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아래 ‘디플레 위기’까지, 중국 경제 적신호에 세계시장도 ‘어영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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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침체, 중국에서도 부동산 수요 '급락'
중국 당국, 해결책으로 사회주의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글쎄"
미국발 제재에 힘 못 쓰는 중국, "미국서도 위기관리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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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매시장에 혹한기가 도래했다. 고금리 기조와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부동산 수요가 많은 중국과 홍콩에서도 경매시장의 어려움이 확인된다. 대체로 부동산 경매 건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유찰 횟수와 최저 입찰가는 현저히 하락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선 디플레이션 위기에 대한 우려도 쏟아진다. 중국발 디플레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 등 중국 외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매시장 ‘혹한기’, ‘뚝뚝’ 떨어지는 최저 입찰가

18일 중국부동산분석기관 중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 경매에 나온 중국 부동산은 총 79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36.7%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낙찰된 부동산은 14만9,000건에 그쳤다. 전년 대비 15.7% 늘어나긴 했지만 전체 매각 물건과의 비중을 따져보면 18.7% 정도의 수준이다. 종류별로는 주택이 가장 많았다. 주택 경매 물량은 38만9,000건으로 전년 대비 43% 급증하면서 전체 경매 물건의 48.9%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주택 경매 물량의 낙찰률은 25.4%로 작년 대비 오히려 5.5% 줄었다. 지역별로는 대개발의 거점으로 꼽히는 충칭(1만2,431건)을 비롯해 쓰촨성 청두와 허난성 정저우, 광시성 난닝, 후난성 창사 등에서 경매 물건이 많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였으나 중국 정부가 투기 과열 억제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경제 부진이 겹친 영향으로 소득마저 감소하게 되면서 원금과 이자 상환 능력이 저하된 기업과 개인 소유 부동산이 경매시장에 나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가격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서서히 낮아지는 모양새다. 실제 평가액이 2억4,600만 위안(약 448억원)에 달했던 베이징 퉁저우의 초호화 단독주택인 ‘리궁’은 유찰을 거듭하면서 최저 입찰가가 평가액의 절반 수준인 1억3,800만 위안(약 252억원)으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궁’의 경우 최저 입찰가의 거듭된 하락에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입찰가 하락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홍콩도 올해 1분기 토지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홍콩 정부는 “토지 입찰에 대한 시장 심리가 가라앉고 공실률이 높아졌다”며 “주거용 토지와 상업용 용지를 매물로 내놓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홍콩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민간에 토지의 장기 사용권을 경매를 통해 배부하는데, 홍콩 정부가 주거용 및 상업용 토지를 판매하지 않겠다 선언한 건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지난해 홍콩 정부는 12개 필지에 대한 경매를 개시했는데, 이 중 실제 경매가 진행된 건 5개 필지에 불과했다. 1개 필지엔 1명만 입찰해 최저가에 낙찰됐고, 나머지 6개 필지는 모두 유찰됐다. 경매시장의 현주소가 명확히 드러나는 사례다.

시장 침체 해법은 ‘사회주의’?

시장 침체가 가시화하자 중국이 내놓은 해법은 ‘사회주의식 대책’이다. 정부 당국이 직접 시장에 개입해 주택 임대와 판매에 나서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구체적으로는 국유기업 등을 통한 정부의 저비용 임대·판매 주택을 현재 주택 재고량의 5% 수준에서 최소 30%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중국 정부가 최근 민간 경제 부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간 강조해 온 ‘공동부유’ 정책과도 맥이 닿는다.

다만 중국식 대책 마련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소 냉랭하다. 지나치게 사회주의 이상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가장 문제로 꼽히는 건 재원 마련이다. 중국 당국의 대책이 그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향후 5년간 매년 2,800억 달러(약 373조원)씩 총 1조4,000억 달러(약 1,863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잖아도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 입장에선 현실성이 없다. 앞서 중국 재정부는 작년 말 지방정부의 부채 잔액을 40조7,373억 위안(약 7,539조원)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부채’가 7조~11조 달러(약 9,100조~1경4,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당국이 생각하는 ‘이상’은 있지만 이를 실현하려는 ‘능력’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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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가시화, “미국이 나서야”

중국 당국이 사실상 빈 통만 휘젓고 다니는 사이, 중국 내 디플레이션 문제는 악화 일로를 겪는 모습이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따른 소비 감소세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올 1월 중국의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8% 하락해 지난 2009년 9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중국 CPI는 지난해 7월 2년 5개월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완만한 내림 곡선을 그려왔는데 올해 들어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돼지고기 -17.3%, 채소 -12.7% 등 식료품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명절 필수음식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 가격이 급락한 것은 중국의 심각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인들의 지갑이 갑작스레 닫히기 시작한 데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컸다. 과거 부동산 자산을 믿고 씀씀이를 키웠던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등을 거치며 시장 거품이 꺼지자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경제자문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론적으로는 제품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져야 하지만 중국에선 그렇지 않다”며 “중국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직면했으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중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줄어드는 수입을 어떻게 충당할지 혹은 추가 수입을 어떻게 지출할지에 대한 기준이 훨씬 엄격해졌다”며 “중국은 더 이상 판매자 중심의 시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 ‘디플레 잡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한편에선 중국의 디플레이션 쇼크 해결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경기 침체의 배경에 미국의 강력한 제재 원칙의 영향이 적지 않은데, 이로 인해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만큼 디플레이션에 따라 수출 가격 하락과 통화 약세가 가시화한다면 세계 경제에 주요 디플레이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당장 인플레이션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플레 개선을 넘어 국제 에너지 및 식품 가격 하락 등 경기 침체를 가속하는 방향으로 ‘크로스’ 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자극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 경제 전문가는 “미국의 제재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중국의 저물가는 미국의 수입 물가를 낮추고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 미국 내수 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