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의 ‘이차전지’ 관련株 순매도액 급증, 초전도체로 눈 돌리는 국내 증시

외국인과 기관의 코스피 순매도 종목 상위 10개 중 절반은 ‘이차전지’ 관련주 ‘이차전지’에 몰렸던 개인투자자들, 이번에는 ‘초전도체’로 몰려가 전문가들 “‘테마주 폭탄 돌리기’ 피하려면, 기업 펀더멘탈에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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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부터 외국인과 기관의 이차전지 관련주 순매도가 급증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 모두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으로 포스코홀딩스가 1위에 오른 가운데 그간 이차전지 관련주 쏠림현상에 따른 차익실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내 증시 자금이 상온 초전도체 관련주로 옮기는 양상이 나타나자 수급에 의존하는 테마주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 포스코홀딩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코스피에서 총 3조1,38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5개가 이차전지 관련주였으며,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포스코홀딩스(4조314억원)였다. 포스코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종목(LG화학, 삼성SDI, LG화학우, LG에너지솔루션)의 순매도 금액은 총 9,390억원으로 전체 순매도액의 30%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도 이차전지 관련주가 50%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 역시 포스코홀딩스(6,917억원)로 전체 순매도액의 26%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기관들은 올해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던 포스코인터내셔널, LS, 삼성SDI 등의 이차전지 관련주를 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이차전지 순매도 증가 현상을 두고 고평가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및 반도체 등 올해 1월 중순 이후 주가가 급등한 업종 위주로 차익실현 매물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인터넷주나 바이오주와 같은 저평가 업종으로 자금이 분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악화현상이 이러한 움직임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일(현지 시간) 글로벌 신용등급평가사 피치는 미 정부의 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미 정부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이에 나스닥 지수 중심으로 올해 가파른 상승을 이어가던 미국 주식시장도 지난 1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서남, 덕성 등 ‘초전도체 관련주’로 수급 몰려

한편 이차전지 관련주에 몰렸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이번에는 상온 전도체로 옮겨가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후 이달 3일까지 초전도체 관련주로 주목받은 서남과 덕성은 각각 262%, 179% 급등했다. 특히 서남은 매수세가 과열되자 지난 4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며 하루 간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초전도체저온학회에서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LK-99를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자 초전도체 관련주들의 가격이 일제히 폭락하기도 했으나, 7일 오전 장에선 서남과 덕성 등의 관련주는 20% 이상 상승하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차전지 이후 새롭게 떠오른 테마에 투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셈이다.

단시간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자 증권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미국 국립연구소가 한 발표도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 특히 학계에서도 입증되지 않은 정보에 개인들의 수급이 몰리며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면서 “이차전지 투자 광풍 이후 주가 급등에 편승하지 못하면서 촉발된 포모(FOMO) 현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수급 쏠림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선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이번 초전도체 테마 관련 급등세는 기업의 실적이나 가치에 대한 전망이 아닌 기대감으로 형성됐다”면서 “이는 임상 호재에 따라 급등한 바이오주들이 임상 실패 시 과대 낙폭을 면치 못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긍정적인 뉴스가 계속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 높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묻지마 투자테마주,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의 주범

테마에 따른 주가의 급등락은 국내 주식시장에선 자주 있는 일이다. 올해 이차전지나 초전도체가 새로운 테마로 떠올랐을 뿐 과거에도 이차전지의 자리를 대신했던 테마는 많았다.

1990년대 초반에는 건설주가 국내 증시를 주도했다. 당시 ‘건설’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이유만으로 건설화학 업종까지 급등하곤 했다. 이후 글로벌 증시에 닷컴 버블 논란이 일었을 당시에도 국내장에선 닷컴(.com)이 붙은 의류회사들이 동반 상승하는 일도 있었다. 이외에도 선거마다 특정 후보자와 관련된 정치 테마주가 급등락하는 일이 빈번한 건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테마주에 돈이 몰리는 현상을 우려하는 이유는 단기간 수급 쏠림 현상에 따른 ‘묻지마 투자’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치보단 당장의 뉴스 흐름에 따라 투자금들이 몰리기 때문에 주가의 등락도 가파르거나 깊다. 그러나 뉴스와 소문을 듣고 나중에 뛰어든 투자자일수록 가파르게 하락하는 주가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흔히들 테마주 투자를 ‘위험한 폭탄 돌리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테마주가 기업의 이익 창출과 무관하게 급등하는 만큼 결국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저가 테마주들의 경우 주가 급등 이후 급락이 나타나는 예가 많아 뒤늦은 대응은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면서 “테마주 폭탄 돌리기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기업의 펀더멘탈, 즉 이익 창출 능력을 확인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