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바일 시대” 오프라인 점포 줄여나가는 은행들
은행 점포가 사라진다, 4대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환' "디지털 취약계층 소외 막아야" 정부의 규제 움직임 모바일로 중심축 옮기는 은행들, 그저 시대의 변화인가
시중은행 영업점·자동화기기(ATM·CD기 등)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은행의 디지털 전환으로 모바일 중심 비대면 금융 수요가 급증, 오프라인 점포 운영의 ‘메리트’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통해 오프라인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걸었지만, 금융권 전반에 발생한 거대한 ‘디지털 지각변동’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둘 사라지는 은행 점포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점은 2,818개로, 지난 2019년 말(3,527개) 대비 709개(20.1%) 급감했다. 점포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은행은 KB국민은행으로, 5년 동안 254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65개, 우리은행은 163개, 하나은행은 127개의 점포가 사라졌다.
영업점이 줄면서 자연히 은행의 전체 직원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5년간 KB국민·하나·우리 등 3개 은행에서는 4,165명의 직원이 모습을 감췄다. KB국민은행 직원은 2019년 말 1만7,883명에서 작년 말 1만6,293명으로 약 1,590명(9%) 감소했다. 정규직 직원이 2,490명 감소하고 기간제 근로자가 901명 증가한 결과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직원은 1,650명, 하나은행은 935명 줄었다.
오프라인 영업점뿐 아니라 ATM 등 자동화기기도 대폭 감소했다. 모바일뱅킹이 대중화하며 자동화기기 수요가 감소, 비용 부담이 급증한 영향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년간 2,868개의 자동화기기를 줄였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1,304개, 하나은행은 1,209개의 자동화기기를 폐쇄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4년간 1,025개의 자동화기기를 줄였다.
“무작정 문 닫지 마라” 정부의 브레이크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오프라인 금융’ 쇠퇴 추세에 경각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며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에 본격적인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폐쇄가 금융 소비자의 불편과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 까다로운 폐점 조건을 내건 것이다.
은행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에 따르면 은행은 영업점 폐쇄 이전 영업점 이용 고객의 의견 수렴을 거쳐 폐쇄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폐쇄해야 할 경우 공동점포·소규모점포·이동점포·창구제휴 등을 통해 폐점 이전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에 더해 폐쇄에 따라 불편을 겪는 소비자에게는 직접적인 지원 방안을 제공해야 하며, 고령자에게는 스마트뱅킹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복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은행권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당시 이 원장은 ‘회계법인 최고 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20년 이후 600개가량의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며 “(금감원이) 어려운 시기에는 금융 소외층 접근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고 했지만, 올해(2023년) 상반기에만 KB국민은행이 60개가 넘는 점포를 또 폐쇄했다”고 지적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무작정 점포 폐쇄를 단행하는 금융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점포 폐쇄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점포 폐쇄가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호소가 흘러나온다.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 추세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금융권 역시 이에 편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금융권은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모바일 중심 서비스를 강화하며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고객이 영업점 방문 없이도 얼마든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국민은행의 경우, 2022년 1월부터 영업점 방문 없이 화면을 통해 전문 상담원의 얼굴을 보며 상담 및 예금 상품 가입까지 가능한 ‘KB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KB스타뱅킹(자체 모바일 앱)과 인터넷뱅킹(PC)을 통해 상담 예약을 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어디서든 화상상담을 진행하며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도 오프라인 영업점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민은행은 2022년 10월 이후 AI 챗봇의 사용자 환경(UI)을 직관적으로 개선하고, 고객 친화적 서비스를 확대하며 100만 명에 달하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확보했다(2022년 12월 기준). AI 답변의 정확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학습 데이터 품질 관리·챗봇 기능 고도화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