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공룡’ 컨트리가든 디폴트 리스크 직면, 우리나라 포함 글로벌 경제 악영향 배제 못해

‘중국 부동산 공룡’ 컨트리가든, 디폴트 위기 여타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돼 중국 당국의 적절한 부양책 뒷받침 되지 않으면 글로벌 타격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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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공룡’이라고 불리는 중국 메이저 부동산 개발회사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이 채권 이자 상환에 실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컨트리가든을 필두로 여타 부동산 기업들의 디폴트 위기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금융시장 및 실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은 물론, 우리나라 또한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GettyImages

컨트리가든, 이자 상환 못해 디폴트 리스크 직면

9일(현지시간) 외신보도에 따르면 컨트리가든이 지난 6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트리가든은 30일간 유예 기간을 거칠 예정이며 해당 기간에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공식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선언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부터 비구이위안이 역내 채권 10종 이상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2021년 및 2022년에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 9종은 선전 증권 거래소와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막히게 된다. 또한 비구이위안 사모채권 1종과 비구이위안의 계열사 강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도 거래할 수 없게 될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컨트리가든의 이같은 디폴트 소식이 이미 그로기 상태에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더욱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업체인 컨트리가든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을 목격한 시장 참여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투자 자금을 대거 빼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도미노 디폴트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업체 중 하나인 컨트리가든이 이자 상환 문제로 인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여타 주요 부동산 업체의 디폴트 리스크가 컨트리가든보다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말 기준 컨트리가든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93%였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조달된 현금으로 부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컨트리가든보다 현금흐름보상 비율이 낮은 위안양(12%)은 지난 2일 20억 위안(약 3,650억원) 상당의 부채 상환에 실패했다.

중국 정부,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에 상황 진압 나설 듯

지난달엔 또 다른 ‘중국 부동산 공룡’인 다롄완다상업관리집단이 이자 상환에 실패하면서 디폴트 리스크에 직면했다가 계열사 지분을 팔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컨트리가든의 경우 원리금 상환에 난항을 겪은 완다와 달리 이자조차 상환하지 못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가 단순히 중국의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컨트리가든을 비롯한 건설 부동산 기업의 기업어음(CP)은 단기 투자 상품으로 상당한 인기가 있기 때문에, 상당한 투자자들이 엮여 있는 만큼 중국의 금융시장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1년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3,000억원 규모의 채권 상환에 실패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을 한 차례 마비시켰던 바 있다. 당시 시장에 만연했던 헝다그룹의 디폴트 가능성에 7년 만에 처음으로 주택가격이 3개월 연속으로 하락했으며, 주택가격이 하락한 도시 수는 2021년 9월 36개에서 동년 10월 52개로 증가했고 거래량 또한 급감했다. 가격 하락 폭도 동년 9월 13%에서 10월 22%로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 금융 당국은 당시 부동산 시장 위축이 실물 경제 타격으로 직결될 것을 우려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은 0.5%p 낮춤으로써 부동선 시장에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조치였던 셈이다.

이번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에도 결국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례로 지난 7월 25일 중국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은 부동산 부문을 ‘중점 위험’으로 간주하고 정부 차원에서 주택 공급과 건설을 뒷받침하는 한편, 도시 속 저개발지역 개조 및 사회 기반 시설 건설, 주택 대출 리스크 대비 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및 글로벌에 끼칠 영향 무시할 수 없어

이같은 중국 부동산 시장 악화는 세계 경제에도 적신호를 켤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즈는 “중국 경제 위축은 미국산 소고기, 브라질산 대두, 이탈리아 사치품 등 글로벌 주요 상품에 대한 수요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며 “광물, 석유 및 기타 산업품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래리 후 맥쿼리 호주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기 후퇴는 글로벌 경제 전망에 확실하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세계 1위 상품 소비국인 만큼 영향은 아주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능성 높게 점쳐지는 중국의 경제 침체에,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또한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 전환한 중국이 부동산 경기 위축에 타격을 받아 넉 달 연속 0%대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여기에 생산자 물가지수 또한 4.4% 감소하면서, 일각에선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식 장기 불황이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분기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19.5%인 우리나라도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 악재로 다가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 경제가 중국과 맞닿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부동산 시장에 내재해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결코 작지 않다”며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