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계, 잠재적 부실기업 전체의 40% 달해 “채무상환 힘든 한계기업도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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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정책연구원,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보고서 발표
고금리 장기화로 늘어난 이자비용 및 건설 자잿값 상승 등이 주요 배경
수익성 저하로 건설사들 부실시공마저 심각한 수준
사진한화건설-인스타그램
사진=한화건설 공식 홈페이지

건설기업 10곳 중 4곳은 정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이자 부담이 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으로 건설 자잿값까지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다. 수익성 저하로 건설사들의 부실시공마저 ‘심각’ 단계에 이르며 건설 업계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정부의 적절한 조치 없인 내년 건설 업계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부실기업,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서 많이 늘어

2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업계(이하 모두 외감기업 기준)의 이자보상배율은 4.1배를 기록했다. 2018년 6.8배에서 2019년 5.6배로 하락한 후 지속 오름세를 보였던 건설업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6.4배까지 회복한 이후 지난해 급락하면서 최근 5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5.1배인 것과 비교하면 산업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으로 나눠 산출되는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은행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정상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간주하고,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들을 ‘취약기업’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건설기업은 929곳으로, 건설업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2018년 32.3%(642곳)에서 매년 상승해 4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 역시 전체 산업 평균인 36.4%보다도 크다.

지난해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건설기업은 387곳으로 전체의 18.7%에 달했다. 2020년 15.8%에서 2021년 17.3%, 2022년 18.7%까지 증가해 온 한계기업 비중은 토목건설업의 비중이 2020년 67개사에서 2022년 96개사로 늘면서 3년 만에 43.3% 상승했다. 건물건설업도 2020년 149개에서 2022년 183개사로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전체 387개사 중 54개사로 14.0% 비중을 차지했으며, 중소기업은 333개사로 86.0%를 차지했다. 기업 규모별 그간 한계기업 추세를 보면 건설대기업은 2020년 46곳에서 2021년 47곳, 지난해에는 54곳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중소기업은 2020년 259곳에서 2021년 302곳, 지난해에는 333곳으로 매년 큰 폭 증가했다. 대기업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중소기업은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 업계 ‘한계기업’ 증가세 배경

건설 업계의 한계기업 증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이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주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저금리 기조에 맞춰 투자와 부채를 늘려온 건설기업들은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이자비용이 늘면서 경영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건설 업계의 평균 매출액은 1,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4.5%로 전년보다 1.5%p하락했다. 그간 건설 업계 영업이익률은 2019년 5.6%에서 2021까지는 6%대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지난해 4%대로 급락했으며, 순이익률도 2021년 4.9%에서 지난해 3.6%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전년(133.5%)보다 11%포인트 넘게 상승한 144.6%로 집계됐다. 2018년 132.8%에서 2020년 120%대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여기에 러-우 전쟁 이후 지속해서 상승한 건설 자잿값도 건설 업계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키웠다. 이에 대해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건설 원가 역시 높은 상태로 올해 건설업의 부실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건설 경기의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 건설 업계의 전반적인 부실은 본격화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공사들이 중단되지 않도록 건설 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들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전문·중소 건설 업체들의 연쇄 부도 및 흑자 도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생태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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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철근 누락 사태’ 등 건설사 부실시공 인식마저 자리 잡아

수익성 저하로 인해 건설사들의 부실시공마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철근 누락으로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15개 단지에서도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된 바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한 내용에 따르면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 중 7개 단지는 구조 계산을 누락하거나, 잘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 계산은 건물에 작용할 수 있는 각종 하중을 계산해 각 부위가 하중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으로, 시공능력평가 27위인 한신공영이 시공한 양주회천 A15 단지는 154개 무량판 기둥 전부에 보강 철근이 빠졌다. 또 업계 41위인 효성중공업이 시공한 광주선운2 A2 단지는 구조 계산 오류로 112개 무량판 기둥 가운데 42개의 보강 철근이 빠졌다.

철근이 누락된 단지를 시공했거나 시공 중인 건설사 대부분은 중견 건설사지만, DL건설·한신공영·HL디앤아이한라·효성중공업 등 시공능력 평가액 1조원이 넘는 1군 건설사도 다수 포함됐다. 이에 따라 건설사 규모가 더 이상 아파트의 완성도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건설 업계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불과 2021년과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GS건설의 부실시공 이슈에 이어 이번 LH 철근 누락 사태까지 겹치자 시장에선 아파트 부실시공이 만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현재 건설 업계에선 브릿지론에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본 PF에서도 높아진 신규 발행·차환 비용 등으로 자금 부담에 허덕이는 시행사와 건설사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잇따른 부실시공 이슈까지 가중될 경우 자금 경색이 심화하면서 부실기업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