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하락’ 속 환호하는 시장에 찬물 붓는 데일리 총재 “아직 금리 충분히 올렸는지 불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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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게 긴축 종료 선언하면 통화정책 신뢰 떨어져, 신중해야”
다만, 향후 심각한 경기 침체 등 경착륙 가능성은 배제
시장에선 내년 연준의 금리인하 개시 시점 두고 전망 엇갈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사진=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로 꼽히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금리인상 종료 선언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데일리 총재는 전날 인플레이션 둔화를 나타내는 물가 지표 발표를 반기면서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를 거부했는데, 이는 최근 시장에서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쯤 금리인하에 나설 거란 낙관론이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월가 금융기관들과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추가 긴축 여부와 금리인하 개시 시점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CPI 발표 직후 이어진 은 총재의 발언

1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데일리 총재는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최근 경제 지표를 통해 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이 확인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지만, 현재 연준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내리기에 충분할 만큼 금리를 올렸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데일리 총재는 연준이 금세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걱정하는 건 실제로 연준의 정책 목표인 2%의 물가상승률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는지와 관련해 충분한 정보 없이 ‘멈춘 뒤 곧바로 시작하는(stop-and-go)’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통화정책은 향후 경제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며, 궁극적으론 (통화정책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심각한 경기 침체 등 경착륙 가능성은 배제했다. 경기가 어느 정도 식을 순 있지만, 실업률의 가파른 상승이나 급격한 수요 둔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가 지독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급격한 경착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가 되살아나거나 공급 문제가 재개되면서 경기 침체를 불러올 신호들을 계속 살피겠다”고 전했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은 데일리 총재는 내년부터 FOMC 투표권을 갖게 된다.

데일리 총재의 이 같은 경고는 전날 공개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보합에 그치며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전망이 확산됨에 따라 나왔다. 현재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근원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까지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자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 등을 비롯한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내년 3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전날 연 4.4%대까지 하락하며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온라인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낙관론 vs 비관론’ 시장의 엇갈린 전망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1회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왔다. 이후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5.25%~5.50%로 동결하며 200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 중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쯤 금리인하에 나설 거란 낙관론과 반대로 추가 긴축에 나설 거란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먼저 월가의 대다수 금융기관은 내년도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가능성을 높이 두고 있다. 낙관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기관은 UBS와 모건스탠리다. UBS는 미국 경제가 2분기부터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돼 연말이면 금리가 2.5~2.75%로 떨어질 것으로 점쳤다. 모건스탠리도 연준이 내년 6월 금리인하를 시작해 이후 모든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2025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2.37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기관이 펴는 낙관론의 주요 근거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에 있다. 지난 12일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3분기부터 경제 성장률이 지속 낮아지고 있다”며 “연준이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견해가 아직 유효하지만, 경제 성장이 약화함에 따라 침체 우려가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UBS의 바누 바웨자 수석 전략가도 “향후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정상화하면서 내년 3월이면 실질금리가 매우 높아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내년 2분기부터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비관적인 태도로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전문가로는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재무장관)가 있다. 그는 지난 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의 온라인 화상 대담에서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종료를 예상하는 현재 시장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이 다음 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할 순 있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남아 있고, 경제가 상당히 강하다는 점에서 연준이 한번 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4분기나 돼서야 연준의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앞선 기관들의 전망과 달리 “견고한 미국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됨에 따라 연준이 고금리를 보다 오래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최근 4.9%로 집계되며 경제 활동이 강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