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건설사에 발목 잡힌 롯데·신세계, ‘릴레이 부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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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롯데건설 리스크 해소 위해 계열사 총동원
롯데 이어 신세계그룹도 건설 유동성 위기 진화 '진땀'
SSG닷컴 둘러싼 FI와의 분쟁 장기화 조짐, '신세계의 겹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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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칠성동에 건설 중인 ‘빌리브 루센트’/사진=신세계건설

신세계건설이 모기업 지원을 등에 업고 유동성 위기 해소에 나섰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계열사 및 모기업에도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건설 역시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당시 그룹의 계열사들이 나서 적극적인 지원을 한 바 있는데, 그룹 계열사가 건설 기업들 살리기에 동원되면서 ‘릴레이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건설, 모기업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 해결

30일 신세계건설에 따르면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6.500억원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건설의 모기업인 이마트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하면서 지원을 받은 결과다.

자금보충 약정은 채무자의 여신상환능력이 감소하면 제3자가 출자 또는 대출방식으로 채무자 자금을 보충해 주는 약정을 말한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발행하기에는 시장에서의 신용도 등이 약한 상태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도움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807%였다. 지난해 태영건설에서 시작된 부동산 PF 위기와 건설경기 침체 이후 주택공급이 많은 대구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며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수금은 75억원(증가율 121%) 증가한 약 13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미청구공사액도 23억원 넘게 늘면서 부도설까지 돌았다.

이번에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대금 인수 시 부채비율은 200%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모기업으로의 부실 전이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초 이미 모기업과 계열사 등을 통해 2,000억원대 자금을 확충한 바 있다. 또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며 재무건전성도 높였다. 이로 인해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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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청량리4구역 현장/사진=롯데건설

롯데도 건설 지원 이후 재무 안정성 하락

롯데건설 역시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 금융사 및 롯데 그룹사와 함께 2조3,000억원의 PF 펀드를 조성해 총 5조4,000억원의 PF 우발채무 중 2조3,000억원을 만기로부터 3년 연장했다. 지난해에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등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들이 자금보충 약정을 통해 롯데건설을 지원한 바도 있다.

특히 롯데건설의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은 우발채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당시 롯데건설에 유상증자로 879억원, 단기차입 형태로 5,00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후 계열사 지원으로 인한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재무 안정성까지 낮아졌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직전 등급 대비 한 단계 하락한 AA(안정)으로 조정한 이유다.

고난의 신세계그룹, ‘1조원 풋옵션 분쟁’까지

한편 신세계그룹에 닥친 암초는 부동산 PF만이 아니다. 신세계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간 SSG닷컴 매수청구권(풋옵션) 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신세계그룹과 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은 투자 시점에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2023년 SSG닷컴의 총 거래액(GMV)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거나 기업공개(IPO) 관련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FI 보유 지분을 이마트와 신세계가 웃돈을 주고 다시 사가야 한다는 내용의 계약이다.

e커머스 산업이 급성장세를 이어가던 당시에는 이 계약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쿠팡의 진격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SSG닷컴이 상장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이 GMV를 초과 달성해 약속했던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FI들은 계약서상 명시된 실질 거래액으로 따져 상품권 판매 실적 등을 걷어내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여전히 풋옵션이 살아있다고 강하게 맞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신세계그룹과 FI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신세계그룹이 1조원에 이르는 SSG닷컴 투자금을 돌려줘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변수는 주주간 계약서가 세부적으로 명확하지 않게 작성된 점이다. 친분이 두터운 고위급 계약 주체들 간 합의가 이뤄지다 보니 유효성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게 만들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주요 법무법인들이 양측에서 자문하고 있는 상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FI 측의 요구가 과하다고 보고 적정 가격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부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 이상의 자금 마련은 또 다른 문제다. 신세계그룹의 자금 여력을 감안했을 때 부동산 등의 유휴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단 스타벅스나 신세계푸드 등의 매각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풋옵션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1조원 초중반 가격으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