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째 먹구름 ‘온투사’들, 규제 허들 완화로 숨통 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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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온투업 규제 완화에 속도 낸다
온투업계 대출 규모 지속적 '감소' 추세
규제 개선 수혜, 상위 온투사에 돌아간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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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P2P) 규제 완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온투업이란 온라인을 통해 대출과 투자를 연결해 주는 금융업으로, 투자자가 온투업 플랫폼에 투자하면 이를 온투사들이 대출 수요자들과 연결해 빌려준다. 올해 초 그간 온투사들이 숙원사업으로 꼽았던 기관투자의 길이 열리면서 희망 섞인 기대가 나왔으나, 업계는 여전히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규제특례 범위 초안을 마련한 금융위원회는 이달 내 세부방안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상위 업체만 수혜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 온투업 규제 완화 초읽기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온투업 연계대출에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투사를 통해 실행한 대출은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 규제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 1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온투업에 대한 저축은행 기관투자를 허용한 데 이어 투자 유인을 제고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온투업 기관투자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청·지정받는 경우 저축은행은 온투업 연계투자의 권한을 획득할 수 있다. 해당 저축은행에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일로부터 2년, 추가 연장시 최대 4년까지 권한이 부여된다.

금융위는 특히 저축은행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 규제를 P2P 연계대출에 한해 면제해 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온투업과 연계할 경우 저축은행 대출 심사도 면제된다. 온투업 여신심사 시스템을 활용해 연계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저축은행 추가 심사는 불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아울러 대출상품 광고심의 및 금리인하요구권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비자보호 관련 규제에도 특례를 부여할 예정이다. 온투사가 소비자와 연계대출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저축은행은 관련 규제 준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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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에 놓인 온투업계

이번 규제특례는 온투업계가 온투업법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적자 탈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투업법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업계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통해 중·저신용자 자금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모호한 법령해석을 이유로 영업 핵심인 기관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성장이 지체됐다.

그도 그럴 것이 저축은행 대비 평균 연 금리가 3%포인트가량 낮은 온투사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중·저신용자는 많은 데 반해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은 적다. 온투금융사 피플펀드의 사례를 살펴보면 월평균 75조원의 대출 수요가 몰려 이 중 14조원어치가 신용 평가를 통과해 ‘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실제 집행된 금액은 월평균 200억원(집행률 0.1%)에 불과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온투업 누적 대출액은 2020년 8조8,279억원에서 지난해 11조3,191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2022년에는 13조674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누적 대출액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모집 관련 규제가 강화된 탓에 대출 규모 자체는 줄곧 감소했다. 2019년 3조원을 넘었던 신규 대출액은 2020년 2조9,814억원으로 줄어든 뒤 2021년에는 2조4,91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출 잔액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조3,423억원까지 늘어났던 국내 온투업 대출잔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1조983억원으로 축소됐고, 지난달에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대출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제2금융권으로부터 투자유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온투업 대출 상품 모집액의 40%까지 연계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온투업법은 제2금융권이 온투사를 통해 돈을 내주는 경우 자체 대출과 동일하게 간주한다. 온투사만 대출 심사를 하면 되는지, 금융사도 중복 심사를 해야 하는지 모호한 셈이다.

또한 지난 1월 금융위가 기관 투자를 허용하기 전까지는 온투사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야 했다. 온투업법상 개인 투자 한도는 최대 5,000만원까지 규정돼 있으나, 하위법령인 감독규정에 의하면 3,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토스 등 플랫폼을 통한 온투업 제휴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 행위로 간주하다 보니 관련 서비스가 중단돼 개인 투자자 모집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해외 사례들과 상반된다. 온투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영업이 성황을 이루며 상장에 성공한 온투사가 4곳이나 등장했다. 기관 투자 비중이 70~75%나 되는 등 넉넉한 자금이 토대가 된 결과다.

규제 특례 적용해도 업황 개선 쉽지 않아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당장 업황이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규제 개선의 수혜가 일부 상위 온투사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개인신용대출에 한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때 온투사는 고도화한 신용평가모델(CSS) 기술을 제시해야 한다. 온투사가 개발한 CSS로 중·저신용자에게 충분히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지, 중·저신용자 대상으로도 연체율 관리가 가능한지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온투업계에서 이같은 CSS를 통해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29.4%(15개사)에 불과하다. 더욱이 온투업에서 취급하는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약한 이들이 대상이다. 온투업 차입자 80% 이상이 신용등급 4등급 이하며, 대출금리는 10~15%에 육박한다. 저신용 차주에게 대출을 공급해 연체율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실상 온투업의 대출취급은 대부분 부동산 대출에 집중돼 있으며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곳으로 좁혀보면 3개사(100억원 이상)뿐이다.

문제는 온투업계의 연체율이 10%를 웃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온투업 연체율은 평균 10.39%로, 전년 동기(4.28%) 대비 6.11%p 급등했다. 상위 온투업체로 꼽히는 투게더펀딩(23.95%), 어니스트펀드(9.01%), 피플펀드(8.36%)마저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에서 정한 연체율 상한선인 15%를 웃도는 업체도 11곳(21.5%)이나 됐다.

이런 이유로 온투업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져 기관투자자를 유인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그간 저축은행 업계가 온투업계와의 사업 연계를 통해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하고자 노력했으나, 최근 저축은행 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탓에 과거보다 온투업 투자에 신중한 분위기다.

업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개선안에 기관투자와 개인투자자 한도 확대가 담겨 있지 않다는 점도 과제로 짚었다. 업계는 투자 활성화의 핵심으로 기관투자 한도와 개인투자자 한도 확대를 꼽는다. 현행법상 금융기관 연계투자는 대출 모집 금액의 40%만 가능하기 때문에 100%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3개 금융기관과의 투자가 약속돼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가 제시한 규제 개선안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