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업계 ‘불황 무풍지대’ 하이엔드 시장 집중 공략, 글로벌 진출 확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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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업계 '건설경기 악화'에 고전, 실적 위기 상황
프리미엄 전략 강화로 시장 불확실성 정면 돌파
강남 등 상급지, 하이엔드 제품 아니면 관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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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론첼 갤러리에서 LX하우시스의 시스템창호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X하우시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급성장한 건자재업계가 최근 들어 고급 시장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출혈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중저가 시장 대신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큰 물’을 승부처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X하우시스·KCC, 고급 자재 갤러리 오픈

11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LX하우시스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시장 ‘론첼 갤러리(LONCHEL Gallery)’를 열었다. 전용면적 1,057㎡(320평) 3층 규모의 대형 전시장으로으로 꾸며진 론첼 갤러리는 시스템창호·중문·주방가구·포세린·이스톤·바닥재 등 LX하우시스의 B2B 시장용 하이엔드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제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창호존에는 최고급 시스템창호인 ‘론첼 창호’와 ‘페네스트'(FENEST)를 전시해 B2B 시장을 정조준했다. 론첼 창호는 알루미늄(AL)-PVC 복합소재 창호로 서울 강남 및 수도권, 전국 주요 광역시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수주를 휩쓸고 있는 재건축 창호시장 1위(LX하우시스 자체 추정치 기준) 제품이며, 페네스트는 최근 리조트·호텔·고급 주거단지로 공급을 늘려가고 있는 제품이다.

주방존 역시 LX하우시스가 최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 이탈리아 주방가구 브랜드 ‘쿠치네 루베'(Cucine LUBE)와 ‘라스텔리'(rastelli) 제품들이 전시됐다. 쿠치네 루베는 이탈리아 주방가구 시장 1위 브랜드며 라스텔리는 카림 라시드와 페루치오 라비아니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린 고가 브랜드다.

KCC도 서울 서초동 본사에 전시장 ‘더 클렌체 갤러리(The Klenze Gallery)’를 열었다. 프리미엄 창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고객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L&C는 프리미엄 벽장재 ‘보닥 스톤보드’ 등 신제품 2종을 최근 선보였다. 보닥 스톤보드는 화강암 등 무기질을 원료로 하는 8㎜ 두께의 보드에 인테리어 필름 ‘보닥 데코'(Bodaq Deco)를 래핑한 벽면 마감재로, 아파트 등 주거 시설 및 다양한 상업·공공 시설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B2B용 벽장재다.

B2B·프리미엄 제품에 공들이는 이유

이처럼 국내 건자재 기업들이 시장 공략 전략을 바꾼 데는 최근의 트렌드 변화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과거 대량 납품으로 이윤을 남기던 건자재 시장에서는 원가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테리어 앱 등으로 저가 인테리어 시장이 열리면서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진 탓에 기존 국내 기업이 만들던 대중 상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또 서울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고급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 하이엔드 시장뿐만 아니라 B2B 시장도 고급화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내에서도 상급지와 하급지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상급지 수요를 집중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요즘 강남에서는 멀쩡한 싱크대 다 떼어 내고 고급 수입 주방 가구를 넣는 집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 역시 하이엔드 인테리어를 선호하니 시공권을 따내려는 건설사 역시 이 부분을 어필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건축·부동산 시장 위축도 건자재 기업들의 시장 확대 전략에 일조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택 착공 규모는 2021년 58만5,000호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20만9,000호까지 급감했다. 게다가 아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자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건자재 업체는 건설사와 계약을 맺어 자재를 납품하는데, 건설사가 부동산 PF 위기로 인해 타격을 입으면 계약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에만 집중해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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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IS 2023 현대L&C 부스/사진=현대L&C

해외 진출 통한 활로 모색도

이에 건자재업계는 프리미엄 시장 공략은 물론, 주거용 시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상업용 시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영향이 큰 주거용 시장과 달리 상업용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병원, 호텔, 공항 등 건자재의 기능성과 디자인 경쟁력이 중요시되는 상업용 공간을 타깃으로 차별화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상업용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먼저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개척에 나선 KCC글라스는 최근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씨씨 인테리어’를 통해 주거용 LVT(럭셔리비닐타일)바닥재 ‘센스하우스’를 선보인 데 이어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첫 해외 공장인 인도네시아 공장은 이르면 오는 10월 말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LX하우시스는 2011년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공장 설립 이후 캐나다 판매법인 설립(2017년), 엔지니어드 스톤 3호 생산라인 증설(2020년), 뉴욕 쇼룸 오픈(2023년)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며 북미 지역에서 인조대리석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현대L&C는 올해 초 북미 최대 규모 주방·욕실 박람회인 ‘KBIS 2024’에 참가했다. 올해 13번째 참가로, 이번 박람회에서는 프리미엄 엔지니어드 스톤인 ‘칸스톤’과 인조대리석 ‘하넥스’ 등을 비롯한 120여 종의 제품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크플레이트 국내 1위 기업인 덕신하우징도 최근 96.5%에 달하는 국내 매출 비중을 줄이고, 해외 매출을 늘리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13년 전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한 덕신하우징은 2015년 베트남 법인 설립에 이어 올해는 튀르키예와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이다. 연내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판매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