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의 ‘젖줄’은 북미? 자금 80% 투자에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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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투자 이어가는 LG엔솔, 주요 투자처는 '북미'
시장 침체기에도 설비투자는 예년 수준, "성장 가능성 높아"
거듭된 회사채 흥행에도 자금난 '여전', "위기관리도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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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JV)인 엘에이치 배터리 컴퍼니 관계자들이 2023년 2월 합작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1조6,000억원 중 약 80%를 북미 합작법인(JV) 설비투자(CAPEX)에 활용한다. 올해 배터리 업황 위축에도 북미 시장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공격적인 투자 덕에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침체됐음에도 LG엔솔은 설비투자비를 예년과 비슷하게 유지했다. 성장 가능성을 대폭 늘렸단 의미다. 다만 이로 인해 당분간 자금난에 놓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위기관리에 역량을 다소 집중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엔솔, 회사채 발행으로 1조6,000억 자금 마련

18일 LG엔솔이 공시한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년물·3년물·5년물·7년물 녹색채권 발행으로 1조6,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당초 8,000억원 수준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신고했으나 수요예측 흥행으로 규모가 2배 늘었다. LG엔솔의 원화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6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LG엔솔은 해당 자금을 대부분 글로벌 설비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올해는 원재료(양극재) 구매 대금과 JV 신규 투자에 각각 3,200억원과 3,800억원을 집행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JV 투자에 4,000억원과 5,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JV 투자금액이 총 1조2,800억원으로, 전체 1조6,000억원 중 80%가 완성차 업체와 설립하는 JV에 쓰이는 셈이다. JV 투자는 특히 북미 배터리 합작공장에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LG엔솔 측은 “JV 투자의 경우 혼다 JV, 스텔란티스 JV, 현대차 JV 투자를 위한 증자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LG엔솔의 자금 확보는 꽤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첫 번째 회사채 발행 당시에도 상당한 흥행몰이를 한 바 있다. 당시 LG엔솔 회사채는 수요예측에 4조7,200억원이 몰리면서 최종 발행 금액이 1조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당초 신고 금액이던 5,000억원의 2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LG엔솔에 따르면 당시 2년물 1,000억원 모집에 1조1,350억원이, 3년물 2,000억원 모집에 1조7,400억원이, 5년물 2,000억원 모집에 1조8,450억원이 각각 몰렸다.

LG엔솔 회사채 수요예측에 몰린 금액이 2012년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2차전지 산업의 성장이 필연적이라는 시장 인식이 LG엔솔의 자금 확보에 청신호를 보내온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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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전지/사진=LG에너지솔루션

수혈 자금 80%가 북미로, ‘미래 투자’ 강화하는 LG엔솔

LG엔솔이 수혈 자금의 80%를 북미에 배정한 건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성장성이 높은 북미 지역 투자 강화 기조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지난달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률은 20% 중반으로 30%가 넘었던 예년 대비 일시적 둔화가 점쳐지지만, 북미 성장률은 30% 이상으로 타지역 대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미국 역내 각종 규제로 인해 현지에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급자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현지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한 기업이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미 전기차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 덕에 전기차 시장 전반이 둔화 경향을 보이는 시점에도 LG엔솔의 설비투자비는 전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LG엔솔은 지난해 북미 지역 증설을 중심으로 10조9,000억원의 비용을 집행했는데, 올해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에 대한 부작용도 점쳐진다. 바로 자금난이다. 성공적인 자금 확보를 연달아 이뤄왔음에도 LG엔솔은 자금난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줄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젖줄’이긴 하지만, 결국 현시점에선 ‘돈 먹는 하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LG엔솔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혼다 JV)와 조지아주(현대차 JV), 캐나다 온타리오주(스텔란티스 JV) 등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세 곳 모두 당장 내년부터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로 안정적 가동을 위한 준비가 중요한 시점인 만큼 적잖은 예산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지난해 3월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Queen Creek)에 총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원통형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애리조나주 공장의 합산 생산능력은 43.3GWh로 북미 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미래지향적 투자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자금난 위기를 넘어설 만한 위기관리 능력도 못잖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거듭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