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시장 죽이는 불법 사이트, 소비하는 당신도 ‘공범’이다

국내외 ‘콘텐츠 불법 복제’ 피해 증가, 웹툰 업계 피해액 매년 불어나 끊어내기 어려운 불법 사이트 카르텔, 어렵게 잡으면 금방 또 생긴다 범죄 수익으로 이어지는 불법 콘텐츠 소비, ‘무료 콘텐츠’ 수요부터 끊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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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시장 원리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를 ‘불법 사이트’의 흥행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콘텐츠 시장의 무료 콘텐츠 수요가 결국 웹툰·웹소설·드라마 등 K-콘텐츠 불법 복제·유통 행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불법 콘텐츠 카르텔’의 처벌 및 근절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인 만큼, 먼저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유통으로 신음하는 웹툰 업계

불법 콘텐츠 유통의 대표적인 피해자는 웹툰 업계다. 지난 2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문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웹툰 불법유통 피해 규모는 8,427억원에 달했다. 2019년 3,183억원, 2020년 5,488억원을 거쳐 2년 만에 피해액이 2.6배 폭증한 것이다. 같은 해 합법 시장 규모(1조5,660억원) 대비 침해율도 53.8%에 달했다.

해외에서도 웹툰 불법 복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웹툰작가노동조합에 따르면 베트남은 국내 웹툰 작가들이 가장 많은 불법 복제 피해를 호소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들은 불법 번역본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작가에게 “배은망덕하다”며 오히려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자신의 ‘무료 번역’ 덕분에 웹툰이 인기를 얻었으니, 오히려 불법 복제에 감사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국내외에서 불법 복제본 수요가 늘어날수록 합법 웹툰 플랫폼의 수익은 쪼그라들고 있다. 불법 소비가 늘어날수록 창작진의 힘이 빠지고, 결국 업계 전반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웹툰사업체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0개에 달하던 합법 웹툰 사이트는 2020년 기준 31개까지 급감했다.

불법 유통 근절 어렵다, 대기업도 쩔쩔매

불법 사이트의 문제는 ‘완전 근절’이 어렵다는 점이다. 하나의 사이트가 문을 닫으면 유사 사이트가 줄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7년 국내 최대 불법 복제 사이트인 ‘밤토끼’가 등장한 이후, 3개 정도 수준에 머물렀던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가 107개까지 급증했다. 2018년 5월 밤토끼 운영자가 구속된 이후에는 불법 유통 사이트가 35개로 잠시 줄었으나, 이듬해 99개까지 재차 불어났다.

불법 유통 사이트 트래픽 또한 밤토끼 운영자 검거 이후 단 4개월 만에 회복됐다. 특정 불법 사이트가 폐쇄된 이후에도 이용자들이 경각심을 느끼기는커녕, 대체 사이트를 찾아 나서며 불법 사업자들의 배를 불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은 ‘누누티비’로 대표되는 OTT 불법 사이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불법 OTT 사이트 대표주자 ‘누누티비’가 폐쇄된 이후 불법 수요가 특정 불법 사이트로 몰리며 트래픽이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지는 악순환에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은 관련 기술을 개발하거나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나름의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툰레이더’ 시스템을 자체 연구·개발해 2017년 7월부터 국내외 불법 웹툰 복제물 추적에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자체 집계에 따르면 툰레이더가 주요 작품의 불법 유통을 지연시켜 보호한 저작물 권리의 가치는 연간 최소 2,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전히 관련 수요를 끊어낼 수는 없었다. 툰레이더 기술의 효용성은 하루 만에 이뤄지던 유료 콘텐츠 회차 유출을 4주까지 ‘지연시키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갖추지 못한 중소 웹툰 플랫폼의 경우 피해 상황이 한층 심각하다.

툰레이더/사진=네이버웹툰

악순환 끊어내기엔 미약한 처벌, 수요부터 끊어내야

불법 사이트 상당수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콘텐츠의 불법 복제는 그 나라 국민과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만큼,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이에 OTT 업계는 해외 소재 불법 업체 처벌을 위해서라도 ‘국제 공조 수사’ 전문 수사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호소한다.

어찌저찌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잡는 데 성공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손해 배상 및 범죄 수익 환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을 비롯한 국내 웹툰 업체들은 2018년 검거된 ‘밤토끼’의 운영자 허 모 씨를 상대로 각각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승소했지만, 아직까지 배상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토끼가 올린 9억6,000만원에 달하는 수익 중 범죄 수익 환수금도 6억원에 그친다. 처벌의 피해보다 범죄 수익이 큰 기형적인 구조 속 불법 사이트는 우후죽순 늘어가고 있다.

‘무료 콘텐츠’는 불법 사이트의 배를 불리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는 불법 도박, 음란물 등을 광고하며 수익을 올린다. ‘공짜 콘텐츠’를 위해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콘텐츠 창작자의 정당한 수익을 가로채는 범죄임은 물론, 범죄 행위로 돈을 버는 업체들의 수익원을 자처하는 행위인 셈이다. 소비자가 계속해서 콘텐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법 사이트’ 운영에 동조할 경우, 범죄의 악순환 역시 좀처럼 끊어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