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금리 얼마나 떨어질까”, 엇갈리는 월가의 금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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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내년 인하 1회”, 모건스탠리 “내년 총 1.75%p 인하”
최근 연준의 점도표 상으론 내년 금리 인하 ‘1~2차례’ 예상
‘중동 사태’ 등으로 향후 연준 통화정책 운용방향 불확실성 높아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Fed 유튜브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내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개시 시점과 인하 폭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그간 강도 높은 긴축에 경기가 위축되자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구체적인 인하 개시 시점이나 인하 폭에 대해선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선 내년 6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약 3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지난 9월 연준이 점도표에 제시한 금리 전망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월가 금리 전망, ‘인하 개시 시점 및 인하 폭’ 차이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를 두고 월가의 주요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다르게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4분기가 돼서야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는 반면, 모건스탠리는 내년 6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이후 모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2024년 4분기에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0.25%포인트 인하하고, 이후 2026년 중반까지 분기당 한 차례씩 총 1.75%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2026년 중반 연방기금금리는 3.50~3.75%로 낮아지는데, 이는 지난 9월 FOMC에서 연준이 밝힌 전망보다 매파적인 예측이다.

반면 내년부터 연준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 모건스탠리는 2025년 말 기준금리가 2.37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2일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3분기부터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연준이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견해가 아직 유효하지만, 경제성장이 약화함에 따라 침체 우려가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도 미국 경제가 2분기부터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르면 내년 3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UBS의 바누 바웨자 수석 전략가는 “내년 말 금리가 2.5~2.75%로 떨어지고, 2025년 초에는 1.25%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정상화하면서 내년 3월이면 실질금리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가와 연준의 ‘동상이몽’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5.00%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이후 7월 한 차례 0.25%포인트 인상한 뒤 지난 1일 FOMC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5.25%~5.50%로 동결했다. 11회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온 연준은 현재 2001년 1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 중이다.

앞서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5.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예상되는 기준금리는 5.50%~5.75%로 지금보다 0.25%포인트 높다. 당시 전망치를 제시한 19명의 위원 가운데 12명이 올해 0.25%포인트 1회 인상을, 나머지 7명이 동결을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9월 FOMC 정례회의 후 공개된 경제전망요약(SEP)에 따르면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를 3.9%로 제시했다. 연준 역시 몇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는 있으나, 모건스탠리나 UBS가 예상하는 것보단 높은 수준의 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연준 위원들이 월가의 전망보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배경엔 견고한 미국 경제 상황에 있다. 지난 9월 SEP에 따르면 연준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기존 6월 전망 1.1%에서 1.5%로 상승했다. 실제로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최근 4.9%로 집계됐으며, 당시 연준은 설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3분기에 경제활동이 강한 속도로 확장됐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사진=미국 의회의사당 홈페이지

빠르게 조정되는 시장의 기대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의 금리 전망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6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약 3차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연방기금금리는 4.50~4.75%로 낮아진다.

시장의 전망은 UBS와 모건스탠리가 예상하는 인하폭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비교적 매파적이지만, 내년도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골드만삭스나 연준의 전망과는 유사하다. 6월 이후 계속 상향 조정되는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에 맞춰 시장도 기대를 빠르게 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이 같은 조정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며 아직 4%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이날 투자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뉴욕 전장 대비 1.09bp 오른 4.6558%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공급 증가 우려가 더해지면서 5%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최근 들어 숨 고르기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연준 일부 위원들이 10년물 국채금리의 향방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9일 로리 로건 댈러스 연준 총재는 “기간 프리미엄 상승으로 인해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추가 긴축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근 사태가 악화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향후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