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없었으면 어쩔 뻔”, 경상수지 8개월 연속 흑자에도 비관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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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반도체 수출 증가율 20% 육박
특허권 사용료 급감, 지적재산권수지 적자전환
반도체 의존도 ‘심각’, 여타 부문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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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된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국내 경상수지가 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한국은행이 제시한 연간 경상수지를 크게 초과 달성한 가운데,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편중된 회복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 또한 이어져 눈길을 끈다.

한은 전망치 ‘훌쩍’ 상회한 연간 경상수지, 37%↑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경상수지는 74억1,000만 달러(잠정치, 약 9조8,39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경상수지는 5월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8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었다. 2023년 연간 경상수지는 354억9,000만 달러(약 47조1,307억원)로 전년(258억3,000만 달러·약 34조3,022억원) 대비 37.4% 증가했다. 이는 당초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인 300억 달러(약 39조8,400억원)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590억 달러(약 78조3,52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5.8% 증가했다. 수출 품목 가운데선 승용차(+19.2%)와 반도체(+19.1%)의 수출 증가가 눈에 띄었으며, 지역별 수출에서는 미국(+20.7%)과 동남아(+15.4%)로의 수출이 뚜렷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509억7,000만 달러(약67조6,882억원)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9.3% 감소했다. 에너지 수입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결과로, 지난해 12월 에너지 원자재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0% 줄어들며 수입 규모 축소를 견인했다. 특히 가스와 석탄 수입액은 각 30.6%와 30.4%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며, 화학공업제품과 원유 수입액 감소율도 각 17.0%, 4.7%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도체 제조장비(-24.4%), 반도체(-7.7%) 등 자본재 수입 또한 7.9% 줄었으며, 곡물(-17.9%)과 승용차(-3.1%) 등 소비재 수입 역시 5.8% 줄었다.

지난해 11월 22억1,000만 달러(약 2조9,349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는 서비스수지는 12월에도 그 폭을 키우며 25억4,000만 달러(약 3조3,731억원) 적자를 냈다.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여파로, 대(對)일본 여행수지 적자는 12월 한 달에만 13억4,000만 달러(약 1조 7,795억원)에 달했다.

한동안 흑자행진을 이어오던 지적재산권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국내 지적재산권수지는 2억5,000만 달러(약 3,320억원) 적자로 불과 한 달 전(2억4,000만 달러·약 3,187억원)과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한은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있는 자회사로부터 거둬들인 특허권 사용료 수입이 급감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금융계정 순자산은 지난해 12월 중 56억8,000만 달러(약 7조5,430억원)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이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한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58억3,000만 달러(약 7조7,422억원)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4억1,000만 달러(약 1조8,717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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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els

탄력받은 반도체 업황 개선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전환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 반도체는 올해 상반기에도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국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2% 증가하며 2017년 12월 이후 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의 증가 폭을 보였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546억9,000만 달러(약 72조5,736억)로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한 결과다.

다만 이같은 수출 호조에도 반도체나 자동차 등 특정 품목 편중 현상이 심화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월별 경상수지 등 단기적 성과는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의 실물경기가 중장기적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부 품목에 집중된 반등이 아닌, 다양한 부문의 성장과 반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제외 수출산업 체감 경기는 ‘여전히 쌀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반도체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나 철강, 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의 체감 경기가 후퇴했다는 조사 결과도 이같은 지적에 힘을 싣는 요소다. 한은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전체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70으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장기 평균치 77을 밑도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2월(69) 이후 최저 기록이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 관계자들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을수록 지수가 낮아진다.

금융권에서도 중장기적 경기 회복을 위해 여타 부문의 업황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건설을 비롯한 대부분 산업이 팬데믹 종료 후에도 약세를 거듭하고 있는 데다, 금융 및 부동산 부문 서비스 생산량 같은 중장기적 산업 활동 회복세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우리 제조업이 회복의 기미를 보인 것은 대외 수요가 회복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분전에 따른 결과”라고 짚으며 “극소수 품목에 편중된 제조업 회복 양상을 감안했을 때 경기 개선세 전반적으로 확대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된 실질소득 감소가 이어질 경우, 건설 등 투자 부문의 역성장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