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지오 고문, 히딩크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 아니’라는 증권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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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레우 고문, 히딩크 닮아 사기꾼 아니라는 증권사 보고서
MZ세대 스타일의 해프닝이라는 증권가 관계자들
투자자들은 "전문성 의심된다" 냉혹한 반응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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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가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방한했던 지난 5일 발간한 ‘영일만 친구’라는 제목의 보고서 원본(왼쪽)과 논란 후 삭제하고 다시 올린 보고서(오른쪽) /출처=A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히딩크를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이 아닐 확률 상승”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증권사는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이 방한한 지난 5일 ‘영일만 친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포항 영일만 일대의 원유·가스전 개발 탐사 자료를 정밀 분석한 지질학 전문가다. 이 증권사는 보고서에서 아브레우 고문을 언급하면서 영일만 가스전 테마 관련 기업들을 나열했다. 이 중 “한국인이 좋아하는 빠른 속도의 피드백”이라며 “히딩크를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이 아닐 확률 상승”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부분에서 애널리스트 자질 논란 사태가 벌어졌다.

애널리스트는 관상 전문가?

논란이 된 부분은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외적으로 닮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는 의미로 쓴 대목이다. 이 보고서가 증권사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텔레그램 등을 통해 시장에 전파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정부 추진 사업에 대한 전망을 금융투자 전문가가 관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에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논란이 된 자료는 매일 장 마감 후 나오는 마감 시황 자료로, 기업 분석이나 종목 추천하는 정식 보고서가 아니다”라며 “애널리스트도 반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충격적인 보고서라는 평들을 내놓는다. 종목토론방 누리꾼 중 한 사람은 “보고서 끝부분에는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규정을 준수했다고 돼 있는데, 이런 내용도 못 거르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올리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무리해서 인터넷 밈(Meme)이나 드라마 대사, 노래 가사 등을 이용하던 행동 양식의 일환이라는 관점에서 가볍게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급격하게 수준 미달로 전락한 애널리스트들의 실태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따가운 비판도 나온다. 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이는 정부 추진 사업에 대한 자료 조사 및 사실 관계 확인 등의 중요한 정보를 제쳐놓고, 한 장의 압축 보고서에 엉뚱한 내용을 담을 만큼 자료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비판도 있다.

MZ세대 화법 vs. 전문성 결여 사례

일부 증권가 관계자들은 최근 MZ세대가 리서치 팀의 중심 인력이 되면서 리포트의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올해 초 하나증권의 김승준 연구원은 ‘1월: 끝난 것이 아닌 PF 문제’라는 제목의 건설 업종 리포트를 냈다가 몇 시간 만에 제목과 핵심 내용을 수정했다. 최초 보고서에는 태영건설 다음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건설사로 롯데건설을 꼽고, 이를 조목조목 짚은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해당 건설사의 항의를 받고 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건설의 미착공·우발채무 PF 규모 등이 모두 빠졌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하나증권의 김홍식 연구원이 KT에 대해 ‘이걸 굳이 왜 사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 매수 보고서는 있어도 매도 보고서는 없다는 관례를 깨고 “하루라도 빨리 처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담은 사실상의 매도 리포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MZ세대들의 이른바 ‘튀는’ 보고서라는 평가와 달리, 실력파 애널리스트들이 사기업으로 둥지를 옮기거나, 유튜버로 전향하고 있는 최근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도 나온다. 애널리스트의 주 업무는 기업분석 리포트 작성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유튜브 채널 진행까지 맡고 있다. 글보단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는 시대의 흐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유튜브용 문법에 맞춘 보고서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문성 보다 ‘어그로'(과장된 표현을 이용해 관심을 모으는 행동)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