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인건비에 ‘동남아 IT 아웃소싱’ 급증, 인도 기업도 韓 진출 가속화
동남아 개발자 몸값, 한국의 3분의 1 수준
베트남 대표 IT 기업 FPT 등, 韓 지사 설립
ODC 영업 강화, 오프쇼어링 확산 가능성↑
국내 개발자의 몸값이 치솟는 가운데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아웃소싱 등을 통해 해외 인력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 기업들이 외주 전문 개발센터(ODC)를 세워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IT 산업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현상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IT 업계, 동남아 등 해외 개발자 활용 확대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등 해외 개발자를 활용하는 IT 아웃소싱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의 몸값이 치솟는 가운데 국내 개발자보다 저렴한 해외 개발자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의 아웃소싱이 확대되면서 IT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행하는 동남아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의 국내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베트남의 대표 IT 기업 ‘FPT소프트웨어’는 올해 한국 지사 직원을 전년 대비 2배가량 확대한 200여 명으로 늘리며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국내 매출액 또한 2022년 200억원에서 지난해 329억원으로 급성장했다. LG CNS, 신세계아이앤씨, DGB금융그룹 등이 대표적인 FPT소프트웨어의 국내 고객사로 올해 상반기에는 DGB금융그룹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대구 사무소를 개소했다.
또 다른 동남아 기업인 소타텍은 지난 2022년 12월 한국 시장에 진출해 메가존클라우드, 요기요, 코웨이 등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S가 지분 30%가량을 가진 베트남 기업 CMC글로벌도 지난 5월 서울 중구 시그니쳐 타워에 한국사무소를 열고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외에도 국내 다수의 동남아 기업이 국내 아웃소싱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에 ODC를 열고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IT 기업, 2000년대 초반에 韓 시장 진출
이처럼 IT 아웃소싱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자 삼성SDS, LG CNS, SK C&C 등이 수주하던 전통적인 유지보수 시장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특히 막강한 IT 맨파워를 앞세워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인도 IT 서비스 업체들의 공세가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NTT데이터, HCL테크놀로지스, 타타컨설팅서비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들 기업들은 제한적인 영역에서 한국 사업을 영위해 왔다. 게다가 주로 글로벌 계약 관계에 있는 고객들의 한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서포트 영역에 사업이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NTT데이터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 한온시스템의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과 유지보수 운용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도의 IT 서비스 기업 HCL테크놀로지스의 성장세도 매섭다. HCL테크놀로지스는 전 세계 IT서비스 업체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2022년 6월 기준 전 세계 60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161개 국적을 가진 22만3,000여 명 직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이 중 개발 인력만 20만 명 가까이 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주요 고객사로 하며, 2022년 회계연도에는 126억 달러(약 16조6,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도 최대의 다국적 비즈니스 기업인 타타 그룹의 계열사인 타타컨설팅서비스의 경우 46개국에서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은 컨설턴트 60만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TCS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지원 업무 인력을 비롯해 산업군 스페셜리스트까지 채용 인력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은 가장 큰 장점, 소통 비용은 단점
동남아, 인도 등 해외 인력으로 오프쇼어링이 일어나는 가장 큰 배경은 비용 절감이 꼽힌다. 기존에는 대기업 IT 계열사들이 해외 기업들과 현지에서 협력하거나 공동개발센터(GDC)를 설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인건비 부담이 더 크고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동남아, 인도 등의 개발자를 채용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개발 외주화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다.
미국 직장 평가 플랫폼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베트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 범위는 2만400만 동(약 1,120만원)에서 9만8,400만 동(약 2,690만원)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평균 연봉인 5,300~9,300만원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상황에 맞게 필요한 인재를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IT 기업은 비즈니스 성숙도와 단계에 따라 필요 인력이 변하는데, 기술 스택이 맞지 않거나 사업 형태에 맞지 않는 정규직 고용은 회사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이나 기술에 대해 전문성 있는 인재를 신속하게 매칭해 필요한 기간만큼 채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ruby on rails, c# 같이 대중적이지 않은 기술 스택을 가진 개발자나 AI 엔지니어처럼 품귀 현상인 개발자를 찾는 경우에는 오히려 해외에서 빠르게 채용할 수도 있다. 특히 AI 기술 보급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인도의 경우 IT 아웃소싱을 통해 AI 관련 기술력을 가진 개발자를 찾을 확률이 높다.
물론 단점도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개발자와의 협업은 업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례 회의를 통해 상호 이해도를 높이고 문제 발생 시 온라인 소통 경로를 활용해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물리적으로 시차가 있다 보니 프로젝트와 일정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나마 2-3시간 정도 시차가 있는 인도, 베트남은 협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한국과 낮과 밤이 바뀌는 경우는 협업이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