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200조 부채’에 희망퇴직 시행, 최대 1.1억 위로금 추가 지급
위로금 별도 지급, 최대 1억1,000만원
재정난 극복 위한 구조조정 일환
전사적 인력구조 개편, 효율화 기대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한국전력공사가 전사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이번 희망퇴직은 한전 창사 이래 두 번째로 200조원대 부채 등 재무 여건 악화에 따른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한전, 6월 희망퇴직 실시
지난달 30일 한국전력은 오는 6월 15일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특단의 자구대책 이행’의 일환이다. 희망퇴직 신청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 달 8일까지며, 희망퇴직 대상자에게는 퇴직금 외에 위로금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희망퇴직 위로금 재원은 약 122억원으로 직원이 자발적으로 반납한 2022년도 경영평가성과급으로 마련했다. 위로금은 최대 1억1,000만원이며 근속기간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명예퇴직이 가능한 근속 20년 이상의 직원은 명예퇴직금의 50%를 받고, 근속 20년 미만의 직원은 근속기간에 따라 조기퇴직금(연봉월액의 6개월분)의 50∼300%를 받는다. 신청 인원이 희망퇴직 가능 재원 규모를 초과할 경우, 근속연수 20년 이상 직원 중심(80%)으로 시행하되, 급여 반납에 동참한 직원에 대한 공평한 기회 제공 차원에서 전체 희망퇴직 인원의 20%를 근속연수 3년 이상 20년 미만 직원 중에서 선정할 예정이다.
한전은 “앞으로도 재무 여건 악화에 따른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희망퇴직 이외에 경영 체계 전반에 걸친 과감한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효율적 조직으로 혁신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채 202조원, ‘재무위기 극복’ 자구책
이번 희망퇴직은 총부채가 200조원 돌파하는 등 재무 구조가 날로 악화되자 꺼내든 고육책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누적부채는 202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6% 불어났다. 한전의 부채가 200조원대를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같은 기간 이자 비용만 4조4,517억원에 달했다. 매일 이자 상환에만 무려 122억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말부터 5개월 동안 줄곧 동결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주로 대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만 kWh당 평균 10.6원 올리고, 주택용 등 나머지 전기료는 모두 동결했다. 이후 전기료는 지금까지 아무런 변동이 없다. 지난달 정부가 올해 2분기(4월~6월)까지 전기요금에 대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밝힌 만큼 올 상반기까지 전기료는 동결될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이 사실상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현대제철 등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저렴한 전기료를 정부 보조금으로 공식 판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한 품목이 수입국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할 경우, 수입 당국이 해당 품목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말한다.
전기요금 추가인상 가능성 낮아
낮은 전기요금이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에도 최근 물가가 치솟고 있는 탓에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요원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비자물가지수는 113.94로 전년 동기 대비 3.1% 올랐다. 올해 1월 2.8%에서 2월 3.1%로 상승한 뒤 3%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물가 지속이 여당의 이번 총선 패배 주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만큼 당분간 정부는 물가잡기 정책에 총력을 다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란과 이스라엘 무력 충돌 등 중동전쟁 확산 가능성도 변수도 떠오르고 있다. 중동 지역 불안감 고조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원가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전 실적을 좌우하는 계통한계가격(SMP) 흐름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악재 속에 한전이 또다시 적자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2026년에 150달러까지 치솟을 거란 예측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한전의 재무 개선도 제자리걸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