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엔씨소프트, 12년 만의 희망퇴직에 신청자 500명 이상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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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로 ‘실적 잔치’ 벌이다 이용자 외면 받아
본사 주도 개발 및 ‘리니지풍’ 게임 양산 패착
카카오게임즈도 '체질 개선' 돌입, "본업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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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엔씨소프트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가운데, 500명 이상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희망퇴직 인원은 최대 30개월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상당수가 수억원을 받고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고강도 구조조정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통·폐합 예정인 게임 개발 조직 및 비개발 직군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지난주 목요일까지 400명을 넘겼다. 접수 마지막날 신청자가 몰린 것을 고려하면 최소 5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엔씨소프트는 희망퇴직자에게 근속 기간에 따라 최소 20개월부터 최대 30개월치 월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프로젝트가 폐기된 개발팀 소속에 직원들은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이어도 희망퇴직 신청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1년차 미만은 20개월치, 1~3년은 22개월치, 3~6년은 24개월치, 6~10년은 26개월치, 10~15년은 28개월치, 15년 이상은 30개월치 위로금을 지급한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5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를 검토해 ‘최종 승인’을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분사 대상 법인 소속 직원과 인사평가 최고 등급을 받은 고성과자는 희망퇴직 신청에서 제외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부터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비개발·지원 부서에 소속된 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했고, 지난달에는 물적분할을 거쳐 품질보증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엔씨큐에이,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을 하는 엔씨아이디에스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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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론앤리버티/사진=엔씨소프트

중앙집중형 개발로 트렌드 놓쳐, ‘개고기 탕후루’ 조롱도

엔씨소프트가 조직 개편을 이어가는 이유는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리니지’ 모바일 게임 매출 하락과 신작의 거듭된 부진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20년간 엔씨소프트의 실적 대들보는 1998년 출시된 리니지 시리즈였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게임별 매출 구성 자료에 따르면 전체 모바일 게임 매출 3,810억원 중 98%가 리니지 시리즈에서 나왔다. 전체 PC 게임 매출 1,044억원 중 52%도 리니지 시리즈가 차지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를 동력으로 2020년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고 ‘실적 잔치’를 벌여왔다.

하지만 2021년부터 리니지 게임의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리니지M’ 유저들이 엔씨소프트의 확률형 아이템 과금 체계에 불만을 갖고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서 시위 트럭을 벌이는 등 이용자들의 비판이 거세진 것이다. 이후 일부 이용자가 엔씨소프트가 일부 유튜버·BJ를 대상으로 진행한 리니지 2M 프로모션이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유도·조장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도 다양한 지식재산권(IP) 발굴을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리니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년 가까이 준비한 쓰론앤리버티(TL) 등의 성과가 기대보다 좋지 못했다”며 “리니지에 대한 게임 이용자들의 인식이 안 좋아지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해도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TL의 경우 작년 12월 출시 직후 동시접속자 수가 10만 명 이하에 머물면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엔씨소프트가 총체적 위기를 겪은 본질적인 원인으로 중앙집중형 게임 개발 구조를 지목한다. 대형 게임사 상당수가 본사가 게임 개발을 주도하는 중앙집중형이지만, 경쟁사인 넥슨과 넷마블은 독립성이 보장된 개발 자회사를 통해 주력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엔씨소프트는 본사에서 대부분의 게임 개발·배급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본사 주도의 게임 개발은 흥행 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흥행 부진에 따른 상처도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엔씨소프트의 게임 개발 구조는 ‘리니지풍’ 게임 양산으로 이어졌다. 장기간 리니지 시리즈 개발에 몰입하고, 리니지가 벌어 들인 매출에 심취한 경영진이 새로운 시도를 봉쇄한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장기간 개발한 TL를 두고 ‘개고기 탕후루’라는 조롱이 나온 것이 단적인 예다. 개고기 탕후루는 엔씨소프트가 트렌드(탕후루)를 따라가고 싶지만 고인물(개고기)이 돼버린 리니지의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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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본사 내부 전경/사진=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도 몸집 줄이기 착수

조직 개편에 팔을 걷어붙인 게임사는 엔씨소프트만이 아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계열사 사업을 정리하고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는 앞서 지난 9월 30일 ‘세나테크놀로지’의 지분 53.56% 가운데 37.55%를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스톤파트너스’에 매각해 약 784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카카오게임즈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또 다른 계열사 ‘카카오VX’가 진행 중인 골프용품 사업,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도 연내 정리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회사는 핵심 사업인 게임에 보다 집중하기 위한 사업 재정비 단계로, 자회사 지분 매각과 일부 사업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관련 실적은 중단영업손익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구조조정 배경에도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3분기 매출 1,939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3%, 80% 가까이 하락한 실적을 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본업인 게임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16종에 달하는 신작 로드맵을 공개하며 반등 모멘텀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