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승소한 변호사들의 ’60억 달러 수수료’ 요구에 일론 머스크 “범죄자들” 맹공
머스크 보상 패키지 무효화 이끈 변호인단, 대규모 테슬라 주식 요구 560억 달러 보상 패키지 뺏긴 데 이어 60억 달러 수수료까지 물어낼 판 머스크 "아무것도 하지 않은 변호사들이 60억 달러 원한다" 공개 비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역대 최고 수준의 법률 수수료를 지불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테슬라 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테슬라 이사회와 머스크를 상대로 제기해 승소한 소송에서 원고를 대리한 변호사들이 수수료로 3천만 주에 달하는 테슬라 주식을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이에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변호사들을 ‘범죄자’라고 맹비난했다.
일론 머스크, 법률 수수료로 60억 달러 상당 주식 내줄 위기
3일(현지시간) AP통신, 로이터 등에 따르면 테슬라 소액주주를 대리했던 ‘번스타인 리토위츠 버거 & 그로스만’ 등 로펌 3곳 변호사들은 지난 1일 미 델라웨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테슬라에 법률수수료로 주식 약 2,900만 주를 요구했다. 현재 테슬라 주가인 202.64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60억 달러(약 8조원)에 이르는 액수다. 이들은 시간당 수수료를 28만8,888달러(약 3억8,600만원)로 계산했다고 전했다. 이는 머스크가 최종적으로 패소할 경우 뱉어내야 할 테슬라 주식 2억6,600만 주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로, 예정대로 변호인단이 2,900만 주를 획득하면 해당 로펌들은 테슬라의 10대 주주가 된다.
변호사들은 “요청된 금액이 절대적인 규모 측면에서 전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요리를 먹을(eat our cooking)’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원 판결로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게 지급한 주식 2억6,700만 주를 회사가 다시 돌려받는 이익을 얻었기에 그만한 소송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금이 아닌 주식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이 구조는 (소송으로) 창출된 이익에 보상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이점이 있다”며 “수수료를 지불하기 위해 테슬라 대차대조표에서 1센트조차도 빼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에 손해를 끼친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변호사들이 60억 달러를 원한다(The lawyers who did nothing but damage Tesla want $6 billion)”며 “범죄자(Criminal)”라고 비난했다. 한편 만약 델라웨어주가 변호인단의 요구를 승인할 경우, 이는 미국 역대 최고 수수료로 기록되게 된다. 역대 주주 소송 중 가장 높았던 수수료는 지난 2006년 미국 에너지업체 엔론의 회계분식 집단소송(72억 달러) 때로, 당시 담당 변호사들은 6억8,800만 달러의 수임료를 챙겼다.
세계 1위 부호로 올려 준 ‘보상 패키지’, 완전 패소 시 새로운 보상안 마련 불가피
해당 소송은 테슬라의 소액 주주인 리처드 토네타에 의해 제기됐다. 토네타 측은 머스크가 받기로 한 560억 달러(약 75조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는 테슬라에서 급여와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매출·시가총액 같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총 12차례에 걸쳐 최대 1억1,000만 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받는 게 핵심이다. 머스크는 보상안이 승인된 이후 총 보상 패키지 가운데 일부를 스톡옵션으로 받았고, 이를 매각해 트위터 인수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토네타 측 변호사들은 급여 패키지가 머스크의 지시에 의한 것이며, 그와 독립적이지 않은 이사들 간 ‘엉터리 협상’의 산물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또 불완전한 공시를 받은 주주들이 이를 승인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만 집중해 테슬라 CEO로서의 임무를 소홀히했다는 점과 테슬라 이사회에 머스크의 친동생이 있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머스크 측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머스크의 급여가 독립된 위원들이 참여하는 보상위원회의 공정한 협상과 주 법이 요구하지도 않는 주주 표결을 거쳤다고 반박했다. 또한 머스크가 당시 회사 지분 3분의 1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법원은 토네타의 손을 들어줬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급여 패키지가 주주들에게 불공평한 보상금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캐서린 맥코믹(Kathaleen McCormick) 판사는 머스크의 급여 패키지가 머스크에게 신세를 진 것 같은 이사들과 머스크의 협상이자 회사의 엄청난 성장을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는 약속의 결과물이라고 판단했다.
판결이 뒤집히지 않을 경우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 주식인 머스크는 보상 패키지 덕분에 세계 1위 부호 자리에 등극한 바 있다. 또한 테슬라 지분 13%가량을 보유 중인 머스크는 스톡옵션까지 포함하면 지분율이 20.6%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보상안이 제공될 경우 보유 자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테슬라를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 분야의 선두 주자로 이끌기 위해 지분을 25%로 늘리겠다는 머스크의 계획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