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버티기 힘들다” 기업 줄도산에 예산 쇼크까지, 시름 깊어지는 미·유럽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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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파산 기업 증가, 미국 30%↑ 프랑스 30%↑ 일본 30%↑
급격히 오른 금리에 더해 코로나 지원금 끊기면서 좀비 기업 줄파산
독일 기업들도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중, 전년 대비 25%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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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일 등 선진국 기업들에 파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주요국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이다. 금리가 크게 오른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지급됐던 정부의 부양책이 중단된 것이 파산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선진국 파산 기업 증가세

최근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기업 파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 법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감소세를 보인 미국 기업의 파산 건수는 지난해 9월까지 12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르타는 지난해 11월 말까지 543개 스타트업이 파산이나 해산으로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이미 2022년 전체의 467개를 넘어선 수치다. 카르타는 또 자사 플랫폼에서 최소 1천만 달러(약 130억원)를 모금한 스타트업 중 87개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문을 닫았다며, 이는 지난해 전체의 2배 규모라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1월 기준 19개월 연속 기업 파산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시장조사 전문기관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의하면 총 773개 일본 기업이 11월에 법적 청산 절차를 시작했으며, 2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최소 30%가량 늘었다. 업종별로는 7개 업종 중 6개에서 전년 대비 증가했는데, 서비스업이 196개로 가장 많았고, 소매업 170개, 건설업 141개 순이었다. 

유럽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 걸친 기업 도산은 지난해 9월까지 9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해 8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지난해 10월 파산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도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파산이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상황이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를 포함한 일부 국가의 경우 기업 파산 비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EU 최대 경제국 독일도 ‘빨간불’

EU 역내 최대 규모의 경제국인 독일의 지난해 파산 기업 수는 전년 대비 25%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는데, 독일 경제 위기는 곧 유럽 전반의 적신호로 감지되는 만큼 유럽 경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보험사 알리안츠트레이드에 따르면 연매출 5,000만 유로(약 732억원) 이상 기업의 도산을 뜻하는 ‘주요 파산’ 건수(2023년 1~9월 기준)는 45건으로 파악됐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같은 기간 동안 각각 17건, 26건에 불과했던 반면,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주요 파산 최다치(58건)를 기록했던 2020년에 육박하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또한 연방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독일 내 기업 파산은 2022년 8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 파산에 의한 채권자의 부채는 약 40억 유로(약 5조8,500억원)로 추정된다.

사정이 가장 악화된 산업 분야는 주택 건설업이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수요 약화와 더불어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부실로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한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독일 건설기업의 신규건축 물량은 지난 2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아울러 독일 IFO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기업의 22.2%가 ‘기존 프로젝트 취소’를 신고했는데, 이는 199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악의 기록이다.

여기에 정부 예산안 중 600억 유로(약 87조원)에 달하는 항목이 위헌이라는 초대형 변수까지 발생했다. “2024년부터는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독일 내 일부 전문가들의 낙관론도 예산 불확실성에 꺾이면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클라우디아 부흐 부총재는 최근 미국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독일이 겪고 있는 구조적 변화와 경제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부실해지고 신용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들에 ‘부실 대출 대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