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협 선정’ 유진PE,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추진 “매각 종지부 찍나”
백신전문업체 보령바이오파마,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국가예방접종백신 다수 보유한 보령, 4번째 매각 시도
우주헬스케어 사업 및 승계 자금 마련 등이 매각 목적
백신전문업체인 보령바이오파마가 세 번째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다. 현재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가 유력 후보자로 거론된다. 유진PE가 매각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할 지 여부가 매각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진PE,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유력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절차가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위한 막바지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인 유진PE와 매각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PE가 제시한 가격은 기존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보령파트너스 측은 “매각 가격은 아직 정해진 내용이 없으며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월 법원은 보령바이오파마 최대 주주 지분 68.98%에 대한 매각 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가처분 신청 투자자는 시리즈 B에 참여한 코리아바이오켐페니언 1호와 미래에셋증권이다. 이들은 보령바이오파마 지분을 각각 5.54%, 3.69%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인 보령파트너스의 매각안에 불만을 품고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투자 당시 약속한 IPO(기업공개) 계획이 변경되고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대한 매각 구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유진PE가 제시한 인수안이 투자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이상 최종 계약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령바이오파마의 네 번째 매각 시도
이번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은 보령바이오파마의 네 번째 매각 시도다. 지난해 2월 동원산업이 실사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가격에 대한 견해차로 한 달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같은 해 6월에는 화인자산운용이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인수를 포기했고, 9월엔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우협으로 다시 선정됐지만 11월에 자격을 상실했다.
케이엘앤파트너스의 자격 상실과 관련해 시장에선 다중 진단업체 피씨엘(PCL)과 손을 잡고 인수를 추진했지만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엘앤파트너스는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90%를 3,6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었다. 3,600억원의 자금 중 피씨엘이 후순위 800억원,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중순위 1,400억원를 맞추고, 선순위로 인수 금융 1,400억원을 조달해 3,600억원을 채운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피씨엘이 800억원의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매각은 난항을 겪었다.
앞서 피씨엘은 자체 보유한 자산 200억~300억원과 미국 대체투자 그룹인 GEM으로부터 300억원(제3자 배정 유상증자), 그리고 추가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도합 800억원을 조달하려고 계획했다. 실질적인 데드라인은 지난 1월 31일이었는데 피씨엘은 공시를 통해 GEM으로부터의 유상증자 100억원분 납입일을 당초 1월 31일에서 2월 28일로 연기했다. 이에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측은 피씨엘을 배제시키기로 결정했다.
일부 매각 자금은 ‘우주헬스케어’ 사업 투자에
1991년 설립된 보령바이오파마는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와 함께 3대 백신 개발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시장을 3개 업체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만큼 인수 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 2021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IPO가 어려워지자 경영권 매각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다만 보령이 내세운 ‘신성장 동력’ 타게팅에 대해서는 주주들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매각 자금은 김정균 대표의 승계에 사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2022년 말 기준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김정균 보령 대표와 특수관계자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보령파트너스다. 보령바이오파마를 매각하게 되면 김 대표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주주들의 우려는 승계 작업 활용 후 남은 자금이 우주헬스케어 사업 투자에 쓰일 것이란 사실에서 비롯됐다. 주주들은 “제약업은 공공재의 성격을 띠는 사업인데 우주 사업은 아직 모호하기 때문에 굉장히 불안정한 동거다”, “우주 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정확히 언급하지 않고 개인의 야망을 회사 업력에 얹는 행위”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령이 우주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로는 ‘우주 신약 연구개발’이 꼽힌다. 실제로 머크, BMS,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신약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2021년까지 제약사 등이 ISS에서 시행한 단백질 결정 시험이 약 50회다. 이는 ISS 내 단일 범주 실험 중 최대 규모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2000년대부터 ISS에서 단백질 결정을 얻는 실험을 이어 왔다. 분자가 느리게 움직이는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고순도의 단백질 결정을 만들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단백질 결정화는 신약 개발의 필수 요소인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순도 단백질 결정을 만드는 작업은 상당히 까다롭다.
이같은 보령과 주주 간의 엇갈린 시각 차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령의 우주 사업 진출은 충분한 설득력과 비전을 가진다”면서도 “이제 초기 단계인 만큼 워낙 긴 시간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 주주들에게는 마땅치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령 입장에서는 주주들의 성난 민심을 어떻게 돌릴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