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비상무이사가 좌지우지? 농협 지배구조 폐해에 금융당국도 칼 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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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정점에 선 농협중앙회, 기타비상무이사도 중앙회 인사
올해만 금융사고 3건, 농협 특유의 지배구조가 사고 원인 됐나
압박 더하는 금융당국, 농협 지배구조 개선 작업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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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서 연달아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농협 지배구조 개선에 칼을 빼 들었다.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정기검사로 전환하는 등 압박도 거세졌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은 확정된 바가 없으나 당국의 개선 의지가 강력한 만큼 농협 입장에서도 더 이상 현 지배구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우리란 평가가 나온다.

농협중앙회, 은행 기타비상무이사에 중앙회 인사 임명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1분기 말 현재 5대 은행계 금융지주사와 5대 은행들의 이사회 명단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은 대주주(100%)인 농협중앙회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은 기타비상무이사가 아예 없거나 금융지주와 은행이 교차해 기타비상무이사를 임명하고 있었다. 즉 농협을 제외하곤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는 인사를 기타비상무이사에 앉혔단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비상임이사는 형식상 금융지주 회장 추천으로 선임하지만, 실제론 농협중앙회장과 가까운 현직 조합장이 맡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엔 아예 비상임이사 선임 조건을 ‘농·축협 전·현직 조합장,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자’로 못 박아두고 있기도 하다.

비상임이사는 금융지주 이사회 내 핵심기구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금융지주 회장부터 은행 등 자회사 대표와 사외이사까지 주요 경영진을 추천하는 반면, 금융지주 회장은 임추위원에 포함되지 않아 추천 권한이 없다. 더군다나 비상임이사는 계열사 경영진을 관리·평가하는 건 물론 급여, 성과급 등을 결정하는 보수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사실상 중앙회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견제 장치 없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농협 내부에선 비상임이사의 권한이 금융지주 회장보다 막강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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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농협 지배구조가 금융사고의 원인”

이런 가운데 농협에서 연달아 배임·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도 농협 특유의 지배구조에 칼을 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22일 농협은행은 53억원 규모의 공문서위조 및 업무상 배임과 11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2건이 적발됨에 따라 올해 들어서만 3건의 배임 사고가 적발된 셈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3월 6일에도 110억원에 달하는 업무상 배임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배임 사고에 대해 농협은행 측은 “내부감사를 통해 적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축해 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기에 사고 적발이 가능했단 취지지만, 금융당국은 “거듭된 사고 원인은 농협은행의 모기업인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농협중앙회가 쥐고 있는 탓에 타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금융 전문성이 떨어졌단 것이다.

당국은 특히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산하 계열사의 장악력 유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중앙회-농협금융 간 인적교류가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대표적인 게 시군지부장 자리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가 금융업도 총괄하는 시스템을 운영한 게 금융사고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현재 금감원이 추구하는 바가 농협중앙회의 농협금융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 금지인데, 핵심은 이와 같은 인적교류를 막는 것”이라며 “앞으로 농협금융 인사의 추이가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을 분리해야 함을 피력한 것이다.

당국 압박 가중에 지배구조 개선도 ‘탄력’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농협의 지배구조 변혁에도 점차 탄력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20일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정기검사로 전환했고, 농협을 포함한 각 은행 및 지주사들의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실시하겠다고도 밝혔다. 최근엔 지배구조 관련 가이드라인 모범관행을 마련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이 금감원에 제출한 지배구조 가이드라인 초안엔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 인사·경영권을 행사할 때 주주총회 안건 부의 등 공식적인 절차를 활용하도록 하는 등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때 금융 전문성이 있는 인사로 제한하고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비상임이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외에 중앙회가 금융계열사의 자금을 수취할 때도 주주총회에서 배당을 확대하는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수준을 상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유도하겠다”며 “당국에 제출한 농협금융의 가이드라인 초안이 당국의 30가지 원칙에 부합하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가이드라인 초안이 나온 데 그친 만큼 차후 방향성이 어떻게 설정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앞으로 기타비상무이사를 포함한 농협 지배구조 체제에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은 명확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