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까지 갈 길 바쁜 LG CNS, 외부거래 확대로 기업가치 제고 나선다
수익구조 다각화로 성장성 입증
희망 기업 가치 7조원 달해
동종 업계 상장사 주가에도 촉각
LG그룹 계열의 정보통신(IT) 전문기업 엘지씨엔에스(LG CNS)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내부 거래 비중 축소에 돌입했다. 상장 예비 심사가 한창인 만큼 수익구조를 외부로 다각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입증하겠다는 복안이다. LG CNS 측은 자사의 기업 가치를 7조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초 상장 위해 ‘잰걸음’
4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업계는 한국거래소가 연내 LG CNS의 상장을 승인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무난히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비 심사 신청서가 접수되면 한국거래소는 45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1987년 설립된 LG CNS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 회사다. 지주사인 LG가 최대 지분인 49.9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 내 계열사를 대상으로 SI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해 왔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6,053억원, 영업이익은 4,64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가량 줄었지만, SI 투자가 주로 하반기에 집중되는 만큼 올해 실적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디지털전환(DX) 파트너로서의 입지 또한 강화하는 추세다. 유망 부문의 역량을 강화해 외부 거래 규모를 키워 나가겠다는 취지에서다. SI 업계는 각 사마다 주요사업이나 수익구조 등 경영환경이 크게 상이한 탓에 지속 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입증할수록 기업가치 제고에 유리하다.
LG CNS의 올 상반기 내부거래 규모는 1조4,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7% 늘었다. 이에 따른 내부거래 비율 또한 59.2%로 같은 기간 9.8%p 상승했다. 동종 기업인 현대오토에버(91.2%), 포스코DX(90.4%), 롯데이노베이트(66.3%) 등과 비교하면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SI는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을수록 계열사 상황에 따라 실적 또한 좌우된다.
LG CNS의 상장이 가시화하면서 피어(Peer)그룹 선정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지는 모양새다. 피어그룹은 주식, 기업, 산업 부문 또는 기타 투자 대상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다른 기업 또는 자산 집단의 모음을 의미한다.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최근 집중하는 DX와 클라우드 사업 등을 바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을 피어그룹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SDS, 포스코DX, 현대오토에버가 거론 중이며, 해외 기업으로는 액센츄어(Accenture), 인도의 타타컨설턴시(Tata Consultancy), 인포시스(Infosys) 등이 꼽힌다.
주관사단 기대치 7조원 vs. 시장 전망치 5조원대
4일 기준 장외 주식시장에서 LG CNS의 시가총액은 9조5,917억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 9월 말까지 7조원 수준에 머물던 시총을 고려하면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40%가량 급등한 것으로, IPO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시장 내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과 KB증권,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주관사단은 LG CNS의 기업 가치를 7조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시장에서는 LG CNS가 IPO를 통해 5조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LG CNS의 지난해 순이익인 3,324억원에 대표 피어그룹인 삼성SDS의 최근 주가수익비율(PER) 16.3배를 곱해 산출된 수치다. LG CNS가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입증하기 위해 주력하는 이유다.
업계 1위 삼성SDS, 호실적에도 주가는 ‘울상’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올해 상반기 LG CNS의 신용등급(AA-/안정적) 상향 조정을 검토하다가 보류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올해 LG CNS의 등급 전망 조정 여부를 논의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실적 변동성이 포착되면서 수익성 추이를 좀 더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신용평가와 기업 가치평가는 별개의 영역이지만, 결국 기업의 이익창출력이 핵심이라는 공통점에서 LG CNS의 실적 변동성은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LG CNS의 기업가치 산정에는 SI 업계 1위 기업인 삼성SDS의 주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에서는 동종 업계 상장사의 지표가 공모가 결정에 기준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삼성SDS의 주가는 지난 1일 14만2,600에 장을 마쳤다. 2014년 상장 당시 19만원의 공모가로 시작해 4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것을 떠올리면 매우 아쉬운 성적이다.
삼성SDS의 올 상반기 매출은 6조6,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1.5% 증가한 4,46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삼성SDS의 올 3분기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호실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는 AI 관련 솔루션과 클라우드 등 일부 사업에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룹사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로 성장이 더딘 상황”이라며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주주환원 등 확실한 상승 촉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