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사 PF 수수료 ‘갑질’ 확인 “3분기까지 제도 개선”
금융사 PF 대출 '갑질' 점검 결과 발표
수수료 체계 없고, 불리한 계약 체결 다수
이해관계자 참여한 TF 구성, 개선안 도출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수수료 부과 관행을 본격 손질한다. 금융감독원은 긴급 점검 결과 일부 금융사들이 사업을 반드시 이어가야 하는 건설사의 입장을 이용해 ‘갑질’을 하고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금감원은 비위가 적발된 일부 금융사 임직원을 검찰 고발 조치하고 3분기 내 종합적인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감원, 금융사 PF 수수료 갑질 적발
26일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부동산 PF 수수료를 점검한 결과 PF 수수료 부과 관행에 불합리한 부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PF 용역 수수료 산정 관련 기준과 절차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거나 차주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을 부과하는 사례 등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금융사가 PF 수수료를 책정할 때 대출위험 부담에 따른 대가도 합산해 수취하는 영업 관행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떤 경우에도 주선수수료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 등 차주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을 부과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뿐 아니라 금융사가 수수료와 금리를 합쳐 현행 법정 최고금리인 20%를 넘게 수취한 사례도 파악됐다. 만기연장 또는 조기상환할 때 이자·수수료 변동에 따른 한도 준수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결과다.
PF 대출 상환 계좌 아닌 별도 계좌로 수수료 예치
담보 목적으로 현금을 별도 수취하는 사례도 나왔다. 후순위로 부동산 PF에 참여한 A금융사는 후순위 대출 연장과 관련, 차주 관계자가 억대 금액을 PF 대출금 상환 계좌가 아닌 후순위 대주가 정하는 별도 계좌로 예치하도록 하는 변경 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B금융사 담당 임직원들은 검찰에 고발했다. PF 금융용역이 회사 차원에서 수행됐음에도 본인들이 일정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PF 용역 수수료 일부(수억원)를 수취하도록 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대부업법에서 사례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등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와 관련해 여신금융기관이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각종 수수료와 이자의 합이 법정 이자율을 넘어서는 안 된단 입장이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내부통제가 취약하다 보니 일부 회사가 중도 상환 등을 할 때 한도 준수 여부를 점검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일반적으로는 법정 최고이자율을 벗어나지 않으면 시장의 가격에 개입할 수는 없고, 수수료를 산정하는 절차 중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단속 시작되자 직원들 입단속 하기도
한편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이자·수수료 검사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일부 금융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입단속을 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들 금융사는 검사 기간 중 엘리베이터·흡연장·화장실 등 개방된 공간에서 업무 및 수검내용 관련 언급을 삼가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전사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감사실을 통하지 않고 감독원이 직접 자료·면담 요청을 할 경우 감사실에 통보하고, (금감원의 지적이 예상되는 핵심사항은) 감사실·법무팀 등과 협의 후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아울러 금감원 검사역과의 면담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관계 위주로 간결하게 답변 △사실과 다른 부분은 적극적 소명 △추측성 답변 및 개인적 견해 진술은 지양 △면담 후 면담기록부 작성 및 감사실 제출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점검은 3∼4월 부동산 PF 취급 비중이 높은 증권·보험·캐피탈사 총 7곳에 대해 이뤄진 것으로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의 후속 조치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일부 금융사가 만기 연장 때 PF 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해 정상적인 사업장도 위기에 처해있다는 민원을 제기하자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금감원은 확인된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선 고발 조치를 하는 한편 금융권, 건설업계 및 시장전문가 등이 공동참여하는 ‘부동산PF 수수료 제도 개선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올 3분기 내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해 각 업권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황 부원장보는 “법규 위반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합리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공통으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개선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