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세컨더리 내려가고 사모 대출 떠오르나
글로벌 세컨더리 수익률, 지난해 사모펀드 전체 4위로 급락 사모 대출 펀드, 메자닌 인기에 힘입어 2위로 추월 세컨더리·메자닌 펀드, 올해 긍정적 성과 전망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사모펀드 시장에서 세컨더리 펀드 분야의 퍼포먼스 순위가 전체 4위로 하락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세컨더리가 기록한 사상 최저 순위로, 불안정한 시장 환경이 주요 원인이다. 이에 세컨더리 펀드가 지난해의 부진을 딛고 반등할 수 있을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세컨더리의 순위 하락과 같은 시기에 사모 대출 펀드는 꼴찌를 다투던 후발주자에서 전체 2위로 올라섰다. 사모 대출 분야의 이 같은 급부상은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 오히려 인기를 끄는 메자닌 대출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컨더리 펀드, 7개 분기째 내림세
세컨더리 펀드란 다른 PE 펀드(비공개 기업 지분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나 VC(벤처 캐피탈)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비공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피치북의 2023년 2분기 글로벌 펀드 퍼포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기준 세컨더리 펀드의 연간 롤링 IRR(내부 수익률)은 0.2%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평균 IRR인 13.5%에 한참 못미칠 뿐 아니라 불과 1년 전인 2022년 2분기의 24.9% 연간 롤링 IRR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 같은 대비를 보면 일견 세컨더리 펀드가 갑작스런 성과 하락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단기간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실상 세컨더리 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2021년 3분기에 50.3%로 정점을 찍은 후 7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왔다. 해당 기간의 50.3%라는 성과는 팬데믹의 끝무렵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이 급속도로 뛰어올라 사모 시장 전반이 폭발적인 NAV(순자산가치) 상승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 기간이 짧을수록 높게 산출되는 IRR의 계산 구조상, 보유 기간이 짧은 세컨더리 펀드들은 여타 사모펀드에 비해서도 극도로 높은 IRR을 나타낸 것이다.
이후 상승했던 밸류에이션이 2022년과 2023년에 다시 내려오면서 세컨더리 펀드의 수익률도 뒤따라 내림세를 걸었다. 하지만 세컨더리에는 여타 사모 펀드 분야보다 밸류에이션 급락의 여파가 늦게 찾아왔는데, 이는 LP(출자자)와 GP(펀드운용사)의 포트폴리오 매매를 가능케 하는 특성 때문이었다. 피치북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초, GP들은 낮은 밸류에이션에 엑시트(투자 회수)를 하는 대신 컨티뉴에이션 펀드와 같은 GP 주도 거래를 이용해 주요 포트폴리오의 엑시트 시기를 대거 미뤘다. 2022년 전체 시장 거래량 중 컨티뉴에이션 펀드의 비중이 48%에 달할 정도였다.
GP들이 시장 국면이 유리하게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엑시트 활동은 전에 없이 얼어붙었다. 실제로 2022년 1분기에서 2023년 2분기 사이 미국 PE 엑시트 활동은 75% 감소해, 팬데믹 이전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M&A(인수합병)도 마찬가지다. 피치북의 2023년 연간 글로벌 M&A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은 지난 10년간 인수합병 활동이 가장 약한 두 해였다.
이런 상황에서 세컨더리 거래는 엑시트를 미루는 중에도 분기별 성과 분배를 해야 했던 GP들에게 유동성을 얻기 위한 장치로 각광받았다. 글로벌 투자 은행이자 기관 증권 회사인 제프리스(Jefferies)에 의하면 2022년 글로벌 세컨더리 시장의 거래액은 1,080억 달러(약 143조5,320억원)에 달했다. 1,320억 달러(약 175조4,280억원)를 기록한 2021년을 제외하면 사상 최고액이다.
하지만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하락은 결국 세컨더리 펀드에도 수익률 감소를 가져왔다. 실제로 2022년 1분기와 3분기에는 세컨더리 펀드의 분기별 수익이 순자산가치 중앙값보다 한참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세컨더리 펀드의 GP들이 보유한 미실현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하락하자 이익 실현을 미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펀드 성과 배분도 줄어 2022년 2분기 이후 세컨더리 펀드가 LP들에게 배분해 온 성과는 판데믹 이전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반등 조짐 보이는 세컨드리 펀드
이에 세컨더리 시장을 포함한 업계는 올해 거래 활동이 재개돼 정상적인 성과 배분이 가능한 시장 환경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22년 4분기에 분기별 펀드 수익률 하락이 순자산가치 요소의 중앙값 범위 내에 머무른 것을 시작으로, 2023년에 뚜렷한 밸류에이션 안정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피치북의 줄리엣 클레멘스(Juliet Clemens) 전략 분석가는 “지난해 상반기 동안은 사람들이 자산의 가격이 잘 유지될지 확신을 가지지 못해 거래를 망설였다”며 “하지만 하반기에는 판매자들이 좀 더 확신을 가지면서 리바운드의 조짐이 보였다”고 밝혔다.
PE 세컨더리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 플로우스톤 파트너스(FlowStone Partners)의 스콧 코너스(Scott Conners) GP도 “2023년 하반기에는 더 많은 양의 거래를 성사시켰고, 2024년 1분기에는 PE 밸류에이션이 자리를 잡고 매수-매도 호가 차가 줄어듦에 따라 달아오른 시장의 열기를 경험하는 중”이라 전했다. 덧붙여 코너스는 2022년에 세컨더리 분야가 사모펀드 중 1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메자닌 펀드’ 인기 상승에 사모 대출도 약진
한편 세컨더리의 순위 하락과 같은 시기, 지난해 2분기에 사모 대출 펀드는 6.9%의 연간 롤링 IRR을 기록하며 PE 펀드, VC, 세컨더리 펀드를 모두 제쳤다. 네 분기째 1위를 지켜온 실물자산 펀드 바로 다음인 전체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사모 대출 분야가 이처럼 두각을 나타낸 것은 메자닌 대출 펀드의 퍼포먼스가 급성장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2분기에 메자닌 대출 펀드는 같은 분야에 속한 다이렉트 렌딩 펀드의 9%, 부실자산·특수상황 펀드의 2.3%와 대조되는 15.5%의 연간 롤링 IRR을 선보였다.
메자닌 대출이라는 용어는 1층과 2층 사이 중간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메자닌(Mezzanine)에서 유래했다. 메자닌 대출의 경우 채권이 지분으로 전환될 수 있어 채무 기업의 자산 구조에서 선순위채와 지분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메자닌 대출은 채무와 지분이 혼합된 이 특성 때문에 경제 상황이 불확실했던 지난 2년간 찾는 이가 많아졌다.
채무기업의 입장에서 메자닌 대출은 만기의 마지막까지 원금 상환을 미루는 것이 가능해 현금을 보전하기 쉬운 만큼, 최근과 같이 금리가 높을 때 더욱 선호된다. 메자닌 이외에 기업들이 흔히 선택하는 대출 자금조달 방법으로 선후순위 혼합대출이 있지만, 이와 달리 메자닌 대출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지분을 담보로 삼기 때문에 상환 조건을 맞추기가 더 수월하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메자닌이 주목받는 이유다.
메자닌의 인기는 채권자들 사이에서도 높다. 보스턴 기반 투자 은행인 캡스톤 파트너스(Capstone Partners)의 켄트 브라운(Kent Brown) 대출 자문 부서장은 이에 관해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채권 투자자들이 원금을 상환받을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고 싶어 한다”면서 “메자닌은 분할 상환 스케줄이 없는 후순위채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조달이 전통적 선순위채와 메자닌의 조합으로 이뤄졌을 때 특히 상환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메자닌 대출 펀드의 모금 동력은 빠르게 되살아났다. 피치북의 2023년 3분기 글로벌 사모시장 펀드 모금 보고서에 따르면 메자닌 대출 펀드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271억 달러(약 36조159억원) 이상을 모금했다. 이는 같은 기간 사모 대출 분야 전체 모금 금액의 20.6%에 달하는 규모로, 지난 5년간의 평균 비율인 12.3%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영어 원문 기사는 Secondaries funds hit a low point in 2023, but is a rebound afoot? – PitchBook과 Mezzanine outpaces other private credit strategies – PitchBook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