰어들었다. SVB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컨퍼런스의 한 패널은 “불과 3년 전 미국 서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벤처 대출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벤처 대출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3년 만에 벤처 대출에 대한 이해가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왜 채권의 수익률과 주식의 위험을 가진 자산을 매입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SVB의 파산이 사업 실패가 아니라 자산 유동성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공백을 메우려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2년 전 대규모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2023년 하반기에 자금이 고갈되면 벤처 대출 모델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SVB가 남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를 위한 벤처 대출 모델

결론적으로 벤처 대출 모델은 SVB 파산에도 불구하고 다시 부활하고 있다. 아레스 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과 같은 금융 기관은 새로운 펀드를 출시하고 리테일 시장을 공략하여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이러한 트렌드를 활용하고 있다. 시장이 소액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변화하고 스타트업이 낮은 밸류에이션의 혜택을 받으면서 더 많은 투자자가 벤처 대출의 잠재력을 실행 가능한 투자 모델로 인식하고 있다.

벤처 대출에 대한 관심 증가는 투자자들이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대체 투자 전략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주식과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군이 변동성이 커지고 수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사모채권과 벤처 대출은 위험과 보상의 독특한 조합을 제공하는 만큼 기관 및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규제 환경도 벤처 대출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 당국이 기존 은행과 대출 관행을 면밀히 조사함에 따라 벤처 부채 펀드나 BDC와 같은 대체 대출 기관은 기존 은행의 공백을 메우고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졌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 기타 고성장 기업에 절실히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여 혁신과 경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

벤처 대출의 장밋빛 미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몇 가지 요인을 고려할 때 벤처 대출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대체 투자 전략에 대한 수요, 소규모 투자자와 스타트업에 유리한 시장 역학 관계의 변화, 진화하는 규제 환경은 모두 벤처 대출이 광범위한 민간 대출 시장의 핵심 구성 요소로서 탄탄하게 자리 잡을 미래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더 많은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벤처 대출의 잠재력을 인식함에 따라 벤처 대출 업계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해 나갈 것이다. 새로운 투자 구조와 상품 개발 및 아레스 펀드와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며 이는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투자자와 펀드 매니저가 경계를 늦추지 않고 SVB 파산과 같은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 또한 중요하다. 강력한 리스크 관리 관행에 집중하고 적절한 감사를 수행함으로써 벤처 대출 산업은 계속해서 번창하여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절실히 필요한 자본을 제공하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SVB 파산 이후 벤처 대출 모델의 부활이 투자 환경의 변화를 강력히 시사하는 가운데, 아레스 매니지먼트, 블랙스톤 등의 금융 기관은 새로운 펀드를 출시하고 리테일 시장을 공략하여 자금 모금에 나서면서 이러한 트렌드를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