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 리스크에 책준형 신탁 ‘바로잡기’, 건설업계선 ‘주택 공급난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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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준형 신탁에 PF 연쇄부실 우려 확산, 정부 "하반기 건전성 기준 강화안 발표"
공사비 급증·고금리 부담에 미준공 사업장 다수 발생, 신탁사에 부실 전이도
일각선 우려 목소리, "책준형 신탁 규제하면 중소 건설사 자금 마련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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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도가 낮은 지방·중소 건설사의 사업에 부동산 신탁사가 연대 보증을 서주는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신탁)의 건전성 규정이 크게 바뀐다. 책준형 신탁으로 건설사 부실이 신탁사로 전이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자 대대적인 수술에 나선 것이다.

책준형 신탁 건전성 기준 강화, 총량 규제도 도입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신탁사의 책준형 신탁 건전성 기준 강화안을 올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책준형 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가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부동산 신탁사가 사업 위험을 분담하는 신탁 상품으로, 신탁사가 대주단에 약속한 일정 내에 사업장이 완공될 것을 확약하는 형태다. 만일 사업장이 제때 준공되지 않으면 신탁사가 대주단에 준공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사실상 시공사의 부실이 신탁사에 그대로 옮겨지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신탁사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대해 책준형 신탁의 반영 기준을 세분화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신탁사의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책준형 신탁 리스크는 분모인 총위험액의 구성 항목인 신용위험액에 반영된다. 책준형 신탁 규모의 15%를 손해배상 위험액으로 일괄 반영하는 식이다.

당국은 이를 사업장별 실공정률, 당초 계획 대비 공정률 격차 등을 반영해 위험값을 차등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공기가 늦어져 손해배상 가능성이 높아진 사업장은 신용위험액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했다. 완공 일자가 늦춰질 때 사업장의 리스크가 커진단 점을 반영해 신탁사가 우발 채무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도록 하겠단 취지다.

신탁 사업 총량 규제도 도입한다. 책준형 신탁과 차입형 신탁의 총수탁 한도를 장기적으로 신탁사 자기자본의 100%까지로 제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수주 규모를 고려해 제도 시행 초기엔 자기자본 대비 비중을 200% 안팎으로 잡고, 이후 3년여간 제한폭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책준형 신탁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와 시기 관련 가이드라인도 내놓는다. 책준형 신탁의 손해배상 범위를 놓고 신탁업계와 금융사 등 대주단 간의 해석이 엇갈리는 사업장이 최근 속출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약 조항상 신탁사들의 책준형 신탁 손해배상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내용을 손볼 것”이라고 전했다.

PF 부실에 신탁사도 ‘흔들’

이처럼 정부가 책준형 신탁을 개편하고 나선 건 최근 신탁사를 중심으로 부작용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책준형 신탁은 부동산 호황기 초입이던 2016년 처음 도입됐으며, 지난해 말 기준 14개 신탁사의 책준형 PF 총잔액은 24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간 부실 사례가 없었기에 여타 신탁 상품 대비 느슨한 건전성 규정을 적용받았던 것이 흥행의 원동력이 됐다. 성장 폭도 컸다. 2020년 말 8조4,000억원 수준이던 책준형 토지신탁 규모는 지난해 3분기 17조1,000억원까지 솟았다.

문제는 최근 불안정성이 급격히 늘었단 점이다. 건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고공행진 하면서 공사비가 급증하고 고금리 부담에 지방 분양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시공사들의 미준공이 늘어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신탁사의 자기자본 대비 책준형 신탁계정대 비중도 불어났다. 2020~2022년엔 신탁계정대 비중이 2%가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엔 13.6%까지 늘었다. 신탁계정대는 시공사가 공사를 포기하는 등 공사 진행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신탁사가 사업 정상화 예비 자금 격으로 신탁계정에 대여한 금액을 뜻한다. 변제 순위에선 본PF보다 후순위 처리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 중 81%가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단계다.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단 뜻이다.

건설사 부실이 신탁사로 전이되면서 부실 문제가 확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과 신탁업계에 따르면 우리자산신탁이 책준형 신탁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경기 광주 경안동의 한 상업시설은 최근 시공사에 이어 신탁사까지 책임준공 기한을 넘겼다. 이 사업장에 투입된 PF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430억원 수준이다. 우리자산신탁은 앞서도 경기 양주시 옥정지구 지식산업센터 등 PF 대출금액 1,617억원 규모 책준형 신탁 사업 5건에 대한 책임준공 의무를 넘겨받은 바 있다. 한국자산신탁 역시 PF 대출잔액 290억원 규모의 사업장에서 시공사 책임준공 의무를 떠안았다. 신탁사가 PF대주단에 손해를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줄줄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급격히 나서야만 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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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에 책준형 신탁 ‘몸집 줄이기’, 업계선 우려 목소리도

다만 이번 조치로 책준형 신탁의 성장성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탁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탁사들이 사업 몸집 줄이기에 주력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나아져도 규제로 인해 일정 한도 이상 사업을 키울 수 없게 됐단 점, 신탁에 대한 책임이 보다 강화됐단 점 등도 한계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건설·부동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견·중소 건설사 사업장의 자금 마련처가 크게 줄어 주택 공급 일정이 줄줄이 미뤄질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 경우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그러잖아도 미분양이 늘고 있어 신규 사업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건전성이 강화되면 사업을 연기하는 곳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특히 책준형 신탁 비중이 높은 지방 아파트, 오피스텔, 소규모 정비사업 등은 자금줄을 찾는 게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