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투자금 유치 난항에 비주력 사업 매각으로 탈출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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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투자금 유치 어려워지자 비주력인 배터리 소재 사업 정리로 방향 전환
배터리 시장 눈높이 낮아져 매각 가액 조정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재무부담 가중에 금감원에서 SK그룹 재무 건전성 모니터링도 진행 중

글로벌 배터리 셀 4위 기업인 SK온이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결국 비주력 사업 매각으로 방향을 돌리는 모습이다.

28일 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SK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배터리셀(SK온), 동박(SK넥실리스), 분리막(SKIET) 등 SK가 벌이는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및 구조 개편 방안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그룹의 정유·배터리·석유화학 사업을 이끄는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에너지, SK엔무브, SKIET 등 9개 자회사에 각사 최고경영자(CEO)를 팀장으로 하는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배터리셀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 매각까지 진행되는 만큼, 배터리 업황 둔화 등 여파로 그동안 추진해 온 여러 사업을 다 끌고 가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사진=SK온

SK온에 투자금 대느라 허덕이는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SK온 등 배터리 계열사에 자금을 대느라 2020년 말 23조원 수준이던 부채 규모가 작년 말 50조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로 인해 지난 19일 신용등급(S&P 기준)이 ‘BBB-’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떨어지기도 했다. SK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7조원 이상을 공장 건립 및 연구개발(R&D) 등에 쏟아부어야 하는데, SK이노베이션이 지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SK온은 지난해 기준 부채 규모가 21조원에 달하는 데다, 현대·기아차와 업무 제휴 차원에서 받은 2조원 차입금도 재무적 불안 요소로 돌아온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원단 규모를 15% 이상 축소했고, 미국 내 공장은 단계적으로 인원을 감축하는 중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모두 재무적인 부담이 심각하게 가중된 상태인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주채권은행을 통해 이런 상황을 감지하고 SK그룹의 재무 건전성 모니터링 작업을 벌였다. 아울러 회계상 잡히지 않는 부채의 전수조사도 진행 중이다.

SK온은 지난 2023년 기업가치 22조원으로 한국투자증권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서 2조3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배터리 업황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22조원 이상 가치로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렵게 된 상황이다.

업황 악화, 금융 침체 중 비주력 사업 매각 가능할까?

이에 이례적으로 글로벌 IB(투자은행) 3곳을 선임하고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아래 비주력 계열사 및 자산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SK렌터카와 동박 제조사 왓슨의 모회사인 론디안왓슨 2대주주 지분(30%)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3조원을 투입한 베트남 빈그룹 지분(6.1%)과 마산그룹 지분(9.5%) 등도 매각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방 시장이 좋을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2차전지 수직계열화 전략이 그룹 부담만 키울 것”이라고 평했다. 그간 SK그룹이 진행해 온 2차전지 사업 수직계열화 전략이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2020년 이후 포드 등 전방 전기차 고객사로부터 수백조원 규모의 수주를 끌어오며 셀부터 소재, 재활용까지 인수합병(M&A), 지분투자, 합작법인(JV) 등 방식으로 밸류체인 전반 내재화에 힘을 쏟은 바 있다.

맥킨지 컨설팅 및 SK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SK온 이외 나머지 소재 사업 전체가 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고, SK그룹 내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차전지 사업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어 SK그룹이 기대하는 가격에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들은 눈높이를 낮추더라도 조 단위 매각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구매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코나 LG그룹 같은 경쟁 대기업 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포함하더라도 인수 여력이 충분한 곳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이미 몇몇 소재 사업에 대해서는 국내 주요 대기업과 사업 양수도 논의가 진행됐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진행이 더딘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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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개최된 ‘SK이노베이션 제1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SK온 상장, 2026년에서 2028년으로 계획 밀려

지난해 한투PE 및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서 투자를 유치할 때만 해도 2026년까지 상장을 목표로 했던 SK온은 IPO 시점을 2028년까지 늦출 것임을 시사했었다. 이와 관련해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28일 주주총회에서 “SK온이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장을 약속했던 시점이 2026년 말”이라며 “시황에 따라서 2년 정도 상장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예정보다 상장 시기를 늦출 수 있음을 알린 것이다. 이어 “SK온 상장의 전제조건은 회사의 성과가 빨리 궤도에 올라야 하는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 관점에서 보면 SK온의 가치를 많이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사업의 정상궤도 진입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상궤도 진입시기를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SK온 측은 “미국을 메인 타겟으로 포드, 현대차 등과 JV를 진행하고 있고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며 “그렇게 되면 2026년, 2027년 본격 양산이 이어질 것이며 이르면 2025년 하반기 늦어도 2027년 상당 부분 저희가 생각했던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흑자 전환은 올해 하반기에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분기별로 수익이 개선됐지만 상반기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해 약간의 수익 저하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재고 소진, 금리 인하, EV 신규 차량 라인 등 세가지 팩트로 인해 하반기 수요가 견조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