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전기 걱정’? AI 열풍이 불러온 막대한 전력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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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용 늘면서 전기 펑펑
글로벌 데이터센터 소모량↑
원전 확대 추진 재개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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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첨단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는 21세기에 세계 주요국과 글로벌 대기업들이 ‘전기 걱정’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센터 열풍이 전력 소비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력 수요 급증을 감당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세 급증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친환경 대체에너지 공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북미전력계통신뢰도협회(NERC)는 올해 초 “2020~2023년 미국의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올해는 전력 소매 판매량이 사상 최대인 40억 킬로와트시(kWh)에 달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전력 수요 증가세는 5년 전 증가율의 2배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그리드 스트래티지스도 ‘평탄한 전력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주요 발전사 및 유틸리티 기업들이 당국에 보고한 수요 전망치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며 “전기 수요는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들이 입을 모아 미래 전력난을 우려하는 이유는 수요 측면에서 △전기차, 전기히트펌프 등 ‘모든 것의 전기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칩스법 등으로 인한 미국 내 제조시설 증가 △암호화폐 채굴 열풍 등을 꼽는다. 공급 측면에서는 화석연료·원자력 발전소의 퇴출 속도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더디게 확충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전기 먹는 하마’ AI 기반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AI 열풍이 지목된다. 특히 AI 데이터 센터는 대표적인 ‘전기 먹는 하마’로 거론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한 전력 소비량은 전체 전력 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테라와트시(TWh)다. 2026년에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1,000TWh를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AI 기반 데이터 센터가 기존 데이터 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랑스 에너지 관리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지난해 말 2028년까지 글로벌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 연평균 증가율은 11%고, AI 서버가 구축된 데이터센터의 경우 연평균 26~36%까지 올라갈 것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역시 2027년에는 생성 AI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미국 일부 주와 아일랜드 등에서 데이터 센터 보조금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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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 ‘원전’ 부상

AI 시장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 원자력발전이 부각되고 있다.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데다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에 일부 주요 국가들은 원전 확대를 추진 중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 중요해졌다”며 “원전 6기를 짓는 중이고, 오는 6월쯤 새 원전 8기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자체적으로 전력 생산에 나서거나 아예 원자력발전소를 품고 있는 데이터 센터를 인수하는 등 각종 해결책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원자력발전소에 인접한 부지를 개발한 미국 발전업체 탈렌 에너지로부터 데이터 센터를 6억5,000만 달러(약 8,706억7,500만원)에 인수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데이터 센터와 공장 주변에 전력을 공급하는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MS는 무공해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회사와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