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애로 해소 플랫폼 ‘벤처로’ 오픈, 실제 벤처기업에 도움될까?

벤처기업협회, 새로운 규제 해결 플랫폼 ‘벤처로’ 선보여 중기부 등 유관부서에서도 유사한 플랫폼 운영 경험, 효과는 미미 ‘규제 공무원 관계 개선’ 같은 현실적인 정책 대안 생각해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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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벤처로 홈페이지

벤처기업협회(이하 벤처협)가 16일 벤처기업과 회원사 간의 벤처규제 이슈 공유 및 규제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벤처규제 애로 플랫폼 ‘벤처로(Venturelaw)’를 오픈한다고 밝혔다. 벤처로가 기존 규제 개선 온라인 플랫폼들과 달리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벤처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실제 해결해 주는 창구가 될지 주목된다.

벤처기업협회, 벤처로 통해 원스톱 규제 해결 지원

벤처협은 벤처로를 통해 규제·애로사항 신청·접수, 내부 검토, 간담회 등을 통한 규제·애로사항의 소관 부처 전달, 부처 처리결과 피드백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해 벤처기업의 규제·애로사항 해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의 성장 저해 요소로 작용하는 규제 등의 애로 발굴 및 벤처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관련 애로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 협의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규제·애로사항에 대한 접수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 예보나 벤처기업을 위한 규제 정보 및 이슈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벤처로에서는 규제 개선 제안 외에도 벤처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신규 규제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홈페이지에는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국세청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이 게시돼 있다. 이 개정안에 따라 조리한 음식과 함께 주류 등을 배달하는 음식업자는 도시공원, 어린이보호구역 등 지자체 조례에 따라 지정된 금주구역에 배달을 할 수 없게 된다.

성상엽 벤처협 회장은 “벤처로를 통해 벤처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해소하여 벤처기업의 성장 및 혁신벤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며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는 각종 산업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1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대회의실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관계자들이 ‘기업성장응답센터’ 개소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캠코

유사 목적의 규제 소통 창구 이미 많아, 실효성 의문

하지만 일각에서는 벤처로가 규제개선 목적으로 운영했던 다른 유사 창구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종전에도 수많은 사업들이 ‘중소기업 규제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으나 실제 규제개선에는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만 해도 규제개선을 위해 복수의 창구를 운영한 전력이 있다. 2020년 기업이 공공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기 쉽지 않은 만큼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전담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발족한 ‘공공기관 기업성장응답센터(이하 기업성장센터)’가 대표적이다. 당시 중기부는 기업성장센터 운영을 통해 기업 소통을 기반으로 한 규제 애로 상시 발굴 처리를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5개 중소기업 단체를 ‘규제 애로 발굴·개선 지원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추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역시 운영 목적과 내용 면에서 벤처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규제 개선에 따른 가시적인 효과는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중소기업 규제혁신을 위한 정책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4일부터 9월 4일까지 중소기업 352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규제로 인한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응답 기업의 절반을 넘는 55.1%는 규제로 인해 신규 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중소·벤처기업에 도움 되는 현실적인 규제개선 방안 찾아야

지난달 정부는 ‘글로벌 혁신 특구’ 조성계획을 발표, 현행 제도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규제 지체’를 극복하고 혁신 스타트업 등의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적극 적용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역단위로 특정 지구를 지정해 해당 지역만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는 중소·벤처기업들의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정책사업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실제 현장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이 겪는 애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는다. 인허가와 관련된 주요 정보를 사전에 공유 및 검토를 지원하는 전문기관 등을 설립해 기업들의 고충을 신속하게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기업들은 기술 실증 등의 인허가 과정을 매우 어렵게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허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규제 담당 공무원들의 딱딱하고 고압적인 태도는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 혁파를 외치는 목소리도 높아져 왔다. 지금껏 거창한 로드맵을 보여줬으나, ‘규제자유특구’, ‘규제샌드박스’ 등 이전 정부들이 내놓은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탓에 실질적인 성과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지난 5월 글로벌 혁신 특구 간담회에서 “대통령 세 명이 달라붙어 규제를 해소하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규제 혁파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역설했다. 거창한 선언보다는 ‘인허가 서비스 품질 제고’와 같은 중소·벤처기업들에 실제 도움이 되는 규제 개선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