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제도 개선 통해 ‘성과급 제로’ 현상 및 운용역 이탈 막겠다”

운용역 ‘성과급 제로’ 되는 상황은 없어야 기금운용수익률 오를수록 기금 소진 시기 늦춰진다 전문가들, 서울 이전 등 전향적 대책 마련으로 운용역 복지 처우 개선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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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의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에 대한 개선안 마련의 의지를 밝혔다. 그간 국민연금기금 운용역들은 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및 낮은 성과급 등 저조한 복지 처우에 많은 불만을 토로해 왔으며, 실제 국민연금기금 이탈 인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운용의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기금 소진 시점이 뒤로 길게 늦춰지는 효과를 거두는 만큼, 일각에선 정부 당국의 제대로 된 개선안 마련을 통해 운용역의 처우 개선 및 수익률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운용역 성과급 지급 최소 요건 폐지, 다음달 본격 논의될 예정

13일 복지부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9월 열릴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운용역 성과 평가 체계 개편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해당 개편안을 통해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의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을 완화해 업무 동기를 고취하겠단 취지다.

당초 복지부는 6월 개최된 국민연금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을 폐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악화로 인해 지난 2022년 기금운용수익률이 -8.28%로 역대 최악을 기록하면서, 운용역 성과급 지급의 문턱을 낮추자는 논의 자체가 대국민적으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잠정 보류됐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기금운용수익률이 8.27%로 발표되면서 지난해 역대 최악의 평가손실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평이 국민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아울러 금융 당국 주도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발표가 성큼 다가오면서 연금 개혁과 관련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어 성과급 지급 최소 요건 재편 논의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성과급 제로’ 현실화되면 운용역 이탈 추세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

이번 논의의 중심인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의 경우,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사이에선 소위 ‘허들’로 인식된다. 국민연금 성과 평가 보삼 지침에 따르면,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평균 기금운용수익률을 웃돌면 운용역은 아예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물론 2008년 규정 도입 이래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는 없었으나, ‘성과급 0원’이라는 가능성으로 인해 업계에선 허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하면서 ‘허들’이 실제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물 경제에 과도하게 뿌려진 유동성의 부작용이 지난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돌아오면서, 이를 우려한 글로벌 주요국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렸고,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해당 여파로 기금 수익률도 -8.28%로 처참한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봤듯 성과급 지급 여부에 최근 3년 수익률 및 물가가 크게 영향을 주는 만큼, 해당 과거 수익률로 인해 심하게는 운용역들이 내년 지급 성과급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국민연금 운용역 A씨는 “거시경제 하방 압력 등 운용역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만약 내년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되면, 운용역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급 지급 요건이 국민연금의 투자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 기관인 데 비해, 성과급 지급 최소 요건의 수익률은 최근 3년 치만 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낮아진 수익률을 회복하기 위해 비교적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 비중을 끌어올리면서 수익률의 변동성이 커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2028년 55% 내외로 커질 예정으로, 성과급 지급 최소 요건이 도입된 2008년 14.5%에 비하면 큰 폭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성과급 최소 지급을 위한 수익률 기준을 5년 이상으로 늘리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이처럼 운용역 이탈 추세가 가속화되는 부분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사안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금 수익률을 1%p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55년에서 5년 늦춰진 2060년이 될 것”이라며 “이는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인 9%를 11%로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밝혔다. 즉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알짜 인력을 충원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인력이 이탈하는 상황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운용역들 복지 및 처우 개선 시급해

국민연금은 이번 성과급 지금 요건 개편을 필두로, 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운용 인프라의 단계적 개선에 착수할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해외 사무소를 추가로 세우는 한편 기존 사무소에 인력을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사무소는 런던, 싱가포르, 뉴욕 등 3곳으로,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아직 적은 수준이다.

한편 뛰어난 실적의 운용역을 유치하기 위해 전문성 및 능력에 맞게 유연한 보수를 줄 수 있게끔 하는 법적 근거 마련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A씨는 “그간 투자 섹터가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성과급 체계를 유지해 왔던 만큼 유연한 보수 체계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예컨대 리스크가 높은 주식 부서의 경우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던 지난해 대비 올 5월 큰 성과를 기록한 것처럼 보여 높은 성과급을 받았으나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해 오던 채권 부서의 경우 지난해와 실적이 크게 다르지 않아 상대적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 내부에선 전주 이전으로 생활 여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운용역들이 많은 만큼, 투자 부서의 경우 서울에 일부 이관하는 등의 전향적인 정책을 고려해 운용역의 복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전주 원룸의 시세도 비싸고 문화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해 금요일에 왕복 7시간에 걸쳐 서울에 갔다 오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