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인가 혼란인가, 토스뱅크 ‘수수료 평생 면제’ 앞세워 외환 서비스 시장 입성
실적 무관 100% 우대환율 적용 선언
“외환 특성상 완벽한 헷징 어려워”지적도
스프레드-외화 운용으로 상쇄 가능할까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미국 달러화를 비롯한 17개 통화를 24시간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는 외환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외환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시장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업계에서는 무리한 마케팅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반 소비자 환테크 기회 확대”
18일 토스뱅크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환 서비스 출시를 선언했다.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 등 17개 통화를 은행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 환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는 여타 은행들의 환전 서비스가 거래 실적 등에 따라 환전 수수료를 달리 적용해 고객들의 불편을 키웠다고 판단,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100% 우대환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외환서비스 출시에 따라 토스뱅크 소비자들은 매일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환율 정보를 확인하고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김승환 토스뱅크 외환서비스 프로덕트오너(PO)는 “환율 변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환테크’는 더 이상 고액 자산가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토스가 서비스 출범 초창기에 ‘송금 수수료 무료 선언’을 통해 돈의 이동을 자유롭게 했듯, 토스뱅크도 환전 수수료 무료를 통해 원화와 외화의 경계를 허물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출시된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기존 수시입출금통장 및 체크카드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외환 서비스에 활용된다. 외화통장에 연결된 체크카드가 있으면 세계 각국에서 ATM 입출금 및 결제가 가능하며, 제휴 여부에 따라 수수료는 달라진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대만 내 5곳의 ATM에서 출금해 보니 3곳에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일부 해외 ATM은 자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미리 확인하면 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 환전 기능도 탑재됐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외환 서비스에 들어가 ‘부족한 돈 자동 환전’ 기능을 활성화 해두면 외화통장에 잔액이 부족할 경우 토스뱅크 내 원화 통장에서 출금해 실시간 환전을 대신해 주는 기능이다. 나아가 해외 송금 기능도 빠른 시일 내 선보일 방침이다.
홍 대표는 “많은 한국인이 심리적이거나 물리적 제약으로 외화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은 탓에 거시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등 상황에서 원화를 기반으로 구축된 부가 희생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며 “환전 서비스의 혁신으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면, 더 많은 사람이 외화를 보유하고 돈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3% 가까운 헤지 비용은 어디서?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기관의 위험이 적지 않은 만큼 ‘수수료 전액 무료’ 같은 수익성 포기 시도가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율의 특성상 100% 완벽한 헷징(현물의 가격변동 위험을 선물 가격변동으로 상쇄하는 거래)이 어려운 데다, 서비스 제공을 위한 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토스뱅크의 수수료 무료는 ‘제 살 깎아 먹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거래되는 환헤지 금융상품의 헤지 비용은 평균 2.8%(2022년 12월~2023년 11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최소 2.8%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적용해야 외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 손해를 보지 않는 셈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토스뱅크는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역마진이 발생하지 않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외화 서비스는 수수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프레드, 외화 운용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며 “반대 방향에 있는 비즈니스를 키워서 이익을 확보하고, 이를 비이자이익으로 전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외환 시장 입성과 동시에 ‘평생 무료 환전’을 선언한 토스뱅크의 강한 자신감과 확신이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