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금리 인하는 어려워도 8월은 가능? 환율 움직임이 더 급해
이번 주 목요일(11일), 한은 기준 금리 발표에 금리 인하는 없을 것 전망
물가 잡혔다는 기대에 8월엔 금리 내려야 한다는 주장 가능성↑
환율 상승에 미국 금리 움직임 기다려야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미국 금리 결정 리스크 사라지는 10월 이후에나 인하 가능하단 전망에 무게
오는 11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달에는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8월에는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소수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근원 물가성장률은 2%, 석유, 곡물 가격 등은 여전히 상방 압력 있어
8일 증권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 5월 열린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11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 움직임에서 석유류, 식료품류 등의 외부 요인 및 계정 요소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떨어진 만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지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농산물 가격 추이, 성장세 개선의 파급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금리인하 기조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2%)를 향해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오르면서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8% 상승했고, 국제유가는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중동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불안정한 모습이다.
반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대 초반의 물가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충분히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8월 인하를 예측하는 주요 관계자들은 금리 인하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만장일치 동결’ 기조가 옅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번 달에 금리 인하에 무게가 쏠린 소수 의견이 나올 경우, 정부와 정치권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장 압박에 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이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언급했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금리 인하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 압력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8월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까지 미국 금리 인하 시점까지 한은은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오는 9월 초 확인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헤드라인 기준 2% 내외까지 안정된 것을 확인한 후 10월 금리 인하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금리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에 환율 벌써부터 뛰어, 되려 금리 인하 못하게 될 것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논하는 건 섣부르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71원24전으로 1분기 1,329원40전보다 약 42원 높아졌다. 지난해 2분기 평균 환율(1,315원20전) 대비 1년 만에 56원가량 오른 것으로, 2009년 1분기(1,418원30전) 후 약 15년 만의 최고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4분기(1,364원30전)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2년 4분기(1,357원20전)보다 원화 평가 절하가 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금융위기나 대형 재해가 없는 상황에서 달러당 1,400원에 육박하는 환율이 지속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의 주요 선진 경제들이 먼저 금리 인하로 돌아선 데다, 한국도 경기 침체 압박 등으로 인해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지배적이었던 탓에 환율이 먼저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미 기준 금리차가 2%에 달하는 와중에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금리차가 더 벌어지고,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동할 것을 시장이 미리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시장 금리 격차가 더 확대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년 만기채 기준 한국 국채 금리와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해 발 0.663% 차이에 불과했지만, 지난 5일 1.112%p로 확대됐다.
엔화 약세가 원화 및 위안화 등 동아시아 지역 화폐의 동반 약세를 불러온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시아 지역 화폐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기 둔화하면 더 빨리 금리 내릴 수도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요 고용 지표가 지난 4월부터 정상화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던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계속된 고용 과열 양상이 올해 들어 완화되다가 4월부터는 코로나19 이전 고용 상태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실업률이 4.1%로 오르면서 경기 과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지났다는 것이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6월 발표에서 올해 1차례의 금리 인하만 있을 것을 전망한 바 있어 일부 관계자들은 9월보다 12월 금리 인하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미국도 물가 상승세가 완연히 꺾인 만큼, 고용 지표 하락세를 방치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미국 기준 금리가 9월에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음에 따라 한국도 8월에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8월 금리 인하론을 지지하는 근거다. 그러나 올 2분기 환율 상승세가 빨랐던 데다, 미국 국채 금리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8월보다는 10월 금리 인하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