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문 닫는 시중은행 점포 급증, ‘금융소외계층’은 어쩌나

허리띠 졸라매는 시중은행들, 점포 폐쇄로 수익성 제고 나서 은행 영업점 폐쇄 배경은 금융 거래의 디지털화 금융위,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 내세웠으나 실효성은 미지수

160X600_GIAI_AIDSNote
주담대·전세대출 대상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전후/사진=금융위원회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지난 5년간 600곳이 넘는 영업점을 폐쇄해 온 것으로 집계됐다. 원인으로는 금융 거래의 디지털화가 꼽힌다. 대다수 금융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 데다, 현금 사용마저 감소하면서 시중은행 점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이르면 오는 12월 말 기존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를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상품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중은행 점포 폐쇄 현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금융 거래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농어촌 지역 거주자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관련 방안을 신설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시중은행 점포 총 651곳 닫아

13일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주요 시중은행 5곳의 지점 폐쇄는 모두 651곳에 달했다. 하나은행이 160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KB국민은행(159개), 우리은행(152개), 신한은행(141개), NH농협은행(39개)가 뒤를 이었다. 이 중 KB국민은행은 올해만 55개의 지점을 폐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시중은행 영업이익 현황이 2018년 이후 2021년, 2022년 모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민은행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3조5,000억원,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2년 동안 7조8,000억원을 벌어들였다. 동 기간 하나은행 7조4,000억원, 신한은행 6조9,000억원, 우리은행 6조2,000억원, 농협은행은 5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유의동 의원은 “자료가 보여주듯 시중은행의 지점 폐쇄가 영업이익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은행의 수익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점 폐쇄 등을 통해 판관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금융취약계층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점포 폐쇄 추세의 원인은?

사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은행 집계에 따르면 성인 10만 명당 은행 지점 수는 2016년 12.3개로 최고치를 달성했다가 이후 4년 내리 감소하면서 2020년에는 10.7개로 줄었다. 해당 통계는 세계 평균치로, 특히 IT가 발달한 우리나라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의 지점 폐쇄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시중은행 점포 폐쇄 추세는 금융 거래의 ‘온라인·모바일화’에서 비롯됐다. 즉 금융소비자들 대다수가 이젠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진 데다,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면서 스마트폰 앱으로 비대면 은행 업무에 익숙해진 것이다. 또한 현금 사용 감소로 인해 ATM 사용이 현저하게 줄면서, ATM 운영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비용이 더 커진 탓에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오프라인 점포는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여기에 우리 정부도 오프라인 점포 방문율 하락에 의도치 않게 가담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오는 12월 말부터 기존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에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까지 이용대상 대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지난 5월 31일부터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 경감 등을 위해 신용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엔 주담대와 전세대출 상품이 기존까지는 포함되지 않아, 금융소비자가 주담대나 전세대출을 갈아타려면 여러 금융회사 영업점을 방문해 대면 상담을 거쳐야 하고, 대출 상환 과정에 있어서도 영업점에 방문하거나 직원과의 통화로 본인 확인을 거쳐 상환금액, 입금계좌 등을 신규 금융사에 전달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일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인프라에 주담대와 전세대출 비교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영업점 방문없이 손쉽게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출을 찾아 대환대출을 신청하고 신규대출 실행 즉시 대출 이동이 완료되도록 하는 등 기존 대환대출 이용의 불편이 모두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담대·전세대출 영역까지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가 확장됨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의 영업점 방문율은 더욱 떨어져 내년에도 점포 폐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 시연 장면/출처=금융위원회

거세지는 은행 지점 축소 현상에 대응 나선 정부

이로 인해 노인이나 농촌지역 거주자 등 금융취약계층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고령층은 예금·대출 등 절차가 복잡한 거래의 경우 온라인 거래보다는 오프라인 점포를 선호하는 만큼, 폐쇄되는 은행 점포가 많아지면 모바일과 ATM기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자연히 높아진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서비스 접근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은행 고객 중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비중은 신용대출 12.4%, 예금 7.0%에 그쳤다. 모바일뱅킹서비스 이용 비율도 2019년 기준 70대 8.9%, 60대 32.2%에 불과하다. 최소 절반 이상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고 있는 20~50대 고객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격차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 속도 늦추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지난 4월 금융위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는데, 시중은행들이 점포 폐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소비자 의견수렴 단계를 추가하고, 이를 점포 폐쇄 영향평가에 적극 반영토록 규정했다. 또한 점포를 폐쇄하게 될 경우에는 소규모·공동 점포를 마련하거나 우체국과 창구 제휴를 맺는 등의 대체 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하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했다. 아울러 은행이 점포 폐쇄 현황을 알리는 공시 주기를 연 1회에서 분기별 1회로 단축하고, 은행들의 점포 신설·폐쇄 현황을 비교하는 공시를 강제하는 방침도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