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체 투자 시장, 2024년 주요 전망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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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미국 VC 밸류에이션 정체 예상, 얼어붙은 IPO가 원인
미국 PE 시장에 부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열풍
유럽 시장은 VC·PE 모두에서 대형 운용사 자금 집중 심화 중

새해가 목전에 다가온 지금, 업계에서는 내년에 대체 투자 시장이 회복할 수 있을지가 최대 화두다. 다만 올해 내 부진했던 펀드 성과 배분과 고금리 탓에 내년 대체 투자 시장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내년 미국 VC(벤처 캐피탈) 모금액은 소폭 증가에 그치는 반면, 사모펀드(PE) 시장에서는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의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VC와 PE 모두 소수 대형 펀드에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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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C 분기별 모금액, TTM(12개월 후행) 평균 모금액과 2024년 추정치 (2023.9.30. 기준), 주: 모금액(네이비), 추정 모금액(민트), TTM 평균 모금액(옐로우), 추정 TTM 평균 모금액(오렌지)/출처=Pitchbook

미국 VC 모금액, 2020년 수준으로 소폭 성장 예상

올해 미국 벤처 시장은 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주가 부진으로 IPO(기업공개)의 동력을 잃었다. 하반기에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 식료품 배달 기업 인스타카트(Instacart), 마케팅 자동화 기업 클라비요(Klaviyo) 등 대형 기업들이 상장하며 IPO에 활기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를 불러왔지만, 상장 직후 세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올해 VC의 성과 배분은 900개 엑시트(투자금회수)를 통한 548억 달러(약 69조 9,840억원)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이미 하락세가 시작됐던 2022년보다도 30%나 적은 수치다.

이런 시장환경은 새로운 펀드 결성에 있어 악재로 작용했다.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해질수록 LP(출자자)는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저위험 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관 LP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고위험 자산의 비중이 줄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가 최근 5%대에 도달하면서다. 이와 관련해 피치북의 양적 연구 분석가 수잔 후(Susan Hu)는 직전 12개월의 성과 배분 기록에 바탕으로 미래의 펀드모금 난이도를 계산하는 시계열 모델을 통해 내년 미국 VC 펀드의 연간 모금액이 640억 달러(약 82조 9,440억원)가량으로 2020년과 비슷할 것이라 분석했다.

모금액이 다소 증가한다고는 해도 스타트업의 형편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후 분석가는 “내년에도 모금 속도가 느리게 유지됨에 따라 자금난에 처한 스타트업은 밸류를 낮춰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며 “VC가 불확실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을 더 까다롭게 운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피치북의 2024년 미국 VC 전망(2024 US Venture Capital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VC 시장에서는 모금 속도가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펀드의 유동 자금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에게 협상력이 치우치는 환경이 계속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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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한 미국 PE 엑시트(2023.12.5. 기준), 주: 엑시트 밸류에이션(네이비), 엑시트 건수(민트)/출처=Pitchboo

컨티뉴에이션 펀드, 미국 PE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

미국의 PE 시장도 올해 유달리 저조한 엑시트 활동을 보이며 약 7.6%의 운용 자산 회전율을 기록했다. 기존 펀드에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LP가 자금난에 봉착함에 따라 새로운 펀드의 모금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펀드 매니저들은 유동성을 끌어오고자 포트폴리오를 담보로 하는 순자산가치(NAV)대출, 이자나 배당을 회사채나 우선주로 지급하는 현물지급증권(PIK)대출, PE와 VC가 기존에 투자했던 포트폴리오의 주식이나 LP의 지분을 다시 인수하는 세컨더리(secondary) 펀드 등의 전략을 채택했다.

그중에서도 GP(운용사)가 주도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각광받고 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기존 PE의 GP를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펀드가 보유한 우량 자산이나 기업을 신규 펀드로 이전해 투자하는 전략이다. GP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낮은 밸류에이션에 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가치가 오르기를 기다릴 수 있고, LP는 새로운 LP에 지분을 판매해 유동성을 얻거나 기존 투자를 이어갈 선택지가 생긴다.

피치북의 ‘2024년 미국 PE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컨티뉴에이션 펀드 모금액은 작년 전체 576억 달러(약 74조 6,496억원)에서 올해 3분기 681억 달러(약 88조 2,576억원)로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피치북 분석가 팀 클라크(Tim Clarke)는 “지난 11월 기준으로 2023년 총 엑시트 1,160건 중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한 엑시트는 71건”이라 밝히며 “아직 작은 비중이기는 하지만 유동성 압박이 커짐에 따라 내년에는 그 수가 100건 이상으로 폭발적 증가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IPO나 M&A에 비견하는 보편적 엑시트 전략이 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기업의 실제 가치가 성장하지 않아도 다음 구매자의 존재만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컨티뉴에이션 펀드의 특성상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주는 ‘폰지사기’ 논란에 휩싸이며 LP가 반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펀드의 조성 방식이 번거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도 걸림돌이다. 실제로 지난해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 시도의 약 3분의 1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PE 운용사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엑시트 전략으로 삼는 대신 엑시트가 저조한 시기가 끝나기까지 시간을 버는 도구로 사용한다. 피치북의 분석가 지니 최(Jinny Choi)는 “현재 미국에서 PE 펀드가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하는 기간의 중앙값은 6.4년”이라며 “이는 10년 만에 최장기간이지만, 내년에 이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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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간 PE 모금액 중 상위 3개 펀드 모금액의 비율(2023.11.30. 기준), 주: 상위 3개 펀드 모금액(네이비), 상위 3개 펀드를 제외한 연간 모금액(민트)/출처=Pitchbook

유럽 시장, 대형 펀드 점유율 계속 커진다

유럽 시장은 어떨까.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유럽의 PE는 마감 펀드의 갯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연간 모금액이 증가했다. 11월 말까지 1,100억 유로(약 157조 3,572억원) 이상 집계된 모금액의 44% 이상이 각각 26억 유로(약 3조 7,193억원), 167억 유로(23조 8,896억원), 75억 유로(10조 7,289억원)를 모금한 CVC(기업형 VC) 캐피탈 파트너스 제9펀드(CVC Capital Partners Fund IX), 퍼미라 제13펀드(Permira Fund VIII),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제6펀드(KKR European Fund VI) 등 3대 대형 PE 펀드에 집중되면서다.

이 같은 경향은 내년에 더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 유럽 PE 시장 전망에 대해 피치북의 니콜라스 모우라(Nicolas Moura) 분석가는 “2024년에는 연간 모금액이 2023년보다 감소하는 가운데 자금의 집중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심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모우라 분석가는 내년에 마감을 계획 중인 펀드들의 목표액을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 3대 대형 펀드의 합이 약 450억 유로(약 64조3,7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총 PE 모금액이 12%에서 15%가량 하락하며 1,000억 유로(약 143조520억원)를 밑돌 것을 가정했을 때 이는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VC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마감한 유럽 VC 펀드 중 상위 10개의 모금액은 66억 유로(약 9조4,414억원)로 전체의 39.2%를 차지했다. 여기에 아직 모금 중인 펀드 중 상위 20개의 잠재 모금액을 합하면 약 128억 유로(약 18조3,106억원)로, 100개 이상의 펀드로 이뤄진 2023년 연간 모금액과 비등한 수준이다. 피치북의 분석가 나비나 라잔(Navina Rajan)은 이에 관해 “바닥을 쳤던 시장이 대형 펀드의 활약에 힘입어 회복하기 시작하며 2024년의 연간 펀드 모금액은 최소한 2023년과 같거나 더 높을 것”이라 말했다. 덧붙여 “엑시트가 저조하기는 했지만, LP들이 시장을 떠나는 대신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지금을 좋은 매수 기회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