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예금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 여윳돈’ 소비 대신 자산시장으로, 투자심리 회복되나

인민은행, 시중은행에 비공식적으로 통지예금 금리 인하 요청 올 들어 세 번째 금리인하, 주식채권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나 미국 등 주요국 자산시장서도 통화정책 피벗(pivot) 기대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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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비공식 요청에 따라 중국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했다. 그러나 소비 촉진을 바랐던 중국 정부의 의도와 달리, 많은 가계 저축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추세다. 한편 미국 등 주요국의 고금리 통화정책이 올 하반기 전환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외 자산시장에서도 투자심리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시중은행, 일제히 ‘통지예금’ 금리 낮춰

중국 시중은행들이 지난 15일부터 통지예금 금리를 인하했다. 이번 인하 결정은 인민은행이 금융기관에 비공식적으로 통지예금 금리를 인하하도록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통지예금은 만기 전이라도 일정 기간(1일 또는 7일) 이전에만 예금인출계획을 해당 은행에 통지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장해 주는 수신상품으로, 사실상 인민은행에서 통제되는 금리다.

이날 대형은행의 7일물 통지예금 금리는 기존 2.1%에서 1.45%로 하향 조정됐다. 1일물 통지예금 금리도 기존 1.55%에서 0.9%로 낮췄다.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은 이번 조치가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비용 경감뿐 아니라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부각된 중국의 과잉 저축을 소비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했다.

한편 현지 증권가에선 앞으로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상증권(招商證券)은 “중국은 현재 경기부양 과정에 있다. 인민은행은 향후 직접적인 정책금리 인하보다는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원가를 낮추는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로 위안화 환율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면서 실물경제주체의 자금조달비용 경감 등을 위한 완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계 예금, 재테크 시장으로 몰려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인하한 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예금 금리가 낮아지자 중국 가계의 예금 인출이 잇따르고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4월 위안화 저축은 전월 대비 4,609억 위안(약 89조원) 감소했다. 전체 위안화 예금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가계 저축이 1.2조 위안(약 229조원) 줄면서 전체 감소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출된 은행 예금이 중국 정부가 바라는 소비보단 주식·채권 등의 증권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4월 말 시중은행 재테크 상품 잔액은 27조3,700억 위안(약52.4조원)으로 전월 대비 약 5% 가까이 늘어나며 6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다만 이러한 상승세가 중국 자산시장 회복세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초상증권은 “재테크 시장이 성장 경로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전반이 회복세로 전환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며 “제로 코로나 정책과 함께 급감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기 위해선 현재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는 9월 FOMC 미국 연방기금금리 전망 확률(CME FedWatchTool)/출처=CME 그룹

주요국 내 팽배한 ‘금리인하’ 기대감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에 들어간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아직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지역은행 파산 사태로 비롯된 금융 불안과 인플레이션 둔화세에 따라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먼저 미국의 시장참여자들은 오는 9월 FOMC에서 연준이 처음으로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 거래소(CME)의 FedWatch Tool에 따르면, 올해 연방기금금리 경로 전망은 오는 7월까지 현행(5.00%~5.25%) 수준을 유지하다가 9월부터 금리인하(4.75%~5.00%)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확률(44.7%)이 금리 동결 및 인상 등의 확률(38.3%)보다 높은 상황이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이러한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듯 올 초보다 크게 반등한 상황이다. S&P500 지수는 올 초 3,824에서 4,109로 약 7.5%, 나스닥(Nasdaq) 지수는 10,386에서 12,343으로 약 18.8% 상승하며 지난해 하락폭을 만회하고 있다.

국내 자산시장에서도 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특히 국고채 등 채권시장 금리가 빠르게 하락 중이며, 이에 따라 채권형 펀드·ETF(상장지수펀드)에도 약 3조8,000억원의 개인투자자들을 비롯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와 함께 4% 중반까지 올라섰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현재 3.24%로 큰 폭 하락했다. 지난달 4월 말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한 금액이 무려 2조1,0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