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5,000명 해고? ‘철밥통’ 잘라낸 아르헨티나, 재도약 발판 마련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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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재정 나선 아르헨티나, 공무원 감축으로 본격 '시작'
"아르헨티나, 정부 지출 대비 공무원 보수 그리 높은 편은 아냐"
업무 과중 우려 증가, 아르헨티나 필수 공무 인력 유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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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dobe Stock

급진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유명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최소 5,000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해고하는 등 긴축 고삐를 쥐기 시작했다. 재정적 어려움을 우선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다만 일각에선 불안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아르헨티나의 정부 지출 대비 공무원 보수 비율이 크게 높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무원의 절대적 수가 감소함으로써 업무 과중이 발생해 국가의 ‘허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쓸려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르헨티나, 공무원 대거 ‘감축’ 나선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스페인 언론 매체 엘 파이스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올해 새로 채용된 공무원들의 계약을 종료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관보에 공개된 새 법안에 의하면 2023년 1월 1일 이후 고용된 공무원은 근로 계약을 갱신할 수 없게 됐다. 장애인 등 다른 법률에 의해 특별히 보호되는 공무원 쿼터와 필수 인력으로 간주되는 공무원은 예외로 뒀지만 해고될 공무원 수는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공무원 해고 법안으로 최소 5,000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공무원노조(ATE)는 7,000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해고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향후 90일 이내 올해 이전 고용된 공무원의 근로 계약도 재검토할 예정이다. 향후 해고되는 전체 공무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직후 정부 부처를 기존의 18개에서 9개로 축소하는 법안에 가장 먼저 서명하면서 대선 공약이었던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정부지출 삭감 정책을 본격 시작했다. 이 밖에도 밀레이 대통령은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과거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양해 왔던 페소화 가치를 50%나 평가절하하고,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국영 기업 민영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이날 밀레이 행정부는 공무원 해고 법안 외에도 모든 수입 건에 대해 관세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자유무역 조치도 발표했다. 재정적 어려움을 우선적으로 해결한 뒤 차근차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보겠단 구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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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미국 대통령의 모습/사진=Donald-J. Trump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빈번한 공무원 감축 시도, 하지만

공무원 감축 시도는 이미 각국의 여러 정부에서 시행을 타진해 온 정책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 성과제에 따라 공무원을 해고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착수한 바 있다. 직무 중심 인사관리와 성과관리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를 도입하겠단 취지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또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법적으로 보장된 공무원의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언급했다. 직업 공무원을 보다 쉽게 해고하겠단 의미다.

공무원 감축 시도가 빈번히 일어나는 건 공무원 보수로 이용되는 재정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정부 지출 대비 공무원 보수’는 평균 23.6% 내외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부 지출의 21.1%, 덴마크는 29.5%, 프랑스는 22.7%, 미국은 25.8%, 영국은 21.4%, 독일은 17.6%를 공무원 보수로 사용했다. 이외 OECD 26개국 중 통계 수치가 20%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는 체코, 독일, 일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5개국에 불과했다.

다만 현재 아르헨티나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무원 급여 지출액은 2.2%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에서 공공부문 고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북유럽 국가, 일본,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도 속속 등장했다. 아르헨티나의 재정 위기를 공공부문 재정 비대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하기 어려운 만큼 공공부문 재정 감축으로 재정적 발판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으리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오히려 아르헨티나의 선택이 국가의 ‘허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필수 인력을 그대로 유지한다 해도 공무원의 절대적 수 감소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공무원들이 하던 업무를 필수 인력들이 나눠 가짐으로써 업무 과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해고에 따른 불안정성 증가로 공무원직을 이탈하는 인력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성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당장 아르헨티나의 모습이 불안정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