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 줄인다” 핵변환 기술, 스위스에서 최초 승인 떨어져
핵변환 기술, 스위스 국영 기관에 인정받았다
현실화 위해선 ADS 가속기 등 추가 연구 필요
핵폐기물 부담 경감 기대, 높은 초기 비용은 걸림돌
스위스 당국이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핵변환’ 기술을 승인했다. 장기간 연구 단계에서 횡보하던 기술이 최초로 정부 차원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스위스 나그라, 핵변환 기술 승인
25일(현지시간) 방사성 폐기물을 관리하는 스위스 국영 기관 나그라(Nagra)는 “핵변환 기술을 통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양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제네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트랜스뮤텍스가 개발한 핵변환 기술을 수 개월간 검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핵변환은 한 원소를 다른 형태의 동위 원소나 다른 원소로 변환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트랜스뮤텍스는 입자 가속기와 반응기로 플루토늄이나 기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남기지 않는 금속인 토륨과 중성자 입자를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우라늄 동위 원소가 생성되고, 해당 동위 원소가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방출하게 만들었다. 나그라는 트렌스뮤텍스의 핵변환 기술이 방사성 폐기물의 방사능 지속 기간을 500년 미만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폐기물의 부피도 크게 감축시킨다고 판단했다.
트랜스뮤텍스의 프랭클린 세르반-슈라이버 최고경영자(CEO)는 “핵변환은 핵폐기물 처리 기관이 폐기물량을 줄이고자 진지하게 받아들인 최초의 기술”이라며 “이 기술은 전 세계 핵폐기물 99%에 사용될 수 있고, 방사능이 남아있는 시간을 500년 미만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핵변환) 기술은 1,000년 동안 폐기물의 방수 보관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이 과정에서 폐기물량도 80%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핵변환의 중심축 ‘ADS’
핵변환 기술은 사용 후 연료의 재처리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HLW, High Level Waste)에 함유돼 있는 마이너 악티니드(MA, Minor Actinide)와 장수명 핵분열생성물을 분리, 단수명 또는 안정적인 핵종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이 같은 핵변환 기술의 중심축은 핵변환 전용 시스템인 ADS(Accelerator Driven Systems)다.
ADS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가속기가 필요하다. 가속기를 이용해 빠르게 가속된 양성자를 납 등 특정한 물질에 충돌시켜 원소의 원자핵을 깨뜨리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중성자를 활용해 미임계 노심에서 핵분열의 연쇄 반응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ADS용 가속기를 위한 연구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 Oak Ridge 연구소 핵파쇄중성자원시설(SNA)의 초전도선형가속기 △일본원자력개발기구(JAEA) J–PARC의 3GeV 싱크로트론 △스위스의 SINQ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30MW급의 대출력 양성자가속기는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차후 가속기의 출력을 1 자릿수 이상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비용’
핵변환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경우, 고준위 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이고 저장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경수로 사용 후 연료 재처리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이 자연의 천연 우라늄과 동일한 ‘잠재적 위해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약 1만 년의 저장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핵변환을 통해 MA를 1/10로 줄이면 저장에 필요한 기간은 수천 년까지 단축될 수 있다. MA가 1/100까지 감소한다면 필요 기간은 수백 년으로 감소한다.
추후 관건은 ‘비용’에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핵변환 기술의 높은 초기 비용이 잠재적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스위스 당국의 인정은 핵변환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할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트랜스뮤텍스가 개발한 기술의 근간이 된 유럽 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 한 대의 건설 비용은 47억5,000만 달러(약 6조5,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입자 가속기와 결합된 반응기를 구축하는 비용이 명확하게 책정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