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세에 다시 부는 ‘빚투’ 열풍, 반대매매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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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서만 벌써 2번, 반대매매 100억원 이상 기록
코스닥·코스피 상승에도, 테마 중심 급등락에 강제 청산 다수
‘빚내서 투자' 규모도 증가세, 신용거래 9개월 만에 최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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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다가 이를 갚지 못해 반대매매 당한 금액이 한 달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변동성이 큰 단기 테마주에 빚을 내 탑승한 개인투자자들이 주가가 급등락하는 상황에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위탁매매 미수금 중 반대매매 금액, 102억원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주식 위탁매매 미수금 중 반대매매 금액은 102억6,6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의 일간 평균 반대매매 금액인 68억원보다 50% 많은 금액으로, 한 달 전(5월 17일) 약 53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 또한 0.5~0.7%에서 1.1%대로 올랐다. 일간 반대매매 금액이 100억원을 넘긴 날은 올해 5월까지 4번(1월 18일, 2월 28일, 4월 17·18일)밖에 없었으나 이달 들어선 3일에 이어 18일, 두 차례나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반대매매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엔 반대매매 규모가 170억원을 넘으며 연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시장 분위기는 좋다. 6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크게 하락한 날 없이 전날까지 6.10% 올랐고, 코스닥지수 역시 2.52% 상승했다. 이날 오전에도 코스피지수는 강보합세를 보이며 2년 5개월 만에 장중 2,800선을 돌파했다. 시장 상황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매매가 늘어난 것은 주가 변동성이 큰 특정 테마나 종목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최근 장세가 테마·업종 간 순환매가 빠른 상황이라 매매 타이밍에 따라 큰 손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보통 반대매매는 증시가 하락장일 때 발생하지만, 미수거래 반대매매의 경우 전체 장 분위기와는 큰 상관이 없다. 이틀 뒤 결제를 못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상승장이어도 발생하곤 한다. 반면 신용융자 반대매매는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다가 반토막 가까이 날 때 발생한다.

빚투 규모도 증가, 신용거래융자 잔고 20조원 돌파

최근 국내 증시는 동해안 석유·가스 개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판결에 따른 재산 분할 이슈 등 단기 테마성 이슈가 많았다. 특히 석유 테마주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지난 3일 하루에만 한국가스공사(63,500원 ▲7,700 13.8%), 대성에너지(10,040원 ▲150 1.52%), 한국ANKOR유전(513원 ▲17 3.43%), 한국석유(19,200원 ▼300 -1.54%), 중앙에너비스(20,800원 ▼150 -0.72%) 등이 잇달아 상한가로 마감했다.

테마주를 중심으로 빚투 규모 자체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올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긴 뒤 18일까지 4거래일 연속 2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 투자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자금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차전지 관련주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9월 25일 20조1,201억원 이후 9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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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2의 ‘영풍제지 사태’ 터질 수도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리한 빚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섣부른 빚투로 인해 과열된 주가가 향후 급락할 경우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서 매도 시기를 놓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지난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신용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섰던 지난해 주가조작 세력의 의도적인 주가 부양으로 인해 키움증권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가 대표적이다.

영풍제지 사건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대 730% 상승했던 코스피 상장사 영풍제지와 그 최대주주인 대양금속의 주가가 급작스럽게 동반 하한가를 기록했다. 증권사 대부분은 영풍제지 주가가 지난 한 해만 700% 넘게 오르자 증거금률을 높여 미수거래를 차단하고 주가 폭락에 따른 위험에 대비했지만 키움증권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신용거래 증거금률을 다른 증권사보다 낮게 설정했던 키움증권은 주가조작 세력의 타깃이 됐으며 이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대량 매도하자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폭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