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경기는 나쁜데 부동산만 오른다”지만, 부동산 반등 통해 국내 경제 회복 도모할 수 있어

부동산 경기 외 경제 전반에 대한 기대치 낮은 국내 소비자들 반면 향후 우리나라 경제 전망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기지개 켠다면 우리나라 경제 회복 기대해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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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1로 7월(103.2) 대비 0.1포인트 내렸다. 석 달 연속 100을 웃돌았으나 지난 2월 -0.5포인트 하락 이후 6개월 만에 처음 하락한 모양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총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보통 100보다 높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이번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감돌면서 주택 가격 지수가 올랐으나, 여전히 체감 인플레이션 수준은 높은 데다 중국의 부동산발 경기 침체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 개선 기대가 옅어져 올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봤다는 분석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실물 경제 및 금융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최근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게 된다면 올 하반기 우리나라의 경제도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주택 가격 지수는 상승, 그러나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6개월 만에 하락

이번에 한은이 발표한 8월 CCSI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7월과 비교해 6개 지수 중 생활형편전망(95), 가계수익전망(100)이 각각 1포인트씩 상승했다. 현재생활형편(91)과 소비지출전망(113)은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현재경기판단(72)과 향후경기전망(80)은 각각 -3포인트, -4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상저하고(한 해의 경기가 상반기에는 저조하고 하반기에는 고조되는 현상) 기대심리에 의해 경기 전망 지수가 오르고 있던 와중, 최근 체감 물가가 높아지고 중국 부동산발 리스크,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 등 영향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8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8로 지난달 대비 6포인트 올랐다. 해당 지수는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과반수 이상이면 100을 웃돈다. 이어 황 팀장은 “현재 기준금리가 3.50%로 동결된 건 사실이나, 최근 시중 대출 상승 및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인해 금리 인상을 예측한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7로 전달 대비 5포인트 오른 모양새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점치는 소비자가 과반수 이상이었단 얘기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11월 61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뒤 9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에 황 팀장은 “전국 주택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올라가는 등 주택시장에 활기가 감돈다”며 “아직 지역 편차는 크며 금리가 높은 수준이므로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과 같은 3.3%로 조사됐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올해 2월 4.0%까지 상승했다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분위기다. 황 팀장은 “집중호우, 폭염 등의 기상 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석유류 가격도 상승했기 때문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줄어들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향후 우리나라 경제 전망 나타내는 지표는 엇갈려

이처럼 전반적으로 향후 경기 전망을 다소 어둡게 바라보는 소비자동향지수와 마찬가지로, IMF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7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월 발표 당시 1.5%에서 1.4%로 하향조정됐다. 세부적으로는 지난해 1월 2.9%로 예측한 이후 △2.1% △2.0% △1.7% △1.5% △1.4% 등 5차례 연속 떨어졌다. 특히 올 7월 미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 등의 경제성장률은 상승세로 전환된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우리나라 미래 경제에 대한 ‘암울감’은 대외적 여건, 그중에서도 특히 심화되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패권경쟁에서 중국이 사실상 ‘패자’로 추락하면서, 대중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무역 또한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7월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은 542억4,000만 달러(약 72조6,545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6% 줄어든 데다, 월간 수출은 지난 10월부터 9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반면 올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지표도 나온다. 특히 최근 경제계의 경기 전망은 개선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부터 이어진 긴 침체기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단 이유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월 BSI 전망치는 93.5로 집계됐다. 전월(94.9)보다는 1.4%포인트 감소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2월(91.5)보단 개선된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 회복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 회복 조짐 보인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수만 있다면 실물 경제 회복 또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 A씨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이번 8월 소비자심리지수에서 기준 금리 인상의 기대가 엿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만 해도 건설업계를 포함한 내수 시장의 반등을 꾀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서울 및 부산을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한 기업들의 소식이 쏟아지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삼성물산은 2,600억원대 서울 가락쌍용2차 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업을 수주했으며, DL이앤씨는 5,400억원대 부산 중동5구역 재개발권을 맡았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포스코이앤씨도 3,500억원대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또한 거래량의 경우 서울 아파트 1월 거래량은 1,412건, 2월 2,455건, 3월 2,983건이었고 4월부터 6월까지는 꾸준히 3,000건 이상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최대 거래량이 1,740건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매매가 하락 폭도 줄어드는 추세다. KB부동산의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2년 1월 기준 100)는 90.1포인트로, 2월 대비 3.5포인트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선 거래량 증가와 매매가 하락 폭 둔화를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감도는 근거로 해석한다.

반면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소화되고 있지 않는 등 부동산 반등을 억제하는 변수도 존재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865호로, 청약 열기가 재점화하기 직전이었던 지난 2013년 말 6만1,091호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아직 주택 잉여 공급분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는 만큼, 미분양 물량이 먼저 소화돼야 주택 가격이 올라가는 등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