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50엔 근접한 달러·엔, “엔화 약세 언제까지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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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일주일 새 149엔 중반으로 급등
美 연준 전망 및 경제지표 따라 향후 엔화 흐름 결정될 듯
일본 물가상승률 계속 높아질 경우 BOJ 긴축 전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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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반짝 강세를 보였던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단기적으론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함에 따라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확산된 영향이지만,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론 일본 중앙은행(BOJ)의 계속되는 초완화 통화정책이 지목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향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과 일본 물가지표의 계속되는 상승 등에 따라 BOJ가 통화정책을 뒤바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엔화 약세, 주요 원인은 ‘BOJ의 완화적 통화정책’

도쿄 외환시장에 따르면 27일 오전 8시 30분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49.55엔으로 지난 24일 종가 대비 0.13엔 하락했다. 지난 13일 151.92엔까지 상승하면서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일주일만인 21일에는 최근 2개월간 최저치인 147.1엔까지 떨어지며 약세가 이어졌다.

엔화 약세는 BOJ의 초완화 통화정책에서 비롯됐다. BOJ는 10년물 국채금리 상하단 범위를 설정해 그 이상 금리가 움직일 경우 무제한 국채매입을 통해 금리 수준을 낮게 유지하는 수익률곡선 통제(YCC) 정책을 오랜 기간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엔화의 가치는 빠르게 하락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대응에 따른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도 엔화 약세에 한몫했다. 타 국가의 정책금리가 일본의 정책금리보다 높아지면 타 국가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는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엔화가 약세를 띠게 된다. 특히 미국의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미일 금리차가 확대되고 달러화 수요가 늘면서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게 됐다.

즉 엔화는 BOJ가 통화정책 태도를 바꿀 경우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다만 BOJ가 당분간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최근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실질임금과 성장률이 원하는 수준만큼 도달하지 못했음을 강조하며, 지금의 물가상승률도 내년쯤 다시 내려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일본의 임금상승률도 전년 대비 0.6%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시 -2.1%(전분기 대비)를 기록하며 역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BOJ가 통화정책 전환에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자 일각에선 엔화 가치가 1990년대 수준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기관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과는 동떨어져 있고 주식이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잘 지원받는 한, 엔화는 계속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이전까지 엔화 가치는 1990년 6월 이후 가장 약세인 달러당 155엔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상승세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엔화 강세로 돌아설 트리거 역할

다만 앞으로 엔화 약세가 계속될지 여부는 현시점에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먼저 향후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에 대한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아직 발표 직전이다. 미 상무부는 오는 30일,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발표한 뒤 내달 1일에는 미 공급자관리협회(ISM)가 11월 제조업지수를 공표할 예정이다.

만약 연준의 예상보다 물가지표 둔화세가 두드러지거나, 경기지표에서 불황 조짐이 나타난다면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미일 금리차 축소에 따른 엔화 강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반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확산되거나, 경제지표 호조가 이어진다면 연준이 누차 강조해 왔던 고금리 장기화가 현실화하면서 미일 금리차 확대에 따른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발표될 일본 경제지표도 BOJ의 통화정책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엔화 흐름을 뒤바꿀 수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이후 19개월 연속 BOJ의 목표치인 2%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는 물가지표가 그 중심이 될 수 있다. 최근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대비 2.9%로 집계됐다. 잠시 주춤하던 물가 상승폭이 4개월 만에 확대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재차 확산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BOJ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엔화 가치는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

여기에 내년 2월 다가올 ‘춘계생활투쟁’도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높일 주요 요소로 꼽힌다. 춘계생활투쟁은 매년 2월 이뤄지는 임금인상 협상으로, 지난해에는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5%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3.58%의 임금 상승이 이뤄졌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5%를 넘는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며 “일본 CPI를 결정짓는 요소 가운데 임금을 포함한 서비스물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9%로, 만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 인상이 진행될 경우 내년 2월 이후 임금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폭 확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