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유니콘 51개사 선정한 중기부, 언제까지 ‘숫자 놀음’에 치중할 것인가
중기부, 아기유니콘 선정 사업으로 ‘수치상’ 성과 봤다 “현실은 시궁창”, 간판만 유니콘 ‘속출’ ‘숫자’에 집착하는 정부, ‘질적 향상’ 생각해야 할 때
중소벤처기업부가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아기유니콘’ 기업 51개사를 선정했다. 아기유니콘은 지난 20년 시작된 글로벌 유니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간 4회차 동안 200개사가 아기유니콘으로 선발됐다. 이번 모집엔 299개 스타트업이 신청해 약 6:1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기부, 아기유니콘 선정 → 각종 자금 지원
이번에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신시장 개척자금 최대 3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특별보증(최대 50억원), 정책자금(최대 100억원), R&D(최대 20억원) 자금을 신청할 시 우대를 받게 돼 최대 17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턴 아기유니콘이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도 혁신적 사업모델과 기술력으로 유니콘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창업기업이 선정됐다. KAIST 최재식 교수의 교수창업기업 이자 ‘설명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XAI)’으로 제조현장에서 공정 최적화 및 안정적인 프로세스 자동화와 기업이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내 대표 XAI 스타트업 ‘인이지’도 그중 하나다.
또 공개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엔닷라이트는 가상의 입체물을 제작·수정하는 3D(3차원) 모델링을 웹에서 간편하게 구현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압도적인 성장 가능성을 내보였다. 다리소프트는 차량에 장착하는 AI(인공지능) 기반 도로 분석장치를 개발해 도로의 파손과 균열, 낙하물 등을 탐지하고 위험정보를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아기유니콘 기업들은 미국, 인도, 유럽 등 외국에서도 매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차후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네오켄바이오(대표 함정엽), 농업회사법인 푸디웜(대표 김태훈), 뉴클릭스바이오(대표 강호영), 더트라이브(대표 전민수), 디버(대표 장승래), 디오리진(대표 정재식), 디오비스튜디오(대표 오제욱), 리브애니웨어(대표 김지연), 리서리스테라퓨틱스(대표 김용배), 리콘랩스(대표 반성훈), 마이크로트(대표 한종철), 마인즈에이아이(대표 석정호) 등이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아기유니콘은 혁신적인 사업모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선발된 아기유니콘도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앞으로 해당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스케일업을 이룰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치적 성과 있지만, 현실은
아기유니콘 육성 사업은 수치적으로 확실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 2020년~2021년 참여 기업의 22년말 기준 고용 인원은 6,441명으로 전년 대비 21%(1,120명) 증가했으며, 22년 상·하반기 참여 기업의 22년 말 기준 고용 인원은 3,671명으로 협약 시점 대비 9.3%(312명) 증가했다. 매출 또한 전체 기업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년에 4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기유니콘·예비유니콘 선정을 통한 지원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스러지는 스타트업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된 ‘컬리’는 상장을 준비하다 결국 올해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이미 컬리의 기업가치가 4분의 1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기에 컬리의 상장 철회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컬리와 함께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됐던 국내 1세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플랫폼 ‘왓챠’ 또한 결손금 증가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며 사업 존속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최근엔 지분 매각이 무산되는 등 추가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상 왓챠에게 절실한 ‘탈출구’가 거의 막혀 있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 유니콘 기업 숫자에만 매몰돼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유니콘 기업 육성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가 유니콘 기업의 숫자에만 치중해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기업은 지난해 22개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투자 주도형의 양적 성장에 매몰돼 기업의 ‘질적 성장’에 소홀해 왓챠, 컬리와 같은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사실상 퇴보한 기업도 적지 않다. 과거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었으나 뒷걸음질 친 옐로모바일, 티몬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중기부가 육성 성공 사례로 꼽는 예비유니콘 중 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채 못 미치는 곳도 있다. 축산물 전문 유통 플랫폼 ‘정육각’은 지난해 3월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빌린 단기자금대출을 갚지 못해 채무 상환 논란을 빚으며 기업가치가 700억원 선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중기부의 유니콘 기업 집계 방식 때문이다. 중기부는 유니콘 기업을 집계할 때 글로벌 벤처캐피탈(VC) 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등재된 국내 유니콘 목록에 중기부가 직접 추가로 확인한 기업을 더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결국 주요 판단 근거가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 인정 받은 기업가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 유치 이후 기업가치가 급락한 기업들까지 여전히 유니콘 기업 목록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놀음,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벤처투자 위축으로 전반적인 기업가치가 급락한 상황에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유니콘 기업 목록을 발표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실상 자기만족밖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격을 높일 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선 보다 확실한 유니콘 집계 및 이에 따른 ‘족집게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